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은행동 으능정이거리) 수프가 먼저 나오는 집, 은행동 노란 지붕 아래
으능정이 골목 안쪽에서 오래 자리를 지켜 온 경양식 돈까스집입니다. 학창 시절에 다니던 사람도 처음 온 아이들도 크림 수프로 시작하는 한 끼를 반깁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28
- 골목
-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거리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 한가운데쯤에서 골목으로 들어서면 노란색 삼각 지붕을 얹은 입구가 보입니다. 이 집을 다녀간 사람들의 글은 첫 문장이 거의 같습니다. 학창 시절 은행동에서 놀다 배가 고파지면 달려가던 집, 오랜만에 왔는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서 반가웠다는 이야기입니다.
메뉴판에는 35년 전통 수제 돈까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20년 전에 처음 왔다는 손님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있던 집이라고 들었다고 적었고, 사십 대에게는 추억의 장소라는 손님은 처음 온 아이들이 엄마 아빠 나이 때도 있던 곳이라는 말에 엄청 놀라더라고 적었습니다. 여자친구의 단골집에 처음 따라온 사람은 오랫동안 사랑받은 집이라는 게 실감 났다고 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칸막이를 세운 소파 좌석이 이어집니다. 완전히 분리된 방은 아니지만 옆 테이블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아 마주 앉아 이야기하기에 편했다는 후기가 여럿입니다. 한참 만에 남편과 다시 찾았다는 손님은 외관은 깔끔해졌어도 안쪽에는 옛날 경양식집 분위기가 남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층마다 표정이 조금 다릅니다. 한 손님은 새로 단장해 화사하고 깔끔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는데, 운 좋게 안내받은 2층은 옛날 인테리어 그대로여서 원하던 감성을 만났다고 적었습니다. 2층에 둥근 거울과 소품, 아치형 칸막이를 두른 소파 부스석이 남아 있다고 전한 손님도 있습니다. 아기 의자와 단체석이 준비돼 있고, 아기를 데려온 젊은 가족 손님이 많았다고 합니다.


수프가 먼저 나옵니다
주문은 테이블에 놓인 종이 주문표에 적어서 합니다. 한 손님은 수량을 바를 정 자로 적었다가, 요즘 아이들은 숫자로 쓸 것 같다는 남편의 말을 조카에게 확인해 보고 나이를 실감했다며 웃었습니다. 주문을 넣으면 접시보다 먼저 따뜻한 크림 수프가 나옵니다. 꾸덕한 요즘 수프가 아니라 부드럽고 묽은 옛날 경양식 수프여서, 후추를 톡톡 뿌려 먹으면 빈속이 편안해진다고들 합니다.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가 나오는데, 남은 밥을 비벼 먹는다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접시에는 큼직한 돈까스 위로 브라운 소스가 넉넉하게 덮이고, 동그란 밥 한 덩이와 양배추 샐러드, 마카로니, 옥수수가 함께 놓입니다. 소스는 시큼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고 슴슴하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소스가 닿으면 눅눅해진다는 아이를 위해 소스를 따로 담아 달라고 부탁했더니 그대로 해 주셔서 고마웠다는 글도 있었습니다.


각자 다른 접시를 시키는 식구들
한 가족은 식구마다 다른 메뉴를 하나씩 시켜 나눠 먹었습니다. 오븐치즈스파게티는 쭉 늘어나는 치즈가 좋았고, 고구마치즈돈까스는 최애 메뉴, 함박스테이크는 부드러운 고기에 달큰한 소스가 어울린다고 했습니다. 학생 때 자주 먹던 오븐치즈김치볶음밥을 오랜만에 시켜 본 손님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반한 것은 아닙니다. 왕돈까스와 오븐치즈스파게티를 나눠 먹은 한 손님은 얇고 넓게 튀겨 소스를 곁들이는 옛날 돈까스가 두툼한 일본식 돈카츠와는 또 다른 매력이라 만족스러웠지만, 스파게티는 토마토소스의 풍미가 약해 아쉬웠다고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담백한 맛을 좋아한다면 오히려 괜찮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기다림과 오가는 길
붐비는 시간에는 기다림이 생깁니다. 번호표는 없고 매장 앞에 줄을 서는데, 그 앞에 놓인 메뉴판으로 미리 메뉴를 골라 둘 수 있었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주말 점심 무렵 이십 분쯤 기다린 손님도, 비 오는 날 두 팀 뒤에 섰던 손님도, 추석 다음 날 낮에 잠깐 기다린 손님도 있었습니다. 테이블이 많아 회전은 빠른 편이라고 합니다.
지하상가에 수선을 맡겨 두고 건너와 한 끼를 먹었다는 손님은 번잡한 은행동 한복판에서 꽤 아늑한 식당이라고 적었습니다. 전용 주차장이 없으니 대중교통으로 오는 편이 마음 편하고, 오후의 브레이크타임은 피해서 가시기를 권합니다.
아저씨돈까스
경양식 돈까스·함박스테이크·오븐 스파게티으능정이 문화의 거리 골목 안쪽에서 오래 자리를 지켜 온 경양식 돈까스집입니다. 크림 수프로 시작해 브라운 소스를 얹은 돈까스와 함박스테이크, 오븐 스파게티를 냅니다.
그 자리에 여전히 변함없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 반갑더라고요
- 주소
- 대전 중구 중앙로164번길 22-7
- 영업
- 매일 11:00~20:30, 브레이크타임 16:00~17:00
- 가격
- 수제 돈까스 8,000원, 왕돈까스 9,500원, 고구마치즈돈까스 10,000원, 아저씨 스페셜 정식 16,000원
- 비고
- 전용 주차장 없음(근처 공영주차장 유료). 번호표 없이 매장 앞에서 줄서기, 주문은 테이블 종이 주문표. 아기 의자·단체석 있음. 착한가격업소로 지정, 온통대전 결제 가능(방문 시점 블로그 기록). 중앙로역 1번 출구에서 약 206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