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재미로) 30년 넘게 같은 계단을 오르게 하는 카페, 코인
빗소리를 들으며 오래된 아지트를 찾던 사람도, 조용한 데를 찾아 골목으로 들어선 사람도 결국 같은 나무 계단을 밟았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2.21
- 골목
- 명동 재미로

화려한 명동 메인 스트리트 뒤편, 거리의 열기조차 조용히 숨을 죽인 골목이 있습니다. 그 길 끝에 세월의 결을 품은 나이 든 입구가 나지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투박한 문을 지나 삐걱이는 나무 계단을 오르는 순간 도심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아득해진다고 적은 사람이 있습니다. 명동 특유의 세장형 출입구 안쪽에 자리해서 우연히 발견하기 쉽지 않다고 적은 사람도 있고, 큰길에서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되는데도 처음 가면 살짝 헤맬 수 있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대신 골목 쪽으로 툭 튀어나온 검은 철제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는 말이 여러 기록에서 겹쳤습니다.


가파른 계단 끝 첫 번째 문을 지나 다시 계단을 오르면 2층부터 카페 공간이 펼쳐집니다. 깊게 뻗은 내부는 높은 층고로 3층까지 이어져 독특한 공간감을 줍니다. 목이 잘린 고전 조각상과 오래된 타자기, 빛바랜 유화 액자가 놓인 진열대를 지나야 자리로 향할 수 있다고 적은 사람이 있고, 유려한 곡선을 그리다 모서리에서 날카롭게 맺히는 창틀과 고전 회화가 살롱을 연상시킨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유리 진열장 안에는 화려한 무늬의 앤티크 찻잔이 줄지어 놓여 있어서, 이곳이 그저 오래된 카페가 아니라 수집품으로 채워진 공간이라는 걸 짐작하게 합니다.


샹들리에가 멋들어지고 직원도 여럿 상주하고 있어서 긴자에 있을 법한 킷사텐을 떠올렸다고 적은 사람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인 손님도 꽤 보였고 직원들도 일본어가 조금은 가능한 듯했다는 관찰도 있었습니다. 후불 방식이라 자리를 잡고 나서야 메뉴판을 받아드는데, 와플과 빙수 같은 클래식한 디저트와 음료가 중심입니다. 밀크티 자체를 얼려 곱게 갈아낸 빙수 위에 말린 곶감 토핑이 가장 돋보였다는 소감도 남아 있습니다.
저녁의 카페
명동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조용한 곳을 찾다가 큰길을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섰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벽돌과 원목으로 마감한 좁은 계단, 천장까지 뒤덮은 넝쿨을 지나 몇 계단 오르지 않았는데도 바깥 명동의 소리가 벌써 멀어지는 느낌이었다고 적었습니다. 복층이라 반 층 올라가는 자리가 따로 있고, 천장부터 바닥까지 전부 오래된 나무라서 저녁에 들어가면 더 아늑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큰길 카페는 어디를 가도 사람이 꽉 차 목소리를 높여야 대화가 되는데, 이 계단을 오르고 나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는 게 그날의 결론이었습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카페라고 적은 사람은, 요즘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젊은이들로 북적여 예전의 호젓함은 다소 옅어졌지만 나무 계단과 깊은 소파 구석구석에는 아련한 향수가 여전히 진하게 배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핸드드립 커피와 딸기 와플을 앞에 두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안경을 벗어 두고 사진을 찍을 만큼 마음이 느슨해지는 자리였다는 기록이 그 곁에 남았습니다.

누구는 비 오는 날 옛 아지트를 떠올리며 이 계단을 올랐고, 누구는 시끄러운 큰길을 피해 우연히 이 계단을 찾았습니다. 3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킨 나무 계단은 오늘도 두 걸음을 같은 문 앞으로 이끕니다. 다음에 이 계단을 오르는 사람은 어떤 이유로 이곳을 찾게 될까요.
카페 코인
카페명동 메인 거리에서 한 블록 들어간 골목, 좁은 나무 계단을 오르면 나오는 2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카페입니다. 앤티크 소품과 샹들리에, 복층 구조가 오래된 유러피안 살롱 같은 분위기를 냅니다.
몇 계단 안 올라갔는데 벌써 바깥 명동 소리가 멀어지는 느낌
- 주소
- 서울 중구 명동6길 10 (명동2가 54-20) 2층
- 영업
- 오전 9시 30분 - 밤 11시, 일·월요일은 밤 10시 30분 마감 (블로그 기록)
- 가격
- 밀크티 빙수 등 빙수·와플류, 핸드드립 커피 (가격 미상)
- 비고
- 1993년 개업으로 소개됨(블로그 기록) / 한때 2호점도 있었음(블로그 기록) / 후불 결제 / 3층 발코니는 흡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