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육림고개) 그림이 되는 가게, 육림옷수선집
고개 정상에 자리한 오래된 수선집 하나가, 그림을 그리러 온 사람들의 단골 소재가 되었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춘천 육림고개

그림을 그리며 여행하는 모임 하나가 춘천을 찾았습니다. 오전에는 공지천 일대를 돌았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는 육림고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오래된 건물 사이 경사 심한 철제 계단을 오르니, 바로 육림고개 정상이었습니다. 그 정상 한쪽에 작은 가게 하나가 세월을 그대로 두른 채 서 있었습니다. 간판에는 '육림옷수선집'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먼저 도착한 일행 세 명은 공지천 쪽 풍경은 지나치고, 곧장 이 수선집을 그리기 위해 왔다고 했습니다. 처음 와보는 동행이 어떻게 이곳이 오래된 수선집인지 알고 찾아왔냐고 묻자, 지도를 미리 살펴보고 이 자리를 점찍어 두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특유의 열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 한 시의 햇살은 따가웠지만, 마침 가게 차양 아래로 그늘이 드리워 있었습니다. 그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스케치북을 펼치는 사람들의 모습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낡은 간판, 색이 바랜 외벽, 삐뚤빼뚤한 창틀 같은 디테일들이 오히려 그림이 되기 좋은 재료라고 합니다. 매끈하게 정돈된 신상 가게보다, 세월이 쌓인 이런 가게가 연필 선 하나하나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것입니다.
완성된 그림들을 지켜보던 한 사람은, 작년에 같은 자리에서 수줍게 그렸던 자신의 그림을 떠올렸습니다. 같은 가게를 몇 번이고 다시 찾아와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입니다. 매번 같은 건물이라도 햇빛의 각도와 계절, 그날의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고 합니다. 수선집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그 앞에 앉는 사람과 그날의 빛은 매번 달라지는 셈입니다.


육림고개에는 반짝이는 새 간판들 사이로 이렇게 오래 자리를 지킨 가게들이 섞여 있습니다. 옷을 수선하는 가게는 화려한 볼거리를 내세우지 않지만, 그 낡음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그리고 싶은 장면이 됩니다. 고개 정상까지 숨을 몰아쉬며 올라온 사람이라면, 이 작은 가게 앞에서 잠시 멈춰 서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반스케쳐스라는 모임은 전 세계 도시를 다니며 그 자리에서 직접 보고 그리는 걸 원칙으로 삼습니다. 사진을 보고 베끼는 게 아니라, 현장의 공기와 소리까지 함께 담아내는 방식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육림고개에서 가장 먼저 꼽은 소재가 화려한 청년몰 간판이 아니라 낡은 수선집이었다는 사실은, 이 고개가 가진 진짜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수선집 주인이 직접 그림의 소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옷을 고치고 수선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그 일상의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액자에 담길 만한 장면이 된다는 것. 육림고개를 걷는 또 다른 방식이 있다는 걸 이 가게가 보여줍니다.
육림옷수선집
노포·수선집육림고개 정상에 자리한 오래된 옷수선집입니다. 세월이 묻은 외관 덕분에 그림을 그리러 오는 사람들의 단골 소재가 되었습니다.
로드맵으로 확인하고 이곳을 그려야겠다고 찜했단다
-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중앙로77번길 일대 (육림고개 정상)
- 비고
- 어반스케치 동호인들 사이에서 알려진 스케치 명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