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로데오거리) 지하로 내려가면 삼십 년 전 압구정이 그대로 있습니다
누구는 방송을 보고 찾아왔고, 누구는 대학생 때의 기억을 더듬어 다시 왔습니다. 세대는 다른데 줄을 서는 이유는 같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3.12
- 골목
- 압구정 로데오거리

압구정로데오역 5, 6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건물 지하, 오징어불고기와 오징어튀김으로 삼십 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식당이 있습니다. 뱃고동입니다.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이 거리에서 같은 업종으로 버텨온 시간 자체가 이 집의 이야기입니다.
대학생 때 이 거리가 한창 핫플이었다는 손님은 십오 년 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고 적었습니다. 그때는 이 집이 이 자리가 아니라 이 층에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지하에 있다며, 오랜만에 온 이 집이 낯설면서도 반가웠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손님은 이십 년 전 홍대점의 기억만 있는데 압구정 지점을 보고 추억이 소환됐다고 적었고, 주변의 80년대생 언니들은 압구정 하면 뱃고동을 먼저 떠올리며 옛이야기를 꺼냈다고 전했습니다.


웨이팅을 대하는 저마다의 방식
이 집은 캐치테이블 같은 예약 시스템이 없습니다. 그냥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라고 한 손님은 적었습니다. 웨딩 준비로 압구정을 찾았다가 오징어볶음을 먹으러 왔다는 그 손님은, 남자친구가 줄을 서 있는 동안 자신은 근처 떡집에 다녀오는 효율적인 역할 분담을 했다고 남겼습니다. 이십오 분을 기다렸다고 했습니다.
더 일찍 도착한 손님도 있었습니다. 오픈 시간보다 십오 분 먼저 왔는데도 이미 자리가 차 있었고, 뒤늦게 줄을 서서 사십 분을 기다린 끝에 입장했다고 적었습니다. 반면 웨이팅을 피하려 점심시간을 살짝 비켜 평일 오후 두 시쯤 방문한 손님은 십오 분에서 이십 분 정도만 기다렸다고 했으니, 시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기다림의 길이가 크게 달라지는 곳입니다.


같은 오징어불고기, 다른 평가
대표 메뉴인 오징어불고기를 둘러싼 평가는 갈립니다. 불향이 은은하게 올라오고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깊다고 극찬한 손님이 있는가 하면, 맛 자체가 좀 거칠었다고 담담히 적은 손님도 있었습니다. 나쁘지 않은 정도였고, 굳이 비유하자면 달지 않은 떡볶이 맛에 가까웠다는 게 그 손님의 표현이었습니다. 같은 메뉴를 두고 이렇게 다른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삼십 년 노포의 손맛도 방문한 날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서비스에 대한 인상도 엇갈립니다. 어떤 손님은 직원의 서비스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고 적었는데, 점심 메뉴와 요리 메뉴를 헷갈려하고 직원들끼리 소통이 안 되어 보였다는 이유였습니다. 다만 그 손님도 가격을 생각하면 큰 서비스를 바란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반면 신선한 재료와 두툼한 오징어 손질을 마음에 들어 한 손님도 있었고, 식사를 마친 뒤 남은 양념에 볶아 먹는 볶음밥을 별미로 꼭 챙기라고 권한 손님도 있었습니다.
뱃고동
오징어·낙지 요리 전문점압구정로데오역 5, 6번 출구 인근 건물 지하에 자리한 오징어·낙지 요리 전문점입니다. 테이블은 대부분 4인석이고, 점심시간대에는 웨이팅이 자주 생깁니다.
유행에 민감한 압구정로데오라는 상권 안에서 유행을 쫓기보다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한 끼를 내어주는 곳
- 주소
- 서울 강남구 언주로172길 54 (지하 1층)
- 영업
- 매일 11:30 - 21:30 (라스트오더 21:00), 점심식사 주문은 17시 이전
- 가격
- 점심특선(백반) 9,500원 내외 / 오징어불고기·오징어튀김 등 요리 메뉴
- 비고
- 예약 불가(단체 제외) / 발렛·주차 가능 / 포장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