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줄 서서 들어가 오징어볶음에 밥을 비우고, 나오는 길에 요구르트를 받는 덕수정
평일 점심 한가운데 20분을 기다린 사람, 토요일 문 열자마자 앉은 사람, 부대찌개 김에 쫓겨 나온 사람. 같은 밥집을 서로 다른 시간에 드나든 기록을 겹쳐 봅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3.09
- 골목
- 정동길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붉은 벽돌 건물에 빛바랜 간판을 단 밥집 하나가 나옵니다. 유리창에는 빨간 글씨로 부대찌개와 오징어볶음이 적혀 있고, 문 앞에는 때가 되면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어떤 블로거는 사원증을 멘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점심 풍경을 봤고, 다른 블로거는 오후 영업을 열기 직전의 가게 앞에 늘어선 줄을 봤습니다. 이 글은 그 줄의 앞과 뒤, 문이 열린 다음의 접시까지 따라간 여러 기록을 겹쳐 놓은 덕수정 이야기입니다. 가기 전에 읽어 두면 언제 어디쯤 서 있게 될지 미리 그려 볼 수 있습니다.
기다림의 길이는 사람마다, 날마다 달랐습니다. 평일 점심시간 한가운데에 도착한 블로거는 앞선 사람들 뒤에서 20분을 서서 들어갔고, 땀이 줄줄 흐르던 여름 평일 낮에는 10분 넘게 정동길을 맴돌다 겨우 자리에 앉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시를 보러 나온 날에는 문 열고 조금 지나 도착했는데도 이미 줄이 있어서 50분쯤 지나서야 입장했다고 합니다. 반대로 토요일 11시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간 사람은 기다림 없이 앉았고, 밥을 다 먹고 나올 때쯤에야 식당이 가득 찼다고 적었습니다. 비 오는 평일 이른 점심에 간 사람도 자리가 있었지만 곧 만석이 되었다고 하니, 줄이 걱정된다면 문 여는 시간에 맞추는 쪽이 마음 편해 보입니다.


혼자 가는 사람이라면 미리 알아 둘 규칙이 몇 가지 있습니다. 여러 블로거가 입을 모아 적은 것은 1인 손님은 13시 이후에 식사가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자리를 맡아 두는 것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8세부터는 1인 1식을 주문해야 한다는 안내도 있습니다. 점심 마지막 주문은 14시이고, 브레이크타임은 14:30부터 17:00까지라고 적은 기록이 많은데 15:00부터라고 적은 기록도 있어서, 오후에 갈 생각이라면 나서기 전에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일요일은 쉬고 토요일은 14:30까지만 문을 여니, 주말에 가고 싶다면 토요일 점심에 맞추면 됩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장식 대신 오래 쓴 나무 테이블이 먼저 보입니다. 천장에서는 옛날 선풍기가 돌고 있다는 기록이 있고, 좌석은 1층과 2층으로 나뉘는데 2층은 좌식이라고 합니다. 내부가 그리 넓지 않고 테이블도 많지 않다고 적은 블로거가 있는가 하면, 안쪽에 룸 같은 공간이 있는 것 같았다고 적은 블로거도 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기본 반찬이 이미 상에 차려져 있었다는 기록이 있어서, 앉자마자 젓가락을 들 수 있는 식당이라는 인상이 남습니다. 여럿이 함께 간다면 좌식 자리로 안내받는 경우도 있으니 그 점을 염두에 두세요.


반찬은 기록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혀 있습니다. 김치와 콩나물무침, 깻잎지, 무생채가 자주 나오고, 밥과 함께 시래기 된장국이 올라왔다는 사람도 있으며, 버섯볶음과 진미채, 애호박무침이 놓였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나같이 소박한데도 엄마가 해 준 집밥 같다는 말이 나왔고, 메인이 나오기도 전에 밥 반 공기가 사라질 뻔했다는 고백도 있었습니다. 음식이 나오는 속도에 놀란 사람이 많았습니다. 주문하고 5분쯤 만에 받았다며 한식 패스트푸드라고 부른 블로거가 있고, 미리 준비해 놨다가 갖다주는 속도라고 적은 블로거도 있으며, 베테랑 이모님들의 빠른 서빙 덕분에 회전이 좋다고 본 사람도 있습니다. 줄은 길어도 앉고 나면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 이 집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오징어볶음을 두고 오간 말들
덕수정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메뉴가 오징어볶음인데, 이 접시를 받아 든 사람들의 평은 한곳으로 모이지 않습니다. 새빨간 양념에 통깨가 얹힌 모양을 보고 매울까 걱정했지만 맵지 않고 달달했다는 사람이 여럿이고, 오징어가 큼직하고 질기지 않아 부드러웠다는 말도 겹칩니다. 인위적인 매운맛이 아니라 기분 좋게 매콤하면서 달달한 감칠맛이라고 적은 사람은 흰쌀밥에 얹어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고 했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식단을 관리하는 중에도 어울리겠다고 본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접시가 떡볶이 소스처럼 달게 느껴진 날도 있었습니다. 단 음식을 싫어하는 동행은 별로라고 했고, 온종일 물이 당기고 소화가 잘되지 않았다는 솔직한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단맛에 민감한 편이라면 오징어볶음은 밥과 함께 조금씩 덜어 먹고, 나머지는 다른 메뉴로 채워 보세요.


