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동 시계골목) 전라도횟집에서는 회를 1인분부터 시키고 칼국수는 옆집에서 사 옵니다
회는 혼자서도 시킬 수 있고, 다른 안주가 당기면 옆집에서 들고 오면 됩니다. 세 사람이 서로 다른 계절에 같은 좌판에 앉아 남긴 접시 이야기.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5.31
- 골목
- 예지동 시계골목

광장시장 안쪽, 포장마차가 줄지어 늘어선 통로에 전라도횟집이 있습니다. 세 사람이 이 자리를 찾아가는 방법을 적은 말이 조금씩 다릅니다. 겨울에 처음 들른 사람은 포차들이 쭉 나열된 곳으로 걸어가다 보면 동부A 23호에 간판이 보인다고 하면서, 네이버 지도에는 위치가 어긋나게 찍힐 수 있으니 호수 번호로 찾아오라고 당부했습니다. 14년째 드나든다는 사람은 진주육회 2호점을 먼저 찾고 그 옆 길 가운데를 보라고 했고, 처음 오는 사람은 여기가 거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아 헤맬 수 있다고 웃으며 적었습니다. 그래도 찾기는 어렵지 않다는 말이 두 기록에 똑같이 들어 있고 한쪽은 사람이 많은 편이라 눈에 띈다고 했으니, 호수 번호를 적어 가서 사람들이 앉아 있는 자리를 보시면 됩니다.
어느 기록에서든 이 집은 첫 접시가 아니라 두 번째 접시로 등장합니다. 겨울의 기록은 회만으로는 배가 차지 않으니 다른 곳에서 먼저 속을 채우고 2차로 들렀다고 적었고, 14년째 다닌다는 기록에서도 닭한마리를 먹고 육회를 거쳐 이 집에서 마무리하는 순서가 정해진 코스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람에게 전라도횟집은 회사 선배의 소개로 알게 된 곳이고, 친구들을 가장 많이 데려온 곳입니다. 유튜버와 인플루언서가 여럿 다녀간 뒤 더 유명해진 집이라는 설명도 그 기록에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 저녁을 통째로 이 집에 걸기보다는, 다른 곳에서 먼저 배를 채우고 이 자리를 마지막 잔으로 잡아 보세요.


값과 접시
메뉴는 모듬회 하나로 정리됩니다. 1인분부터 팔기 때문에 인원수대로 시키지 않아도 되고, 배가 부른 정도에 맞춰 양을 줄여 시킬 수도 있다고 겨울의 기록이 적었습니다. 7월의 기록에는 값이 한 줄로 정리돼 있습니다. 1인분에 만오천 원, 2인분에 이만오천 원, 3인분에 삼만오천 원, 4인분에 사만오천 원입니다. 겨울의 기록에 적힌 3인분과 4인분 값도 같은 금액입니다. 이 사람은 이 값이 아주 예전에는 만 원이었는데 물가가 오르며 5천 원이 올랐다고 덧붙였습니다. 혼자 가도 되는 집이라는 말이 함께 있으니, 혼자서 앉을 계획이라면 1인분으로 시작해 보세요.
접시에 올라오는 이름은 세 기록이 상당히 겹칩니다. 연어, 문어, 소라, 멍게는 세 사람의 목록에 모두 들어 있고, 광어는 두 사람이 적었으며 나머지 한 사람은 도미 혹은 광어라고 적었습니다. 구성은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지만 회를 뺀 나머지는 늘 같았다고 14년째 다닌 사람이 적었고, 겨울의 기록은 여기에 계절 해산물이 더해진다고 했습니다. 같은 모듬회라도 가는 달에 따라 접시 한 귀퉁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날 접시에 무엇이 올라왔는지는 주문할 때 한번 물어보세요.


