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보안스테이, 1942라는 숫자가 박힌 초록 표지판
1층은 카페, 2층은 책방, 그 위로 두 층이 숙소입니다. 같은 건물, 같은 골목인데도 묵은 방이 41호냐 32호냐에 따라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가 저마다 다르게 흘러갑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3.03
- 골목
- 서촌

효자로를 따라 경복궁 돌담을 끼고 걷다 보면 보안스테이가 있는 건물이 나옵니다. 1층은 카페, 2층은 책방, 그 위 3층과 4층이 숙소로 쓰입니다. 데이트하러 서촌에 왔다가 이 건물의 책방과 카페를 먼저 구경하고, 같은 건물에 숙소도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알게 된 뒤 몇 주 뒤 결혼기념일에 맞춰 다시 이곳을 예약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건물은 1942년 통의동 보안여관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문인과 예술가들이 드나들며 한국 문학의 한 페이지를 채운 자리로 전해지는데, 서정주와 김동리 같은 시인들이 모여 시 모임을 꾸렸던 곳이라는 이야기도 방문객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지금은 그 위층을 숙소로 고쳐 쓰면서, 아래층 카페와 책방의 이름에도 같은 뿌리를 남겨 두었습니다.


숙소는 5개 방으로 나뉩니다. 3층의 31, 32, 33호는 방마다 화장실이 따로 없어 두 개의 공용 화장실을 나눠 쓰고, 4층의 41, 42호는 객실 안에 화장실이 딸려 있습니다. 두 번 다 묵어 본 사람은 41호가 방도 넓고 전망도 좋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32호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반대로 31호나 32호 쪽 전망이 오히려 더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서, 어느 방이 제일이라는 결론은 방문한 사람 수만큼 갈립니다. 커튼으로만 나뉜 구역이라 옆방 소리가 들린다는 말도, 책장으로 시야가 가려져 나름 아늑했다는 말도 같은 3층을 두고 함께 나옵니다.
같은 창, 다른 사람
이곳에 묵는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찾은 부부가 있는가 하면, 눈이 내린 1월의 어느 날 홀로 서촌을 걸으려 혼자 예약한 사람도 있습니다.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잔나비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짐을 푼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경복궁 담장과 인왕산 능선 하나를 두고, 이렇게 서로 다른 사정을 품은 사람들이 하룻밤을 보내고 갑니다.


예약은 에어비앤비를 통해서만 받고, 체크인은 사람 없이 메시지로 안내받아 스스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건물 안에 기계식 주차장이 있지만 객실당 한 대뿐이고, 들어가는 골목이 좁아 차체가 큰 차량은 애초에 피하는 편이 낫다는 말이 여럿입니다. 냉장고는 아주 작아서 냉동 칸이 따로 없다는 점도 자주 언급되고, 입구 쪽 책장에 자유롭게 꺼내 읽을 수 있는 책들이 꽂혀 있어 신발을 벗기도 전에 책부터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뷰가 좋은 41호가, 누군가에게는 가격이 맞는 32호가 정답입니다.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게 오히려 이 숙소를 여러 번 찾게 만드는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보안스테이
독립 숙소 (에어비앤비, 북스테이)경복궁 돌담을 낀 효자로에 있는 독립 숙소입니다. 1942년 통의동 보안여관으로 문을 연 건물의 3, 4층을 고쳐 썼고, 3층 세 개 객실은 화장실을 함께 쓰며, 4층 두 개 객실은 안에 화장실이 딸려 있습니다.
탁 트인 창가로 시선이 닿는 곳마다 경복궁 영추문과 인왕산의 고즈넉한 능선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 주소
- 서울 종로구 효자로 33 (통의동) 3, 4층
- 영업
- 체크인 15:00 - 16:00 / 체크아웃 11:00 - 12:00 (호실별 상이)
- 가격
- 평일 8만원대부터, 주말 객실 내 화장실이 있는 41·42호는 30만원대까지 (호실·요일마다 차이)
- 비고
- 경복궁역에서 도보 약 7분 / 예약 에어비앤비 / 건물 내 기계식 주차장 객실당 1대(예약 필수, SUV·대형차 입고 불가) / 1층 카페보안, 2층 보안책방과 한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