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문구완구거리) 창신동 오르막에서 만나는 든든한 한 끼, 제일옥
봉제공장과 문구 도매상 사이 좁은 골목, 제일옥의 돌솥비빔밥 한 그릇은 화려하지 않아도 든든합니다. 짧은 기록 세 편에도 이 가게의 온도는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5.29
- 골목
- 창신동 문구완구거리

창신동은 언덕을 따라 봉제공장과 문구 도매상이 촘촘히 붙어 있는 동네입니다. 그 오르막 한켠, 종로52길의 좁은 골목 안쪽에 제일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간판은 화려하지 않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래 다닌 사람들의 익숙한 발걸음이 느껴집니다.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를 걷다 보면 여전히 도매상자를 나르는 손수레와 마주칩니다. 그 사이사이 작은 밥집들이 오래 자리를 지켜왔고, 제일옥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 동네 사람들에게 밥집은 맛집이기 이전에 생활의 일부입니다.
이 동네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대개 바쁜 일과 중의 짧은 쉼표입니다. 미싱 소리와 손수레 바퀴 소리 사이에서, 제일옥은 그 쉼표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자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창을 낸 테라스석도 있어서, 날이 좋으면 골목을 내다보며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테라스에 앉은 이들은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밥을 먹는 재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짐을 실은 수레가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소리까지도 이 동네의 배경음악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기본에 충실한 밥상
제일옥을 다녀간 이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반찬입니다. 겉절이와 김치, 그리고 뜻밖에 곁들여지는 떡볶이까지. 화려한 구성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진다고 여러 방문자가 적었습니다. 어떤 이는 미역국의 간이 심심하면서도 뒤끝에 감칠맛이 남는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그 슴슴함이 오히려 자꾸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제육볶음을 먹은 이들의 후기에는 누린내가 없다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매콤하게 볶아낸 고기가 밥과 잘 어울려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자연스럽게 밥 한 숟갈을 더 뜨게 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차돌박이가 들어간 된장찌개 역시 내용물이 실하다는 평이 이어집니다. 국물만 떠먹어도 고기가 씹히는 든든함이 있다고 합니다.
김치찌개를 시킨 이들의 후기에는 얼큰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국물에 김치의 맛이 충분히 배어 있어서, 밥 한 그릇을 국물에 말아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감상이 전해집니다. 돌솥비빔밥을 시킨 이들의 후기에는 뜨거운 솥 안에서 누룽지가 되어가는 밥알을 긁어먹는 즐거움이 빠지지 않습니다. 나물과 고추장을 슥슥 비벼 먹는 그 익숙한 과정이, 이 골목에서는 유독 정겹게 느껴진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붐비는 시간, 기다리는 마음
이 골목의 낮 시간은 늘 분주합니다. 인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대에는 자리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발걸음을 돌리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넓게 놓인 좌석 사이로 사람들이 차례로 채워지고,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는 풍경이 이 가게의 하루를 이룹니다.
봄에 다녀간 이의 기록과 가을 문턱에 다녀간 이의 기록이 서로 다른 계절을 이야기하지만, 반찬 그릇을 비우는 손길만큼은 닮아 있습니다. 창신동의 오르막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제일옥은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한 끼로 남아 있는 듯합니다.
세 명의 방문자가 남긴 기록은 많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온도는 뚜렷합니다. 누구는 반찬을, 누구는 국물을, 누구는 붐비는 정오의 풍경을 기억합니다. 짧은 기록들이 모여도 이 골목 밥집의 성격은 충분히 드러납니다.
제일옥
한식창신동 골목의 오랜 밥집으로, 든든한 기본기와 정성스러운 반찬이 주는 편안함이 이 자리의 힘입니다.
제육볶음에 누린내가 없어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습니다.
-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52길 52
- 영업
- 월~금 09:00~20:00, 토요일은 19:00까지, 일요일은 정기휴무
- 가격
- 돌솥비빔밥 9,000원 / 제육볶음 11,000원 / 김치찌개 9,000원
- 비고
- 테라스석 있음, 기본반찬(겉절이·김치·떡볶이) 정성
간판 아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 몇은 오늘도 문을 밀고 들어갈 것입니다. 그들이 다시 이 골목을 오르내릴 힘을 어디서 얻는지, 짐작이 가능한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