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알맹상점은 물건이 아니라 용기를 채우러 가는 가게입니다
망원시장 골목의 제로웨이스트 리필스테이션. 세제도 간식도, 가져온 통에 필요한 만큼만 담아갑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4.02
- 골목
- 망원동

망원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조금은 낯선 이름의 가게를 만납니다. 알맹상점, 이름부터 무엇의 알맹이를 판다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가게에 들어서면 그 뜻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세제나 화장품,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손님이 가져온 용기에 필요한 만큼만 담아가는 리필스테이션입니다.
시작은 거창한 환경운동이 아니었습니다. 망원동의 몇몇 주민들이 모여, 안 쓰는 장바구니를 시장에서 빌려주고 일회용 봉투 대신 다회용기를 쓰자는 작은 실험을 벌인 것이 전부였습니다. 스스로를 알맹이만 찾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알짜라 부르던 이들은 동네 카페에서 무인 세제 리필숍을 운영해보기도 하고, 팝업을 열어보기도 하며 조금씩 판을 키워갔습니다. 그 작은 실험이 결국 지금의 가게로 이어졌습니다.
뉴비와 고인물이 함께 오는 곳
캐리어나 웨건에 빈 용기를 가득 담아와 채워가는 단골이 있는가 하면, 처음이라 조심스럽게 리필 방법을 물어보는 손님도 있습니다. 이 매장에서는 이들을 각각 고인물과 뉴비라 부르며, 어렵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직원을 불러도 된다고 안내합니다. 매번 오는 사람도, 처음 도전하는 사람도 똑같이 환영받는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선반 한쪽에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색깔별로 나눠 모으는 통이 놓여 있습니다. 그냥 버려지기 쉬운 것들을 모아 새로운 물건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활동이라고 합니다. 다른 한쪽에는 말린 과일과 견과류, 쿠키 같은 간식이 무게 단위로 진열되어 있어, 필요한 만큼만 덜어 담아가는 방식이 세제뿐 아니라 먹거리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선크림처럼 포장을 줄인 제품을 따로 들여놓기도 하는데, 종이 튜브로 바꾸었을 뿐인데도 쓰레기를 버릴 때의 마음이 달라진다고 적은 손님이 있었습니다.
이 매장의 스태프는 스스로를 알맹지기라 부릅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알맹지기를 불러달라는 안내문을 볼 수 있는데, 그 말 한마디가 낯선 방식의 쇼핑을 한결 편하게 만들어 줍니다.
망원동에는 유명한 맛집도, 트렌디한 가게도 많습니다. 하지만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이렇게 우리가 물건을 사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가게도 만나게 됩니다. 세제가 필요한 것인지, 세제가 담긴 통까지 필요한 것인지, 이 가게 앞에 서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알맹상점
제로웨이스트 리필샵망원시장 인근 골목에 자리한 제로웨이스트 리필스테이션. 세제와 화장품, 먹거리를 손님이 가져온 용기에 필요한 만큼 담아갈 수 있습니다.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
- 주소
-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25길 47 (한흥빌딩)
- 영업
- 정확한 영업시간은 매장 방문 전 확인을 권합니다
- 가격
- 리필 제품은 무게(g) 단위로 계산, 정확한 가격은 매장에서 확인
- 비고
- 본인 용기(다회용기) 지참 권장, 망원시장 도보권, 온라인 스마트스토어도 함께 운영


온라인으로도 제품을 살 수 있지만, 직접 가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으면 이곳이 왜 오프라인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는 것과는 다른 걸음입니다. 골목 한편의 작은 가게 하나를 통해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음에 망원동 골목을 걷게 된다면, 이 가게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춰봐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