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관아길) 한 달에 한 번, 천오백 명이 오는 골목
일흔에서 여든 미터 남짓한 이 골목에, 둘째 주 토요일이면 하루 천오백 명이 넘는 사람이 몰린다. 그 하루를 만들기 위해 쉰 곳 넘는 상인이 네 대 일의 경쟁을 뚫는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13
- 골목
- 충주 관아길

둘째 주 토요일 오후, 관아길 골목 안쪽으로 천막이 하나둘 늘어선다. 담장마켓이 서는 날이다.
세상상회를 비롯한 관아골 청년들이 여는 이 플리마켓은 1년에 여섯 차례, 둘째 주 토요일마다 선다. 쉰 곳이 넘는 상인이 참여하는데, 그 자리를 얻으려면 네 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하루 동안 이 골목을 찾는 사람은 천오백 명이 넘는다.
일흔에서 여든 미터 남짓한 이 짧은 골목에, 하루 사이 그만한 인파가 들어선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규모다. 담장마켓이 서지 않는 날의 관아길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평일 오후, 골목은 한적하다. 세상상회 앞 평상에 앉은 손님 몇몇과, 고티맨숀 복도를 지나는 발걸음 몇이 전부다. 그래도 이 골목의 터줏대감 격인 세상상회는 주말이면 하루 300명이 넘는 손님을 받는다. 장날과 보통날, 주중과 주말 사이의 낙차가 이 골목의 리듬을 만든다.
지원이 끊긴 자리에서, 지원이 몰리는 자리로
이 골목이 처음부터 이런 관심을 받은 것은 아니다. 2018년, 준비하던 지원 사업이 무산되자 이상창을 포함한 청년 다섯은 행정의 도움 없이 협동조합을 꾸려 자립했다. 그해 세상상회가 문을 열었고, 그 뒤로 화실과 인화 작업실, 잡화점이 하나둘 따라붙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과 행정안전부 로컬브랜드 사업을 통해 300억 원 규모의 정부 지원이 이 골목에 투입됐다. 행정 지원 없이 시작한 자리에, 이제는 행정이 먼저 손을 내미는 쪽으로 바뀐 셈이다.
쉰 곳 남짓한 상인이 하루를 두고 경쟁하는 것과 별개로, 이 골목에 상시로 자리를 잡은 가게도 하나둘 늘었다. 세상상회 외에 화실과 사진작가의 인화 작업실 겸 전시 공간, 작은 잡화점이 들어섰고, 고티맨숀이라는 이름의 복합공간 안에는 화덕피자집과 독립서점, 문구점이 나란히 세 들어 있다. 하루짜리 장날이 아니어도, 이 골목을 채우는 가게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2023년 9월, 이 골목을 찾은 방문객은 한 달 평균 3천 명 수준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천 명가량 늘었다. 공실률은 한때 60퍼센트에서 12퍼센트까지 줄었다. 숫자만 보면 이 골목의 재생은 이미 성공한 사례처럼 보인다.
다만 그 숫자의 상당 부분은 담장마켓이 서는 단 하루에 쏠려 있다. 쉰 곳 넘는 상인이 경쟁을 뚫고 얻는 그 하루와, 나머지 날들의 한적한 골목 사이에서 이 거리는 여전히 균형을 맞춰가는 중이다.
쉰 곳의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네 대 일의 경쟁은, 역설적으로 이 골목이 더 이상 비어 있는 곳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때 상가 열 곳 중 여섯 곳이 비어 있던 골목에서, 이제는 가게 하나 열 자리조차 쉽게 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