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해미읍성 골목) 한 접시뿐인 메뉴판 앞에서
해미읍성 골목 안쪽, 드라마 속 브라질떡볶이로 알려진 분식집입니다. 옛 건물은 벽의 그림으로 남았고, 한 접시를 두고 사람들은 서로 다른 맛을 적어 두었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31
- 골목
- 서산 해미읍성 골목

해미읍성에서 걸어 나와 골목 안쪽으로 접어들면 야자수가 그려진 초록색 간판이 보입니다. 브라질떡볶이 얄개분식. 이름은 낯설지만 메뉴는 이상할 만큼 단순합니다. 파는 것은 모듬떡볶이 하나뿐이고, 이 집을 다녀간 사람들의 기록도 대부분 그 한 접시로 모입니다. 다만 한 접시를 어떻게 받아 적었는지는 사람마다 달랐습니다.
골목 안쪽이라 처음에는 헤맸다는 사람이 있고, 표지판만 따라오면 어렵지 않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차를 어디에 세웠는지도 기록마다 다릅니다. 읍성 공영주차장에 세우고 걸어왔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게 앞에 댈 자리가 있었다는 사람도 있고, 평일 점심에는 바로 앞에 댔지만 주말에는 장담하지 못하겠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옛 가게는 그림으로 남았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벽에 옛 가게를 그린 그림 한 점이 걸려 있습니다. 지금의 건물은 안팎을 말끔하게 새로 단장한 모습이어서, 드라마에서 보던 풍경을 기대하고 온 사람은 잠깐 멈칫합니다. 한 방문자는 겉도 속도 고쳐서 그 시절의 모습이 사라졌다고 적었고, 다른 방문자는 옛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덕분에 안이 덥지 않아 편했다고 적었습니다. 새 건물 이전의 가게를 직접 가 본 사람의 기록이 가장 담담합니다. 옥색 의자와 초록색 메뉴판이 있던 자리를 아는 그는 외관이 많이 바뀌었어도 떡볶이 맛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남겼습니다.


벽을 따라 빼곡하게 붙은 색색의 종이는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사인입니다. 드라마 배우들의 것도, 야구 선수들의 것도 있습니다. 한 방문자는 서산에 프로야구 2군 훈련장이 있어서 선수들의 사인이 유독 많은 듯하다고 짐작했습니다. 떡볶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벽에 붙은 촬영 당시의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았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접시는 하나, 평은 여럿
메뉴는 모듬떡볶이 하나이고 두 사람 몫부터 주문할 수 있습니다. 접시가 나오면 양이 넉넉하다는 기록이 이어집니다. 떡과 어묵, 라면 사리, 당면, 튀김만두, 삶은 계란이 한 접시에 얹혀 나오고, 한 사람은 그 아래 깔린 콩나물의 식감을 이 집만의 한 수라고 불렀습니다. 세 사람이 세 몫을 시켰다가 판단을 잘못했다고 적은 사람이 있고, 네 몫을 시켜 먹는 통에 사장님이 얼굴을 기억해 주신다는 단골도 있습니다.


맛에 대한 평은 의외로 한 방향이 아닙니다. 한 사람은 매콤달콤한 양념이 아삭한 콩나물과 만나는 순간을 극락이라고까지 적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라볶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꼭 와서 먹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그 사이에 선 사람들은 대체로 자극적이지 않고 달달한 쪽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입니다. 엄마가 집에서 해 준 떡볶이 같다는 사람도, 먹을 때는 몰라도 집에 돌아가면 자꾸 생각나는 감칠맛이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 먹은 접시에 남은 양념은 공깃밥으로 이어집니다. 김가루를 얹은 밥을 비비는 일이 이 집에서는 하나의 순서처럼 굳어 있어서, 비빈 밥을 하트 모양으로 완성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도 의견은 갈립니다. 꼭 해야 하는 코스라는 사람이 있고,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는 사람이 있고, 배가 불러 아예 못 비볐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리와 계산은 옛날 방식으로
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테이블이 예닐곱 개쯤이라고 센 사람이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할머니 한 분이 화구 두 개를 돌리느라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가게를 두고 사장님과 아드님이 함께 일한다고 적은 사람도 있어서, 그날그날 주방의 풍경은 조금씩 다른 모양입니다. 문을 열자마자 들어가 손님 없이 먹다가 먹는 사이 하나둘 자리가 차는 것을 본 사람이 있고, 점심 무렵에는 꽤 붐빌 것 같다고 짐작한 사람이 있고, 가끔 대기가 생긴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계산은 현금이나 계좌이체로만 합니다. 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 여러 기록에 들어 있으니 지갑에 현금이 있는지 한 번 보고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단무지와 물과 수저는 입구 쪽에서 직접 챙깁니다. 재료만 포장해 가는 밀키트도 있어서, 배가 불러 먹지 못하고 가져가 집에서 끓였다는 사람은 밀키트에 들어 있던 안내문대로 센 불에 끓이면 된다고 적었습니다. 이름에 왜 브라질이 들어가는지는 사장님께 여쭙는 걸 깜박했다는 아쉬움도 한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한 기록은 떡볶이를 먹고 소화도 시킬 겸 해미읍성을 걸어 보라고 권했습니다. 접시 하나로 시작한 오후가 성벽까지 이어지는 셈입니다.
얄개분식 브라질떡볶이
분식(떡볶이)해미읍성 골목 안쪽에서 모듬떡볶이 하나만 파는 분식집입니다.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져 찾아오는 사람이 많고, 지금의 건물은 안팎을 새로 단장한 모습입니다.
떡볶이 맛은 변한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때 그 추억의 떡볶이 맛이었어요.
- 주소
-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성마을4길 24-1
- 영업
- 매일 11:00 - 18:00
- 가격
- 모듬떡볶이 2인분 14,000원(올해 초중반 기록에는 12,000원), 밀키트(재료포장) 13,000원, 공깃밥(김가루 포함) 2,000원, 사이다 1,000원, 쿨피스 2,000원
- 비고
- 2인 이상 주문 / 카드 불가, 현금·계좌이체만 / 전화 041-688-8327 / 간판에 Since 1982 표기 / 단무지·물·수저 셀프 / 밀키트 냉장 보관 여름 3일·겨울 5일(가게 안내문) / 주차는 기록마다 다름(가게 앞 주차 가능 / 해미읍성 공영주차장 이용 / 골목이라 주차공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