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동 시계골목) 양지닭한마리, 끓는 냄비에 물김치를 한 바가지 붓는 순간
반지를 맞추러, 약을 사러 종로5가에 나온 사람들이 볼일 끝에 2층 계단을 올랐습니다. 냄비가 끓기 시작하자 여러 손이 같은 순서로 다진 마늘과 물김치를 넣었다고 적었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8.12
- 골목
- 예지동 시계골목

종로5가역에서 내려 대학로1길로 접어드는 사람들의 사정은 후기마다 다릅니다. 한 분은 반지를 맞추고 한복을 예약하러 왔다가 부모님을 모시고 저녁 먹을 곳을 찾았고, 또 한 분은 근처에서 반지 상담을 받다가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 점심으로 드나들던 이 집이 떠올라 10년 만에 다시 왔습니다. 비타민을 사러 종로에 들른 김에 함께 먹을 사람을 불러 낮 식사를 한 분도 있고, 친구가 10년 내내 맛집이라고 말해 온 집을 드디어 찾은 분도 있습니다. 양지닭한마리는 볼일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그 끝에 한 끼를 청하러 오는 집으로 보입니다. 종로에 볼일이 있는 날이라면 일정 끝에 이 집을 넣어 두셔도 좋겠습니다.
다만 가는 길은 후기마다 표정이 다릅니다. 종로5가역에서 내려 골목길로 가는 길이 있는데 너무 무서우니 큰길로 돌아가라고 권한 분이 있고, 종로5가에서 제법 걸어와야 하고 정말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야 한다고 적은 분도 있습니다. 두산아트타워 뒷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닭한마리집이 있더라는 분도 있어서, 같은 가게를 두고 사람마다 다른 길로 도착한 셈입니다. 처음 가신다면 큰길 쪽으로 돌아가는 편을 먼저 택해 보시고, 대신빌딩 간판을 찾으면 됩니다.
가게는 대신빌딩 2층에 있습니다. 음식 장사가 2층에 있으면 쉽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간판을 올려다본 분은, 간판에 오래전부터 영업해 왔다는 글이 적힌 걸 보고 놀랐고 그런 것치고는 간판이 너무 깔끔하다고 갸웃했습니다. 다른 분은 안이 너무 깔끔해서 놀랐다고 하자 자리를 옮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분은 기억 속의 가게가 1층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2층에서 운영 중이었다고 적었으니, 오래 다닌 손님이 기억하는 위치와 지금 위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 화장실은 2층으로 올라가는 반계단 사이에 있고 겉모습은 그래도 깨끗해서 반전이었다고 하니, 계단이 낯설어도 걱정 없이 올라가시면 됩니다.
가게 안의 공기를 적은 대목은 서로 닮아 있습니다. 평일 저녁에 갔더니 비교적 여유로웠다는 분은 퇴근 후 들른 듯한 근처 직장인 손님이 간간이 보이는 정도여서 시끄럽지 않고 조용히 먹기 좋았다고 했습니다. 평일에 가서 웨이팅 없이 들어갔다는 분도 주변에 기업과 상가가 많아 직장인이 많더라고 적었고, 자리가 널널해서 앉기 좋았다는 분도 있습니다. 다만 냄비를 계속 끓이는 집이라 안은 조금 덥습니다. 이 후기는 그게 오히려 딱 좋은 날씨였다며 웃었으니, 겹겹이 입고 가셨다면 자리에 앉아 하나쯤 벗을 준비를 해 두세요.


물김치 한 바가지
이 집을 다녀간 사람들이 제일 먼저 꺼내는 이야기는 물김치입니다. 원래 물 빠진 닭이 심심해서 좋아하지 않았다는 분이 있었는데, 팔팔 끓는 냄비에 다진 마늘을 넣고 물김치를 한 바가지 부었더니 국물이 훨씬 시원해지고 감칠맛이 확 살아났다며, 닭한마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왜 많은지 이제야 이해했다고 적었습니다. 이분은 닭한마리 2인분에 똥집볶음 양념과 국수사리를 시켰고, 생수병에 담겨 나오는 물이 귀하다는 사소한 관찰도 함께 남겼습니다. 순서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냄비가 살짝 끓으면 다진 마늘을 넣고, 그다음에 물김치를 붓고, 팔팔 끓입니다.


