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대원각이 절이 된 뒤, 성북동 길상사를 걷는 아침과 명절
누구는 도가니탕 한 그릇을 먹고 조용한 아침에 들어섰고, 누구는 명절 인파 속에서 붉은 꽃을 찾아 들어섰습니다. 같은 문을 지나 전혀 다른 시간을 만난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4.24
- 골목
- 성북동

성북동 언덕 안쪽, 주택가를 한참 걸어 들어가야 나오는 자리에 길상사가 있습니다. 원래 이곳은 대원각이라는 요정이었습니다. 그 대원각을 운영하던 김영한 씨가 법정 스님에게 이 자리를 시주했고, 1997년 지금의 절이 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나서 걷는 사람과, 모르고 걷는 사람의 걸음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이곳을 다녀간 기록들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누군가는 이른 아침을 골랐고, 누군가는 명절 당일을 골랐습니다. 아침을 고른 사람은 조용함을 얻었고, 명절을 고른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이 자리가 얼마나 여러 얼굴로 쓰이는지를 보았습니다. 차례를 지내러 온 사람, 절을 하러 온 사람, 사찰 풍경이 궁금해서 온 외국인 관광객까지 한 마당에 섞여 있었다고 하니까요.
아침 일찍 도착한 사람이 본 것
성북동 주택가를 지나 길상사 안으로 들어서면 서울 한가운데라는 게 잠시 잊힐 정도로 분위기가 조용해진다고, 아침 일찍 다녀간 한 사람은 적었습니다. 커다란 나무 사이로 전각이 보이고, 기와지붕 위로 파란 하늘이 이어지는 풍경이었다고요. 이날은 삼청동에서 도가니탕 한 그릇을 먼저 먹고, 길상사를 걷고, 성북동의 카페로 이어지는 반나절 동선을 짰다고 했습니다. 길상사는 화려한 볼거리를 찾아가는 곳보다는 천천히 한 바퀴 걷는 시간이 좋은 곳에 가깝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주차를 걱정해 평소보다 일찍 움직인 것도 이 사람만의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나 주말에는 방문객이 금방 늘어나기 때문에, 여덟 시 전에 도착하면 주차도 수월하고 경내도 한적해서 사진을 찍거나 걷기에 좋다고 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다른 방문객은 오전 열 시 이전 도착을 권했고, 숲속 그늘진 사찰 특성상 벌레가 있을 수 있으니 기피제를 챙기라는 실용적인 조언도 남겨두었습니다.


꽃무릇이 피는 자리
구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건 계곡을 따라 피어나는 꽃무릇입니다. 한 방문자는 작년에 우연히 발걸음을 옮겼다가 붉은 물결에 마음을 빼앗겼던 기억 때문에 올해도 선선한 바람이 불자마자 이곳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대웅전 주변 계단과 진영각 오솔길을 따라 핀 꽃무릇을 마주하는 순간, 오는 길의 수고가 눈 녹듯 사라졌다고도요.
명절에 이곳을 찾은 다른 방문자는 꽃보다 사람들의 표정을 먼저 봤습니다. 길상사의 메인 전각인 극락전을 바깥에서 조용히 둘러보고 길상화 공덕비 쪽으로 이동해 천천히 산책을 즐겼다고 적었는데, 극락전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다들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고 합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고즈넉한 경내를 거니는 시간이 가족끼리 오붓하게 힐링하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는 말도 함께였습니다.


꽃무릇 개화가 한창일 무렵 다시 걸어본 사람은 조금 더 담담하게 이 공간을 봤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경내로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한결 차분해지고, 오래된 나무와 사찰 건물 사이로 이어지는 길에서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고요. 설법전 주변을 둘러본 뒤 칠층 보탑도 살펴봤는데, 건물 자체보다 주변 나무와 마당, 하늘이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이 걸음을 자꾸 멈추게 했다고 남겼습니다.
성북동 골목을 먼저 지나온 사람의 기록도 있습니다. 성북동집에서 칼만둣국을 먹고, 선잠박물관을 들렀다가, 골목골목 상점가를 구경하며 길상사로 걸어온 코스였습니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슬슬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적었는데, 길상사는 그 산책의 끝이자 쉬어가는 자리였던 셈입니다. 절 하나를 목적지로 두느냐, 걷다가 만나는 자리로 두느냐에 따라 이곳은 다른 온도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길상사
사찰성북동 언덕 안쪽, 대원각이라는 요정이 있던 자리에 1997년 들어선 사찰입니다. 계곡을 낀 산책로와 극락전, 진영각, 칠층 보탑을 천천히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립니다.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는 데 보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걷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차분하게 비워지는 기분이 들어요
- 주소
- 서울 성북구 선잠로5길 68
- 영업
- 매일 오전 9시 - 오후 6시 (연중무휴)
- 가격
- 무료 (입장료 없음)
- 비고
- 전용 주차장 있음, 주말·개화철엔 이른 시간 방문 권장 / 극락전 내부 촬영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