떨어지는 재료가 있다는 이야기도 두 기록에서 반복됩니다. 겨울에 다녀간 사람이 간 날에는 붕장어가 다 나가고 없었고, 그 대신 다른 종류를 더 얹어 주었다고 합니다. 다른 날에도 소진된 재료가 몇 개 있었는데, 워낙 사람이 많이 찾는 집이라 자주 그런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9월의 기록은 같은 이야기를 반대편에서 씁니다. 6가지가 들어가는 모듬회에서 원하지 않는 종류는 빼고 다른 걸로 채워 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다고요. 붕장어가 떨어진 날이든 입에 맞지 않는 종류가 있는 날이든, 주문할 때 한마디 건네면 접시가 맞춰지는 집입니다.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먼저 말해 보세요.
좌판에서 보내는 저녁
영업시간은 기록마다 적힌 모양이 다릅니다. 7월의 기록은 매일 12:00부터 22:00까지이고 마지막 주 일요일만 쉰다고 적으면서 5주차 일요일이라고 풀어 두었고, 겨울의 기록도 오후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에 마지막 주 일요일 정기 휴무라고 같은 말을 했습니다. 9월의 기록은 오전 11시부터 재료가 소진될 때까지라고 적으면서, 보통 저녁 8시 전후에 마감하고 정확한 시간은 유동적이니 일찍 가라고 권했습니다. 정확한 시간이 유동적이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느 기록의 시간도 그날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늦은 시간에 가실 계획이라면 저녁 8시 전에 도착하는 것으로 잡아 두세요.
9월의 기록은 자리 이야기에 유독 길게 머뭅니다. 좌판 형태라 정해진 자리가 따로 없고, 이른 저녁이었는데도 이미 자리를 잡고 한잔 걸치는 어르신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삼삼오오 편하게 술잔을 나누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잡혀 있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서, 합석해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있었다고요. 다만 낯을 가리거나 다른 사람과 한 테이블에 앉는 게 불편한 사람에게는 조금 도전일 수 있다는 말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합석이 부담스러운 날이라면 사람이 덜 모인 시간대를 골라 보세요. 혼술도 가능하다는 7월의 기록이 있으니, 혼자라면 그 말을 믿고 앉아 보셔도 됩니다.
옆집에서 사 오는 안주
이 집은 회 메뉴만 팝니다. 다른 안주가 당기면 주변 포장마차에서 사 와서 먹어도 된다고, 겨울의 기록은 가게에서 들은 말을 옮겼습니다. 그날은 옆집에서 뜨끈한 칼국수를 사 왔고, 연말에는 빈대떡집에서 녹두전을 포장해 왔다고 합니다. 9월의 기록은 옆집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사 와 회와 함께 놓았는데, 매콤달콤한 떡볶이가 회와 의외로 잘 어울려서 술이 술술 들어갔다고 적었습니다. 한 사람은 국물을, 한 사람은 매운맛을 골랐지만 이 집의 회와 옆집 음식을 한 상에 올렸다는 점은 같습니다. 회 한 접시를 시킨 뒤 국물이 당기면 칼국수를, 매콤한 게 당기면 떡볶이를 하나 골라 오세요.


맛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9월의 기록이 가장 구체적입니다. 숙성회라 그런지 맛이 깔끔하고 정갈했고 잡내가 없었다고 하며, 야채가 넉넉히 함께 나와서 쌈을 싸 먹기 좋았다고 합니다. 초장과 간장 두 가지 소스가 나와서 부위마다 다르게 찍어 먹는 재미도 있었다고요. 화장실이 가깝고 관리가 잘 되어 깨끗해서 만족스러웠다는 대목도 있으니, 시장에서 오래 앉아 있을 계획이라면 마음이 놓이는 이야기입니다. 차를 가져가신다면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값을 두고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들립니다. 14년째 다닌 사람은 이만오천 원에 이 정도면 혜자가 아니냐고 적었고, 영상 앱에 이 집이 뜰 때마다 어린 친구들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하는 걸 봤지만 가볍게 받아쳤다고 했습니다. 9월의 기록은 저렴한 가격과 편한 분위기, 취향에 맞게 구성되는 모듬회를 한 줄로 묶어 추천했습니다. 값이 마음에 걸린다면 양을 줄여 1인분부터 시작해 보세요. 호수 번호를 적어 두고, 다른 곳에서 먼저 배를 채운 뒤에, 옆집 음식 하나를 들고 앉아 보시면 됩니다.
전라도횟집
모듬회 (시장 좌판)광장시장 안, 포장마차가 늘어선 길에 있는 좌판 형태의 횟집입니다. 연어, 문어, 소라, 멍게에 광어(또는 도미)와 붕장어가 어우러지는 모듬회를 1인분부터 주문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 종류는 다른 것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기록에 적혀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 편한 분위기, 취향껏 구성 가능한 모듬회까지
- 주소
-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88 광장시장 동부A 23호
- 영업
- 매일 12:00~22:00 (마지막 주 일요일 휴무) / 다른 기록에는 오전 11시부터 재료 소진 시까지, 보통 저녁 8시 전후 마감
- 가격
- 모듬회 1인 15,000원 / 2인 25,000원 / 3인 35,000원 / 4인 45,000원
- 비고
- 1인분부터 주문 가능 / 회 메뉴만 판매, 옆집 음식 반입 가능 / 혼술 가능 / 합석 가능성 있음 / 근처 공영주차장 이용 / 전화 02-2263-9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