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리단길) 신라제면, 카톡이 올 때까지 골목을 한 바퀴 도는 시간
원래 있던 자리는 문이 닫혀 있고, 손님은 두 집 건너 새 자리로 몰립니다. 대기 등록을 마친 사람들은 황리단길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자리에 앉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9.16
- 골목
- 경주 황리단길

황리단길 메인 골목으로 들어가 경주웹툰캠퍼스 건물 옆을 지나면 신라제면이 나옵니다. 원래 알고 있던 본점을 찾아왔다가 문이 닫혀 있어 당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알고 보면 장사가 잘돼서 몇 걸음 옆으로 확장 이전한 것인데, 처음 온 사람은 그 사정을 모른 채 몇 번을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골목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야 진짜 입구가 나온다는 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걸음이 여기서 갈립니다.


가게 앞에는 태블릿 모양의 테이블링 기기가 놓여 있습니다. 이름을 등록하면 카카오톡으로 순서가 오는 방식인데, 어떤 사람은 대기 번호 56번에 앞으로 29팀이 남았다는 화면을 받았고, 어떤 사람은 앞에 53팀이 있다는 얘기에 잠시 아득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골목에서는 그 기다림이 그냥 버리는 시간이 되지 않습니다. 등록만 해두고 황리단길 쪽으로 걸어가 다른 가게를 구경하다가, 카카오톡이 오면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가게 마당 한쪽에는 작은 정원이 있고, 거기서 아기 고양이 세 마리가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침 하늘에 연이 떠 있어 그걸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53팀이라는 숫자를 보고 오늘 저녁까지 여기 있어야 하나 싶었지만, 막상 회전은 생각보다 빨라서 예상보다 일찍 자리로 불려 들어갔다고 합니다.
한 그릇을 두고 갈리는 마음


대표 메뉴는 낙지와 새우를 함께 볶아 칼국수 면과 섞은 칼낙새입니다. 맵기는 보통, 약간 매운맛, 매운맛 중에서 고를 수 있고, 감자전은 감자를 얇게 슬라이스해 겹겹이 부친 스타일이라 한 겹씩 떼어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조합에 진심으로 반해 전 지점을 다 찾아다니게 됐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라면이나 짬뽕에서 본 듯한 익숙한 양념이라며 이 정도로 줄을 서서 먹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같은 그릇을 놓고도 이렇게 마음이 갈립니다.
그래도 다녀간 사람들 상당수는 결국 고개를 끄덕입니다. 테이블당 다섯 명까지만 앉을 수 있어서 여섯 명이 오면 자리를 나눠 앉아야 하고, 칼낙지를 다 먹은 뒤에는 남은 양념에 비벼 먹는 비빔밥을 따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카운터에는 휴대폰 충전선이 여러 개 놓여 있고 머리끈도 챙겨둔 걸 보면, 오래 기다리다 온 손님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지 이 집도 나름대로 알고 있는 눈치입니다.
신라제면
칼국수·해물요리황리단길 메인 골목 안쪽, 경주웹툰캠퍼스 건물 옆에 자리한 칼국수집입니다. 원래 자리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확장 이전했고, 한옥 기와지붕 아래 짙은 색 목조 외관을 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나무 진열대와 초록 화단이, 밤에는 처마 밑 조명과 대나무 담장의 등불이 이 집의 표정을 바꿉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알겠더라고요
- 주소
- 경북 경주시 첨성로81번길 22-7
- 영업
- 매일 10:00 - 21:00 (라스트오더 20:20)
- 가격
- 칼낙지 1인 13,000원 / 칼낙새 1인 15,000원(2인 이상 주문) / 생바지락칼국수 10,000원 / 해물파전 18,000원 / 감자전 10,000원 / 비빔밥 3,000원
- 비고
- 전용 주차장 없음(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 테이블링 원격 줄서기 가능 / 테이블당 최대 5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