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 가장 늦게 들어와 가장 넓게 벌여 놓은 집
지난해 끝자락에 문을 연 신상 식당이, 이미 자리 잡은 이웃들 틈에서 할 수 있는 일.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12
- 골목
-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

이 골목의 식당 간판을 눈여겨보면 개업 연도가 대체로 200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에 몰려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아틀라스는 막내 격입니다. 지난해 끝 무렵에야 문을 열었으니, 옆집들이 10년 넘게 쌓아 온 단골을 상대해야 하는 처지인 셈입니다.
그런데 막상 가게 앞에 서면 신상이라는 긴장감보다는 자신감이 먼저 보입니다. 'ATLAS' 간판 아래로 통유리 매대를 길게 늘어놓고, 그 위에 갓 구운 논(uzbek 전통 빵)을 수북이 쌓아 둔 모습이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붙잡습니다. 가게 이름은 우즈베키스탄 전통 실크 원단의 화려한 문양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매대 가득한 빵의 비주얼이 그 이름값을 하는 듯합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테이블마다 태블릿 키오스크가 놓여 있는 점이 먼저 눈에 띕니다. 옆 골목의 오래된 식당들이 손으로 쓴 메뉴판이나 종이 전단을 쓰는 것과는 다른 풍경입니다. 처음 방문한 손님은 이곳의 메뉴판을 두고 '파파고도 번역하지 못하는 메뉴판'이라고 적었습니다. 키릴 문자와 우즈베크어가 그대로 적혀 있어 그림을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주문해야 했다는 이야기인데, 직원에게 추천을 부탁해 논과 플로프, 삼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메뉴 구성은 우즈베키스탄 음식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라그만과 만티 같은 위구르식 메뉴, 러시아식 펠메니까지 한 메뉴판 안에 함께 올라 있어서, 중앙아시아 식문화가 겹치는 지점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자리에 앉으면 설탕을 넣지 않은 초이(차)부터 나오는데, 외국인 손님이 테이블마다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의 테이블에만 찻주전자가 없다는 걸 알아챈 손님도 있었습니다. 주인이 그냥 한 주전자를 더 내어 주며 넘어갔다고 하니, 작은 실수쯤은 편하게 웃어넘기는 분위기인 듯합니다.
삼사는 화덕에서 막 꺼낸 걸 가장 먼저 추천받는 메뉴입니다. 겉은 결대로 바삭하게 부풀어 오르고 깨가 고르게 박혀 있는데, 반으로 가르면 다진 고기가 육즙과 함께 가득 차 있습니다. 만티는 찐만두에 가까운 모양으로 나와 소스에 찍어 먹고, 플로프는 당근과 건포도가 고기 기름에 고루 볶여 한 숟갈만 떠도 여러 향이 한꺼번에 느껴진다고 여러 손님이 입을 모았습니다.


메뉴판을 한 장 더 넘기면 가격대가 꽤 넓게 퍼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샤슬릭 한 꼬치는 8천 원대로 시작하지만, 고기와 빵을 큰 나무 접시에 한가득 담아내는 고슈트 아소르티는 2만 원대까지 올라갑니다. 혼자 가볍게 들러 꼬치 하나와 빵으로 끼니를 때울 수도 있고, 여럿이 모여 접시를 가득 채워 나눠 먹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메뉴판 한구석에는 조지아식 눌러 구운 닭 요리 타바카도 끼어 있어서, 중앙아시아 식당 하나에 주변국의 입맛까지 조금씩 걸쳐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골목을 걷다 아틀라스를 지나친 손님들의 후기에도 공통된 장면이 있습니다. 가게 밖에 커다란 솥을 걸어 두고 그 자리에서 바로 플로프를 볶아 내는 모습입니다. 이미 수십 년째 이 골목에서 장사해 온 이웃 가게들과 손님을 나눠 가져야 하는 처지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눈과 코를 가장 먼저 붙잡는 쪽을 택한 셈입니다. 매장 앞을 가득 채운 빵과 솥 안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10년 터줏대감들 틈에서 아직 1년이 채 안 된 집이 낼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광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집이다 보니, 이 골목을 오래 다닌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직 '새로 생긴 그 집' 정도로 불리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매대에 쌓인 빵과 솥에서 올라오는 김은 매일 그 자리에서 똑같이 반복됩니다. 10년 된 이웃들 틈에서 1년도 안 된 가게가 자기 자리를 만드는 방식은 결국 이런 반복인 듯합니다.
아틀라스
우즈베키스탄·중앙아시아 음식점네이버 블로그 방문 기록 2건과 골목 안내 자료를 종합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전통 실크 원단 문양에서 이름을 땄고, 매장 입구의 대형 솥에서 플로프를 직접 볶아 낸다.
메뉴판이 진짜 찐이었다, 파파고도 번역하지 못하는 메뉴판.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42길 30 1층
- 영업
- 매일 10:00~23:00
- 가격
- 논·삼사 3,000원대~ / 메인 요리 10,000원대
- 비고
- 2025년 말 개업. 테이블마다 태블릿 키오스크 주문. 라그만·만티 등 위구르식 메뉴, 러시아식 펠메니도 함께 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