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육림고개) 성모상과 헬로키티가 함께 있는 식당
메뉴판도, 벽 선반도, 사장님이 손수 채운 자리입니다. 육림고개답게 넓지는 않지만, 들여다볼수록 할 이야기가 많은 공간입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춘천 육림고개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손으로 그린 메뉴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나하나 직접 그렸는데도 두 장이 미묘하게 다른 걸 보면, 복사한 게 아니라 정말 한 장 한 장 새로 그린 모양입니다. 육림고개답게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그 작은 자리 안에 사장님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있어서 아기자기한 느낌이 먼저 다가옵니다.
안쪽 선반에는 성모상과 교황의 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고, 그 옆으로 헬로키티 인형과 체크무늬 커튼이 걸려 있습니다. 구석에는 마셜 스피커까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소품과 귀여운 캐릭터, 손때 묻은 가구가 한 공간에 뒤섞여 있는데도 이상하게 낯설지 않습니다. 오래 쌓아온 사장님의 취향이 벽 하나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느낌입니다.


메뉴는 미트볼, 오므라이스, 음료 두 잔을 함께 주문하는 구성이 인기가 많습니다. 오므라이스는 한입 먹자마자 반전이 있는 맛입니다. 과하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계란 맛을 잘 살렸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먹어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미트볼 쪽이 더 좋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빵 대신 다른 곁들임이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남긴 손님도 있을 정도로, 미트볼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음료는 플라밍고와 선인장 모양의 작은 장식이 꽂혀 나옵니다. 사이다 베이스의 청량한 잔과 은은한 단맛의 잔이 나란히 놓이면, 사진을 찍지 않고는 못 배기는 테이블이 됩니다. 1인 가게로 운영되다 보니 메뉴 가짓수는 많지 않은 편인데, 한두 개만 더 늘어나도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 단골도 있습니다. 다음에 재방문한다면 아직 못 먹어본 카레라이스를 먹어보겠다고 벼르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자리가 많지 않은 만큼, 느긋하게 둘러보기보다는 한 끼를 집중해서 즐기고 나오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1인 가게라 손이 많이 가는 날에는 기다림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만큼 메뉴 하나하나에 사장님의 손길이 직접 닿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육림고개를 걷다가 작은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면, 그 안에 이런 자리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성모상과 헬로키티가 한 선반에 놓여 있는 걸 처음 본 손님은 다소 의아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다 보면, 이 뒤섞임이 오히려 사장님 한 사람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걸 알게 됩니다. 프랜차이즈처럼 정형화된 인테리어가 아니라,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모아온 공간이라는 인상입니다.
육림고개의 많은 가게가 한 사람 또는 소규모로 운영되는 만큼, 아가사식당처럼 사장님의 개성이 메뉴판부터 선반까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작은 가게를 크게 꾸미지 않고도, 다녀간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길 수 있다는 걸 이 식당이 보여줍니다.
아가사식당
오므라이스·양식수제 메뉴판과 손때 묻은 소품들로 채운 작은 1인 가게입니다. 미트볼과 오므라이스가 함께 나오는 세트가 인기 메뉴입니다.
육림고개답게 공간이 넓지 않았지만 아기자기 귀여운 곳이었다
-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춘천로151번길 21-2 1층
- 비고
- 1인 가게 운영 · 좌석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