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문화의거리) 이 거리는 이름을 두 번 얻었다
법정동 이름이 있고, 행정이 붙인 사업명이 있고, 몇 해 전부터 사람들 입에 붙은 애칭이 있다. 순천 원도심의 이 거리는 같은 골목을 두고 세 개의 이름이 겹쳐 불린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순천 문화의거리

이 길에는 적어도 세 개의 이름이 있다. 행정 서류에 적히는 법정동 이름이 있고, 몇 해 전 공공사업이 붙인 사업명이 있고, 사람들이 요즘 더 자주 입에 올리는 애칭이 있다. 같은 골목을 두고 세 개의 이름이 겹쳐 불리는데, 그 중 어느 것도 서로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했다.
이 자리가 원래부터 이름 없는 변두리였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이 일대는 순천읍성 일곽으로, 오랫동안 순천의 중심 시가지였다. 성 안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오가던 자리였다는 뜻이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며 빈집과 빈 점포가 하나둘 늘어갔다.

그 거리에 다시 이름이 붙은 건 2004년이다.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거리를 가꾸는 사업이 시작됐고, 이듬해인 2005년에는 순천 문화도시 만들기 기본계획이 세워졌다. 그리고 2009년, 국토해양부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비로소 '문화의 거리'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국비와 시비를 합쳐 30억 원 남짓한 돈이 이 거리의 담장을 다시 바르고, 길바닥을 고치고, 문을 닫은 가게 자리에 공방과 갤러리를 들이는 데 쓰였다. 빈 점포였던 곳에 전통찻집과 공예방이 들어서면서, 이 거리는 어느새 '순천의 인사동'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지어진 이름, 번진 이름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또 하나의 이름이 이 거리에 따라붙었다. '옥리단길'이다. 서울의 경리단길을 떠올리게 하는 이 조어는 행정이 정한 이름이 아니다. 이 일대의 법정 지명은 향교길, 금곡길, 옥천길처럼 저마다 따로 있다. 그런데 관광 홍보 자리에서 '옥리단길'이라는 말이 그 법정 지명들을 제치고 먼저 쓰이는 일이 생겼다.

순천시 관계자조차 이 지명 표기가 부적절했다고 인정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옥리단길'이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지금도 공식적으로 안내되지 않는다. 향교 근처라고도 하고, 문화의거리 주변이라고도 한다. 경계가 없는 이름이 오히려 더 넓게, 더 빨리 퍼진 셈이다.
실제로 거리를 걸어보면 두 이름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어느 가게는 '문화의거리'라는 행정 명칭을 간판 설명에 쓰고, 바로 옆 가게는 '옥리단길 맛집'이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한다. 한옥 담장 안쪽에는 공방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는가 하면, 그 담장을 끼고 도는 모퉁이에는 세련된 영문 로고를 단 식당이 손님을 받는다.

행정이 붙인 이름은 거리의 쓰임을 정해주려는 이름이었다. 사람들이 붙인 이름은 거리가 지금 무엇으로 북적이는지를 더 솔직하게 보여주는 이름이다. 둘 중 어느 쪽도 거짓은 아니다. 다만 같은 골목을 가리키면서도 전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을 뿐이다.
조선시대의 읍성 시가지는 이름이 필요 없을 만큼 당연한 중심이었다. 빈 점포만 남았던 시절에는 이름이 불릴 일조차 없었다. 다시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자 이름이 두 개나 생겼다. 어느 이름이 이 거리에 끝까지 남을지는, 아직 아무도 정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