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무너질 뻔한 건물에 남은 자개 병풍과 피아노
누군가는 엄마의 기사 제보로 알게 됐고, 누군가는 책방골목 북카페를 검색하다 찾아냈습니다. 대청로의 한 건물을 통째로 차지한 카페 이야기.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2.26
- 골목
-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보수동 책방골목 대청로를 걷다 보면 건물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아테네학당입니다. 헌책방들 사이에서 여러 층을 쓰는 이런 규모의 공간은 흔치 않아, 처음 마주치는 사람은 대개 걸음을 멈추고 위를 올려다보게 됩니다. 분홍빛이 도는 외벽에 검은 간판 하나만 걸려 있어, 안으로 들어가 보기 전까지는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도 이 건물의 특징입니다. 헌책방 간판들 사이에서 이 건물만 유독 다른 시간대에서 온 것처럼 느껴진다는 방문자도 있었습니다.
몇 해 전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았던 한 방문자는 책방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들어갔던 카페라고 회상합니다. 내부가 굉장히 웅장해서 구경하다 어머니께 이런 곳이 있다고 연락했더니, 어머니는 오히려 뉴스 기사에서 이 카페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는 겁니다. 오피스텔이 들어설 뻔했던 골목의 한 건물을 고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전해 들었다고 합니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한적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는 감상도 남겼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 찍어둔 사진을 정리하다가 문득 그 웅장함이 다시 떠오른다고 적을 만큼, 오래 남는 인상을 준 모양입니다.


2층 입구, 계단을 오르면
다른 방문자는 혼자 떠난 부산 여행에서 보수동 북카페를 검색하다 이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방골목에서 책을 두 권만 사려던 계획을 깨고 결국 네 권을 사는 욕심을 부린 뒤, 이번 여행에서 꼭 들러야 할 곳 리스트에 올려두었던 이 카페로 향했다고 적었습니다. 입구는 2층에 있는데, 붉은 문과 작은 간판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나온다고 안내했습니다. 주말 오후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많지 않아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었다는 말에서, 헌책방 골목의 소란과는 다른 이 카페만의 공기가 짐작됩니다. 헌책방에서 오래된 잡지의 옛 표지모델을 반갑게 발견했던 여운을 그대로 안고 올라온 자리라, 이 방문자에게는 책방골목 여행의 마지막 장면처럼 남았을 법합니다.


또 다른 방문자는 다니던 프로그램의 오후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뒤, 마지막 순서로 이 카페에 들러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겼다고 짧게 적었습니다. 문화관과 도서관, 카페가 도보로 이어지는 동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전시를 보고 책을 읽고 커피까지 마시는 하루 일정이 한 골목 안에서 전부 끝난다는 점은, 이 골목이 단순히 헌책만 파는 거리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세 사람이 이곳에 닿은 경로는 저마다 달랐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사람도, 검색으로 찾아낸 사람도, 정해진 일정으로 방문한 사람도 있었지만 넓은 공간과 독특한 소품들 앞에서는 비슷하게 걸음을 늦췄습니다. 헌책방 골목 한가운데 이런 규모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골목을 다시 보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헐릴 뻔했던 건물이 지금은 자개 병풍과 피아노를 품은 채 골목의 한 층 한 층을 채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골목이 어떻게 시간을 버텨왔는지 조금은 짐작하게 됩니다.
아테네학당
카페 · 복합문화공간보수동 책방골목 대청로의 한 건물 2층부터 4층까지를 쓰는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자개 병풍과 오래된 피아노 같은 소품들이 놓여 있고, 헐릴 뻔했던 건물을 고쳐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번 여행에서 꼭 들러야 할 곳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던 곳
- 주소
- 부산 중구 대청로 63, 2 · 3 · 4층
- 영업
- 매장 안내 참고
- 가격
- 커피 · 베이커리
- 비고
- 입구는 2층 · 갤러리 겸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