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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울산 성남동 젊음의거리) 문을 닫은 옆자리에서, 누군가는 새로 연다

보세거리 점포 셋 중 하나는 임대 딱지가 붙어 있고, 그 옆에서는 새 매장이 문을 열고 축제 무대가 선다. 성남동은 지금 두 가지 속도로 걷고 있다.

글
alleymag.
발행
2026.02.01
골목
울산 성남동 젊음의거리
문을 닫은 옆자리에서, 누군가는 새로 연다
Artwork by alleymag.

성남동 보세거리를 걷다 보면 셔터 내린 가게가 자꾸 눈에 걸린다. 유리문에 붙은 '임대문의' 종이, 먼지 앉은 마네킹, 불 꺼진 간판. 몇 걸음을 걸어야 겨우 문을 연 가게 하나가 나온다.

2024년 8월 보도에 따르면 이 보세거리 약 44개 점포 가운데 15곳이 임대 표시가 붙었거나 폐업한 상태였다. 2층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20곳 가까이로 늘어난다. 셋 중 하나꼴로 불이 꺼져 있는 셈이다. 한때 휴대폰거리로 불리던 구간도 사정은 비슷해서, 27곳 가운데 14곳이 문을 닫았거나 세를 내놓은 채였다.

상인들이 꼽는 이유는 두 갈래다. 하나는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 간 손님들이고, 다른 하나는 부산이다. 도로가 늘고 전철이 놓이면서 부산으로 향하는 걸음이 늘었고, 그만큼 이 거리에 남는 걸음은 줄었다. 물건을 사러 굳이 성남동까지 나올 이유가 하나씩 사라진 셈이다.

Artwork by alleymag.

그렇다고 오래된 가게가 전부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곰장어를 다루는 좌판은 여전히 저녁마다 불을 켜고, 수십 년째 같은 자리를 지킨다는 통닭집과 두루치기 노포도 골목 안쪽에서 손님을 맞는다. 세월이 앉은 나무 간판과 빛바랜 차림표가 그대로인 가게들이다. 새 매장이 문 닫은 옆자리를 채우는 동안, 어떤 가게는 애초에 문을 닫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셈이다.

그 옆에서 누군가는 새로 연다

그런데 같은 거리, 몇 걸음 옆에서는 정반대 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된 간판 위로 새 간판이 하나 더 걸린 자리다. 건물 2층에는 '타오원(THAO UYEN)'이라는 예전 상호가 여전히 붙어 있고, 그 아래 1층에는 '쇼핑헷지'라는 이름의 새 매장이 통유리 너머로 마네킹을 세워 두고 손님을 부른다. 간판을 걷어내지 않은 채 그 위에 새 얼굴 하나를 더 얹은 셈이다.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 앞에는 '2층 여성의류'와 편의점 간판이 나란히 붙어 있고, 개점을 알리는 현수막에는 에이블리와 지그재그, 네이버 같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이름이 함께 적혀 있다. 매장을 연 사람들도 손님이 어디에서 옷을 고르는지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오프라인 매장 하나를 열면서 온라인 입점 소식부터 함께 알리는 방식이다.

Artwork by alleymag.

가게 하나가 문을 닫으면 그 옆자리는 한동안 비워진 채로 남기도 하고, 이렇게 다른 간판을 달고 다시 열리기도 한다. 두 풍경이 같은 골목 안에서 번갈아 나타난다. 어느 가게가 다음 차례일지는 아무도 미리 알지 못한다.

관에서 세운 무대

손 놓고 지켜만 본 것은 아니다. 2010년 무렵부터 시작된 문화재생사업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인근에 울산시립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2016년에는 '울산큰애기이야기로'라는 이름의 탐방로가 조성돼 젊음의거리를 지나 옛 울산역 자리와 맨발의청춘길까지 걷는 길이 하나로 이어졌다.

9월이면 아케이드 지붕 아래로 축제 현수막이 걸린다. 청년예술제가 열리는 날이면 나무 좌판이 골목 한가운데 놓이고, 사람들이 그 위에 걸터앉아 무대를 구경한다. 올리브영 매장 앞 광장에서는 난타 공연팀이 북을 두드리고, 지나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춰 선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배경으로 옛 거리의 흥을 되살리는 공연이 펼쳐지는 셈이다.

Artwork by alleymag.

축제가 끝나면 좌판은 걷히고 현수막도 내려간다.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셔터 내린 가게와 문을 연 가게가 나란한 평소의 거리로 돌아간다. 무대가 섰다 사라진다고 임대 표시가 당장 떼어지는 것은 아니다.

축제 하루를 위해 준비하는 손길은 여러 곳에 걸쳐 있다. '청년디딤돌'이라는 글자가 적힌 기념품 통을 참가자들에게 나눠 주고, 행사장 배치도를 인쇄해 돌리고, 스탬프 네 개를 모으면 선물을 주는 투어 코스까지 짜 두었다. 지도 위에는 젊음의거리와 시계탑, 중앙전통시장이 나란히 표시돼 있다. 하루짜리 무대를 위해 들이는 품이 짧지 않다는 뜻이다.

임대 딱지가 붙은 셔터와 막 문을 연 새 매장, 관에서 세운 무대가 한 골목 안에 다 들어 있다. 같은 하루 안에서도 어느 쪽 걸음을 따라가느냐에 따라 이 거리는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읽힌다. 이 거리가 지금 어느 쪽으로 더 기울어 있는지는, 아마 셔터를 다시 올리는 손과 무대 아래 모이는 걸음의 숫자가 시간이 지나야 말해 줄 것이다.

FIELD PHOTOS : 현장에서 모은 사진
SCENE 01 : 옛 간판 위에 걸린 새 간판
pyw4920이 찍은 젊음의거리 옷가게 매장입니다. 옛 상호 간판 위에 새로 연 매장 간판과 온라인 쇼핑 플랫폼 입점 안내가 함께 붙어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pyw4920이 찍은 젊음의거리 옷가게 매장입니다. 옛 상호 간판 위에 새로 연 매장 간판과 온라인 쇼핑 플랫폼 입점 안내가 함께 붙어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2026.09 / 사진 pyw4920 · https://blog.naver.com/pyw4920/224416866992 pyw4920이 찍은 젊음의거리 옷가게 매장입니다. 옛 상호 간판 위에 새로 연 매장 간판과 온라인 쇼핑 플랫폼 입점 안내가 함께 붙어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SCENE 02 : 프랜차이즈 앞에서 울리는 북소리
usjunggu가 찍은 청년예술제 현수막과 올리브영 매장 앞 난타 공연입니다. 관에서 마련한 축제 무대가 아케이드와 프랜차이즈 매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습입니다.usjunggu가 찍은 청년예술제 현수막과 올리브영 매장 앞 난타 공연입니다. 관에서 마련한 축제 무대가 아케이드와 프랜차이즈 매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습입니다.
▲ 2026.09 / 사진 usjunggu · https://blog.naver.com/usjunggu/224413960910 usjunggu가 찍은 청년예술제 현수막과 올리브영 매장 앞 난타 공연입니다. 관에서 마련한 축제 무대가 아케이드와 프랜차이즈 매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습입니다.
이 글의 공실 관련 숫자는 2024년 8월 보도 시점의 조사이며,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문화재생사업, 시립미술관 개관, 이야기로 조성 연도는 공개 자료로 확인했다. 매장과 축제 장면은 2026년 8월부터 9월까지의 방문 기록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발행 이후 새로 확인되는 방문 기록이 있으면 사진과 내용을 갱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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