삼치구이도 오징어볶음과 나란히 자주 상에 올랐습니다. 주문하면 삼치가 한 마리 통째로 나오고, 밀가루를 살짝 입혀 튀기듯 구워서 옛날식 튀김옷이 남아 있다는 설명이 겹칩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는 평이 여러 번 나왔고, 볶음 메뉴의 매콤함을 잡아 주는 든든한 짝이라고 부른 사람도 있습니다. 집에서는 생선을 구워 먹기가 어려운데 요즘은 생선 가게보다 고기 가게가 많아져 아쉽던 차에 이 메뉴를 만나 반가웠다는 블로거도 있었습니다. 다만 밀가루를 입혀 굽는 방식이 취향이 아니라는 동행도 있었으니, 담백한 구이를 떠올렸다면 튀김옷이 있다는 점을 알고 시켜 보세요.


부대찌개는 끓여 가며 먹는 방식이라 버너 앞에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냄비가 끓기 시작하면 라면사리를 넣고 다시 끓여 주었다는 기록이 여러 번 나오고, 햄과 소시지, 다진 고기, 두부, 당면이 들어 있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칼칼한 맛이라고 합니다. 특별한 맛이라기보다 부담 없는 값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는 평도 있었습니다. 다만 무더운 여름날 옆 테이블의 부대찌개 김이 이쪽으로 밀려와 허겁지겁 먹고 나왔다는 기록도 있으니, 더위가 심한 날에는 다른 메뉴를 고르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부대찌개를 혼자 먹을 수 있는지는 기록이 엇갈립니다. 점심에만 1인분 주문이 되는 것 같다는 기록이 있고, 2인분부터 주문할 수 있다고 적은 기록도 있으니, 혼자라면 주문할 때 한 번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맵기가 걱정된다면 순두부찌개가 있습니다. 8살 아이와 함께 간 엄마의 기록에서는 순두부찌개를 1인 1뚝배기로 시켰더니 보기에는 빨갛지만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았고, 순두부가 정말 부드러워서 아이가 밥을 두 그릇이나 비웠다고 합니다. 다른 블로거도 순두부찌개가 시뻘겋지만 맵지 않았고 오징어볶음과 함께 밥에 비벼 먹으니 맛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저녁에 다녀온 사람의 눈에는 또 다른 풍경이 있었습니다. 평일 저녁에는 삼겹살을 먹는 손님과 식사만 하는 손님으로 나뉘었고, 식사만 하려던 팀은 사장님이 삼치구이와 오징어볶음이 유명하다고 친절하게 알려 주어 그대로 시켰다고 합니다. 7시가 넘어 갔는데도 5분쯤 기다렸다는 사람은 덕수궁 나들이를 나온 손님이 많은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이 집을 두고 나온 평가는 담백했습니다. 시내에서 적당한 값으로 한식을 먹을 수 있어 가성비는 좋지만 여기만 보고 일부러 찾아오기에는 무난한 밥집이라고 평한 블로거가 있고, 대단히 특별해서 줄을 서는 것은 아니어도 평범한 밥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 앞으로도 줄이 이어질 것 같다고 한 블로거도 있습니다. 화려한 한 끼를 기대하기보다 산책 중에 든든하게 채우는 밥집이라고 생각하고 가시면 마음이 편합니다.
덕수정의 점심은 결국 정동길 산책의 한 대목이 됩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날에는 밥을 먹고 주변을 걷는 것으로 가을 나들이가 끝났다는 기록이 있고,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본 뒤 식사 코스로 들렀다는 사람, 덕수궁 배롱나무를 보고 온 김에 들렀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청역 12번 출구에서 걸어갈 수 있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걸어서 5분 이내라고 하니, 전시나 궁 나들이 일정을 짠 날에는 점심 시간을 하나 비워 두면 좋겠습니다. 계산대 앞에서 사장님이 건네는 요구르트를 받아 들고 나서면, 돌담길은 아직 그 자리에 있습니다.
덕수정
한식(부대찌개·오징어볶음·삼치구이)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정동길에 자리한 한식집입니다. 부대찌개와 오징어볶음, 삼치구이, 순두부찌개 같은 밥반찬 메뉴를 냅니다. 좌석은 1층과 2층이며 2층은 좌식입니다.
평범한 밥상을 받아 먹을 수 있는 덕수정은 앞으로도 줄을 설 것 같다.
- 주소
- 서울 중구 정동길 41
- 영업
- 월~금 11:00~20:30 (브레이크타임 14:30~17:00, 15:00부터로 적은 기록도 있음 / 라스트오더 14:00, 20:00) / 토 11:00~14:30 (라스트오더 14:00) / 일요일 정기휴무
- 가격
- 부대찌개 10,000원 / 오징어볶음 14,000원 / 삼치구이 14,000원 / 제육볶음 13,000원 / 순두부찌개 9,000원 / 된장찌개 9,000원 / 라면사리 1,000원
- 비고
- 주차 불가 (주변 유료주차장 이용) / 1인 손님은 13시 이후 식사 가능 / 8세부터 1인 1식 주문 / 자리 맡아두기 불가 / 전화 02-755-0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