(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헐릴 뻔했다는 이야기가 남은 골목 안의 하얀 건물
누군가는 더위를 피해 들어갔다가 냉방에 반했고, 누군가는 발밑 보도블록에 새겨진 문장을 먼저 발견했습니다. 헌책방 골목 한가운데 선 문화관 이야기.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4.10
- 골목
-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헌책방이 줄지어 늘어선 보수동 책방골목을 걷다 보면 대청로 안쪽에서 유독 하얀 건물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입니다. 몇 해 전 이 거리를 지나갔던 사람도 그때는 이 건물이 없었다고 기억할 만큼, 골목의 풍경에 비교적 최근 더해진 자리입니다. 낡은 책방 간판들 사이에서 유독 깔끔하게 정돈된 외관이라, 골목을 처음 걷는 사람은 여기가 서점인지 다른 무엇인지 한 번쯤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한 방문자는 무더운 날 이 건물로 들어섰습니다. 에어컨 바람이 빵빵하게 나와 조용히 책을 읽기 좋았다는 감상을 남겼는데, 층마다 쓰임이 다르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어떤 층은 상설 전시가 열리고 있었고, 어떤 층은 사무실처럼 보였지만 책방골목 굿즈를 팔고 있어 문밖에서만 구경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층은 컨퍼런스홀이었고, 가장 위층에는 닑다 작은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층마다 화장실이 한두 칸씩 있는데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휴지도 넉넉했다는 세심한 관찰도 남겼습니다. 도서관에는 원하던 책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고, 누군가는 땀을 식히고 누군가는 책에 몰두하고 있는 풍경을 보며 관광객보다는 동네 주민들에게 더 반가운 공간일 거라는 생각을 적었습니다.

발밑에서 시작되는 문학 여행
다른 방문자는 골목을 걸으며 땅부터 살폈습니다. 보도블록 위에 세계 문학 작품의 제목과 작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는 겁니다. 카프카의 변신,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제목을 발로 밟으며 걷는 재미가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골목 중앙 즈음에는 책을 가득 안은 동상과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벤치에 앉아 편하게 책을 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도 했습니다. 골목 구경을 마치고 나서 이 방문자가 꼭 들러보라고 권한 곳이 바로 문화관이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찾은 또 다른 방문자는 이 건물에 얽힌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피스텔이 들어설 뻔했던 골목의 한 건물을 고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전해 듣고서야 알게 되었다고 적었습니다. 그동안 헌책방만 둘러보고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문화관까지 함께 둘러보고 왔다고 적었습니다. 1950년 6월, 피난 온 부부가 헌책과 잡지를 팔기 시작한 자리에서 출발해 1970년대에는 70여 개 점포가 성업했다는 골목의 내력을 함께 짚으며, 예전엔 책만 팔던 거리가 지금은 카페와 갤러리, 공방까지 더해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했다는 감상을 남겼습니다.


더위를 식히러 들어간 사람에게도, 발밑 문장을 따라 걷던 사람에게도, 가족과 함께 골목의 내력을 되짚던 사람에게도 이 건물은 조금씩 다른 얼굴로 남았습니다. 헌책방 사이에 선 하얀 건물 하나가 책방골목을 걷는 방식을 이렇게 여러 갈래로 넓혀 놓은 셈입니다. 책을 사지 않아도,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들어가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가 골목 한가운데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이 건물을 다시 찾는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
복합문화공간보수동 책방골목 대청로 안쪽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층마다 쓰임이 달라 상설 전시와 컨퍼런스홀, 꼭대기 층의 작은 도서관까지 갖추고 있으며 냉난방이 되는 실내에서 누구나 쉬어갈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여행까지 와서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동네 주민들에게는 참 좋은 무료 독서 공간
- 주소
- 부산 중구 대청로 61-2
- 영업
- 층별 운영시간 상이(전시·도서관 이용은 매장 안내 참고)
- 가격
- 무료 관람 · 닑다 작은 도서관 무료 이용
- 비고
- 층별 상설전시·컨퍼런스홀·닑다 작은 도서관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