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벽화마을) 잔이 쉰 칸 걸린 벽 앞에서 마시는 다섯 모금
이화달팽이길 입구, 언덕을 다 오른 사람만 만나는 에스프레소 바. 컵을 만드는 사람이 그 컵에 커피를 담아 냅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7.29
- 골목
- 이화벽화마을

붉은 벽돌 건물 1층, 검은 차양에 흰 글씨로 'Espresso Bar ODEOKSAE COFFEE'라고 적혀 있습니다. 벽에는 오덕새를 한자로 옮긴 '德寶'라는 네온 간판이 걸려 있고, 그 옆 번지수 '57'이 이 골목에서 이 집을 찾는 표식이 됩니다. 낙산공원과 혜화역 사이, 이화벽화마을 계단을 오르내리다 마주치는 언덕길 중턱입니다.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오르막이 이어져 택시를 타고 오는 걸 추천한다는 후기가 여럿이고, 영수증을 챙겨 가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전해집니다. 영업시간도 계절과 사정에 따라 조금씩 흔들립니다. 평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여름철에는 4시 반이면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고 하고, 토요일은 6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5시 반까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보람이 있었다고 적은 사람이 여럿인 걸 보면, 이 언덕은 이 집을 찾아오는 사람을 한 번 거르는 셈입니다.
잔이 쌓인 벽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무 진열장에 잔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흰 잔과 검은 잔이 칸마다 하나씩, 어떤 칸에는 종이컵이, 어떤 칸에는 작은 유리병이 대신 놓여 있습니다. 오덕새는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라 잔을 만드는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사연을 알고 나면 벽 하나를 가득 채운 잔들이 그냥 장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한쪽 벽에는 갓을 쓴 인물이 배 위에서 잔을 들어 올리는 그림이 걸려 있고, 문 앞 벽에는 할아버지와 손녀로 보이는 두 사람을 그린 그림이 있어, 들어서기 전부터 이 집의 손이 닿은 흔적을 먼저 만나게 됩니다.


이 집의 이름을 딴 메뉴는 커피 오마카세입니다. 샤케라또와 콘파냐, 오덕새 콘파냐, 기본 에스프레소, 스트라파짜토까지 다섯 잔을 이만 원에 내는 구성으로, 잔마다 다른 얼굴을 가진 커피를 차례로 마시게 됩니다. 다섯 잔이라는 가격 치고 합리적이라는 말이 여러 후기에 반복되고, 네이버 예약을 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리뷰를 남기면 에스프레소 한 샷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사람들 사이에 알려진 요령입니다.
같은 잔을 다르게 본 사람들
크리스마스이브 전야, 겨울비가 그친 자리에 들른 사람은 이곳을 조용하고 운치 있는 공간으로 기억했습니다. 말수가 줄어들어도 어색하지 않고,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부르는 어느 방문객은 관광지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커피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곳이라 했고, 골목 자체가 이미 한 장면 같아서 카메라를 들게 된다고 남겼습니다. 서울 당일치기 코스를 찾다가 들렀다는 사람은 낙산공원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채워 줬다고 했습니다.


이 자리를 다르게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건물 위층에는 여수 서대를 파는 식당이 있는데, 그 집에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이 내려오는 길에 오덕새에 들러 커피로 마무리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한 골목에서 위아래 층을 오가며 하루를 채우는 셈입니다. 문을 나서면 바로 이화달팽이길입니다. 나선형으로 휘어진 이 길은 드라마 촬영지로 여러 번 나와, 계단을 내려오다 발견한 사람들이 반갑게 사진을 남기고는 합니다.
오덕새
에스프레소 바낙산공원과 혜화역 사이, 이화벽화마을 계단을 오르는 언덕 중턱의 에스프레소 바입니다. 직접 만드는 잔을 진열장 가득 채워 두고, 그 잔에 담아 다섯 가지 커피를 내는 오마카세가 이 집의 방식입니다.
관광지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커피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곳
- 주소
- 서울 종로구 율곡로19길 57 1층
- 영업
- 평일 12:00 - 17:00(여름철 16:30 라스트오더, 계절에 따라 유동적) · 토요일 12:00 - 18:00 · 일요일 13:00 - 17:30
- 가격
- 커피 오마카세 5잔 20,000원(샤케라또·콘파냐·오덕새 콘파냐·에스프레소·스트라파짜토) · 네이버 예약 10% 할인 · 리뷰 작성 시 에스프레소 1샷 무료
- 비고
- 주차 불가(언덕길, 택시 이용 시 영수증 지참하면 할인) · 잔(컵) 제작 사업을 함께 운영 · 이화달팽이길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