물김치가 킥이라는 말은 다른 자리에서도 똑같이 나옵니다. 함께 먹을 사람이 오기 전에 20분 먼저 자리를 잡고 소주 한 병을 시켜 놓았다는 분은, 반병쯤을 그 물김치와 함께 마시다가 동치미 같은 물김치를 닭한마리에 넣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살짝 달달한 맛이 가득한 물김치라 넣으니 식감도 살아나 꽤 좋았고, 예전에 다녀온 다른 닭한마리집에는 이런 방식이 없었던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좋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물김치를 닭한마리에 넣는다는 게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끓이면서 국물에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더해지니 생각보다 정말 잘 어울렸다고 합니다. 기호에 맞춰 넣거나 그냥 먹어도 좋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한 국자 맛을 보고 넣을 만큼만 부어 보세요.


주문은 어렵지 않습니다. 메뉴판이 심플해서 고민할 게 없다는 후기가 있고, 닭한마리와 닭도리탕 두 가지가 중심이라 메뉴가 몇 개 안 되어야 진짜 맛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는 분도 있습니다. 인원수대로 주문할 수 있어서 소, 중, 대 중에 몇 명이 먹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있었고, 네 명이 가서 大자로 주문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닭, 배추, 부추, 감자, 갓, 쌀은 모두 국내산이라고 안내받았고 고춧가루만 국내산과 중국산이 섞여 있다고 들었다는 후기도 남아 있습니다. 자리에 앉아 인원수만 말씀드리면 되니 메뉴 앞에서 오래 서성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양념장과 사리
국물 못지않게 손이 가는 게 양념장입니다. 첫 방문이라고 했더니 사장님이 특제 양념장을 손수 만들어 주셨고 네 명분을 모두 그렇게 해 주셔서 놀랐다는 분은, 새콤시큼하게 완성된 양념장에 부추를 팍팍 넣었다가 겨자의 톡 쏘는 맛이 코를 찔러 짜릿했다고 합니다. 부추와 마늘과 소스를 가득 넣어 양념장을 만들고 마지막에 닭한마리 국물을 한 스푼 넣으면 진짜 맛있다는 분은, 그렇게 먹으면 다 먹고 나서 마늘 냄새가 엄청나게 난다는 주의도 잊지 않았습니다. 부추무침에 다데기를 섞어 닭고기와 함께 먹었다는 분은 부추의 향긋하고 아삭한 식감에 다데기의 매콤함이 얹혀 닭고기의 담백한 맛이 살아났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일정이 있는 날이라면 마늘을 조금 아껴 넣고, 없는 날이라면 마음껏 만들어 보세요.


사리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닭한마리 2인분에 떡사리를 더해 시킨 분은 떡사리를 꼭 추가해야 한다며, 반대쪽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떡 양이 엄청 많다고 적었습니다. 이분이 꼽은 국물의 핵심은 맑고 슴슴한 맛입니다. 자극적인 맛이나 강한 조미료 느낌이 거의 없는데도 계속 먹게 되고, 먹을수록 은근한 중독성이 있어 천천히 기억에 남는 스타일이라고 했습니다. 국수사리를 시킨 분도, 똥집볶음 양념을 함께 시킨 분도, 마지막에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왔다는 분도 있어서 사리를 어디까지 이어 갈지는 취향에 맡겨져 있습니다. 나오는 배추를 그대로 넣어 끓이면 감기가 나을 것 같은 배추탕이 된다는 이야기도 한 줄 덧붙여 둡니다.


볼일이 길어진 날에는 종로5가 어디서 끝나든 이 집으로 오는 길이 조금 돌아가는 길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냄비가 끓기 시작하면 다진 마늘을 넣고 물김치를 한 바가지 부어 보세요. 그 뒤의 국물 맛은 저마다의 입에서 갈립니다.
양지닭한마리
닭한마리종로5가역에서 걸어 찾아가는 대신빌딩 2층의 닭한마리집. 냄비가 끓기 시작하면 다진 마늘을 넣고 물김치를 부어 끓여 먹는 방식이 후기마다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국물이 훨씬 시원해지고 감칠맛이 확 살아나요
- 주소
- 서울 종로구 대학로1길 34-17 대신빌딩 2층
- 영업
- 월~토 11:00 - 22:30 (일요일 정기휴무)
- 가격
- 닭한마리 4인 大자 48,000원 / 나머지 메뉴별 가격은 매장에서 확인
- 비고
- 전화 02-763-5121 / 화장실은 2층으로 올라가는 반계단 사이 / 토요일 영업 여부는 후기마다 달라 방문 전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