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영화루, 국번 없는 전화번호가 아직 걸려 있는 집
흰 타일 벽에 파란 한자 간판, 문 앞엔 빛바랜 차림표. 오늘 처음 문을 연 사람도, 어릴 때부터 이 골목에서 자란 사람도 같은 테이블에 앉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9.06
- 골목
- 서촌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자하문로를 따라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흰 타일 벽에 파란 한자 간판을 단 영화루가 보입니다. 간판 옆에는 빨간 주련이 걸려 있고, 문 앞에는 빛바랜 차림표가 세워져 있어 외관만 보고도 오래된 집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지나가다 입간판에 적힌 문구 하나에 발길을 멈추고 그대로 들어갔다고 적었고, 어떤 사람은 평일 오전 열한 시 문을 열자마자 자리가 금세 차고 뒤이어 대기 줄까지 생기는 걸 보고 놀랐다고 남겼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목조로 마감한 천장과 벽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1층과 2층을 합쳐 여든 석이 넘는 규모라 자리는 넉넉한 편이지만, 점심시간에는 그마저도 금방 채워진다는 후기가 여럿입니다. 벽 한쪽에는 이곳을 다녀간 연예인들의 사인이 줄지어 붙어 있는데, 최근 날짜가 적힌 사인도 섞여 있어 지금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짐작하게 합니다.


대표 메뉴는 고추간짜장과 고추짬뽕입니다. 인공 캡사이신 대신 청양고추로만 매운맛을 낸다는 점이 자주 언급되는데, 맵기를 감당하기 힘들었다는 사람도, 얼얼한 만큼 맛있었다는 사람도 함께 있습니다. 매운 걸 잘 못 먹는다면 주문할 때 덜 맵게 해달라고 미리 말해 두라는 조언도 후기에 남아 있습니다. 탕수육은 도톰한 튀김옷 대신 얇고 바삭한 옛날식으로 나오는데, 이 식감을 그리워하던 사람에게는 반가운 메뉴로 꼽힙니다. 짜장면과 짬뽕 같은 기본 메뉴도 여전하다는 평이 있고, 잡채에 밥을 더한 잡채밥을 따로 추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누하동 골목의 기억
이 집을 오래 알아온 사람에게 영화루는 메뉴로만 기억되지 않습니다. 어릴 때 이 골목 인근에서 자랐다는 한 사람은, 아버지가 짜장면을 시켜 먹자고 하면 골목을 내달려 이 집으로 향했던 기억을 적었습니다. 그때는 배달 오토바이가 흔치 않아 철가방을 든 배달원과 나란히 걸어 집으로 돌아갔다는 대목도 함께 남겼습니다. 입학식과 졸업식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았던 자리라는 기억은, 오늘 처음 이 집 문을 여는 사람의 후기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골목에 십 년 넘게 살았다는 다른 사람은, 처음 이사왔을 때만 해도 영화루는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던 평범한 중국집이었다고 적었습니다. 서촌이 지금처럼 알려지기 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 온 집이라, 동네가 유명해진 뒤에야 뒤늦게 그 맛이 널리 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래 다닌 사람과 이번에 처음 찾은 사람이 같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는 광경이 낯설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빛바랜 차림표와 국번 없는 전화번호, 벽에 줄지어 붙은 사인들. 이 집은 새로 단장하지 않고도 사람을 불러 모읍니다. 늦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에만 아홉 건의 방문 기록이 쌓였고, 그 아홉 걸음 중에는 오늘 처음 이 골목에 들어선 사람도, 어릴 때부터 이 문턱을 넘나든 사람도 함께 섞여 있습니다.
영화루
중식 (중화요리)서촌 골목 안쪽 누하동에 있는 중식당입니다. 흰 타일 벽에 파란 한자 간판을 달고 있고, 1층과 2층을 합쳐 여든 석이 넘는 자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청양고추로만 매운맛을 낸 고추간짜장과 고추짬뽕이 대표 메뉴입니다.
흰 타일 외벽에 파란 한자 간판, 빨간 주련까지 있어 외관부터 오래된 집이라는 걸 말해줍니다
-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65
- 영업
- 매일 11:00 - 21:00 (브레이크타임 14:45 - 17:00, 라스트오더 20:15) / 매주 화요일 휴무
- 가격
- 짜장면 9,000원 / 짬뽕 10,000원 / 고추간짜장 12,000원 / 고추짬뽕 12,000원 / 삼선쟁반짜장 13,000원 / 어향가지 28,000원
- 비고
-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도보 약 10분 / 주차 공간 없음, 대중교통 이용 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