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 사마르칸트라는 이름의 식당이 이 골목에 몇 개인지 아세요
같은 이름을 걸고도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한 식당들 사이에서, 2층으로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집.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12
- 골목
-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

이 골목을 처음 찾은 사람들이 한 번씩 겪는 일이 있습니다. 지도 앱에 '사마르칸트'를 검색했다가 비슷한 이름의 식당이 줄줄이 뜨는 걸 보고 당황하는 겁니다. 그랜드사마르칸트, 스타사마르칸트,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사마르칸트시티까지. 우즈베키스탄의 옛 도시 이름을 저마다 간판에 새겨 놓아서, 정확히 어느 집을 찾아가는지 미리 적어 가지 않으면 골목 안에서 헤매기 십상입니다.
사마르칸트시티는 그중에서도 조금 다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점들이 길가에 바로 붙어 시장통 주막 같은 느낌을 낸다면, 이곳은 2층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1층 입구에는 큼직한 메뉴 안내판이 걸려 있어서 못 보고 지나칠 일은 없습니다만, 계단을 오르기 전까지는 안이 어떤 모습인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계단 끝에서 마주하는 공간은 넓고 환합니다. 관광객을 겨냥해 꾸민 티보다는 현지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드는 로컬 식당에 가까운 분위기라고, 처음 방문한 손님은 적었습니다. 벽에는 우즈베키스탄 각지의 문양이 담긴 접시가 걸려 있고, 자수 방석을 올린 짙은 색 소파들이 창가를 따라 늘어서 있습니다. 한쪽 벽에는 우즈베키스탄 국기가 걸려 있고, 그 옆으로 음료 냉장고와 러시아산 맥주 브랜드의 입간판이 나란히 서 있어 이 집이 어느 나라 식당인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이 집을 운영하는 사람의 사연이 메뉴판 바깥에서도 전해집니다. 대표는 우즈베키스탄 제2의 도시 사마르칸트 출신으로, 스무 해 가까이 전에 혼자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광희동 골목에서 10년 동안 온갖 궂은일을 하며 식당 일을 밑바닥부터 배웠고, 그렇게 모은 돈과 조리법으로 2016년 지금의 자리를 열었습니다. 지금은 가족이 함께 가게를 꾸려 가는데, 홀에서 손님을 맞는 아들은 한국말이 유창해 손님들 사이에서 메뉴 설명을 잘해 주기로도, 훤칠한 인상으로도 입소문이 났습니다.
메뉴판을 한 장 더 넘기면 이 집의 정체성이 또렷해집니다. 플로프와 삼사, 샤슬릭 같은 우즈베키스탄 음식 사이에 당근김치와 쿠크시가 나란히 올라 있습니다. 대표의 외할머니가 옛 소련 시절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겪은 고려인이기 때문입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으려 고려인들이 담가 먹던 당근김치가, 이제는 우즈베키스탄 정통 요리와 한 상에 놓여 손님을 맞습니다. 실크로드의 교차로였던 도시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간판 아래, 또 다른 교차로가 조용히 차려져 있는 셈입니다.
삼사는 양고기로 속을 채운 쪽을 추천하는 손님이 많습니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세지 않고 담백하게 구워져 나온다고, 평소 양고기 잡내에 예민하지 않은 손님도 유독 이 집 것은 맛있었다고 적었습니다. 개당 4,500원 선이고, 면과 꼬치 종류까지 메뉴가 다양해 대개 10,000원에서 15,000원 사이에서 한 끼가 꾸려집니다. 친구들 대여섯이 몰려가 지즈비즈부터 만티, 돌마, 미니 세트까지 한 상 가득 시켜 놓고 먹는 모습도 드물지 않습니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로 브레이크타임이 따로 없지만,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수요일은 쉽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두면 좋은 점은 외부 음식과 술을 들고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입니다. 입구에 안내문이 붙어 있긴 한데 러시아어로만 적혀 있어서, 근처에서 케이크를 사 들고 간 손님이 주문할 때가 되어서야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 알았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같이 간 일행 중에 러시아어를 아는 사람이 있었는데도 안내문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고 하니, 한글로 된 작은 안내 하나가 아쉬운 순간이었던 셈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왜 굳이 2층까지 올라와 이 집을 찾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같은 이름을 쓰는 식당이 골목 안에 여럿이어도, 그 이름 아래 쌓인 10년의 시간과 가족의 손맛까지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사마르칸트시티
우즈베키스탄 음식점네이버 블로그 방문 기록 4건을 종합했습니다. 2016년 문을 연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으로, 대표의 고려인 혈통을 따라 당근김치·쿠크시 같은 고려인 음식도 함께 낸다.
매장 내부는 관광객을 겨냥해 예쁘게 꾸민 느낌보다는, 현지 사람들이 편하게 찾는 로컬 식당 분위기에 더 가까웠어요.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42길 16 성산빌딩 2층
- 영업
- 10:00~23:00 (브레이크타임 없음, 매월 첫째·셋째 주 수요일 휴무)
- 가격
- 삼사 4,500원 / 메인 요리 10,000~15,000원대
- 비고
- 외부 음식·음료 반입 금지. 2층이며 1층에 큰 메뉴 안내판이 걸려 있어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