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금리단길) 학교 가는 차와 카페 가는 차가 한 골목에 선다
통학로로 정비된 길이 주말이면 외지 차량으로 가득 찬다. 금리단길은 지금 두 가지 생활을 한 폭에 담느라 매번 빠듯하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13
- 골목
- 구미 금리단길

평일 아침 여덟 시의 금리단길은 카페 골목이 아니라 통학로다. 구미여중과 구미초 쪽으로 걸어가는 아이들과 그 뒤를 따르는 학부모 차량이 좁은 인도와 도로를 번갈아 쓴다. 같은 길이 토요일 오후가 되면 전혀 다른 얼굴을 한다. 외지에서 온 차들이 골목 안쪽까지 밀고 들어오고, 카페 앞 한두 자리를 두고 순서를 기다리는 풍경이 펼쳐진다.
이 길이 원래 정비된 이유는 카페 때문이 아니었다. 통학 안전을 위해 전선을 땅 아래로 내리고 인도를 넓힌 사업이 먼저였고, 카페는 그 뒤에 따라왔다. 그 순서가 지금 이 골목이 겪는 번잡함의 뿌리이기도 하다. 생활을 위해 넓힌 길 위로, 생활과 무관한 걸음이 몰려드는 중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누군가는 매일 그 틈을 몸으로 메운다.

좁은 골목이 감당하는 두 가지 걸음
방문 기록을 남긴 이들이 가장 자주 토로하는 어려움은 다름 아닌 주차다. 가게 앞에 한두 대 세울 자리가 있지만 금세 차는 법이고, 그러면 골목 안쪽에 아무렇게나 세워두어야 한다는 하소연이 반복해서 보인다. 결국 사람들은 구미역 후면의 지하주차장이나, 맞은편 새마을금고 주차장까지 걸어 들어가는 쪽을 택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러 왔다가 주차 자리부터 찾아 한 바퀴 도는 일이, 이 골목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주민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평소 걸어서 은행에 가고 걸어서 장을 보던 골목에, 주말마다 낯선 번호판을 단 차들이 들어찬다. 골목 폭 자체는 넓어졌지만 그만큼 찾아오는 사람도 늘었으니, 체감하는 여유는 오히려 줄었을 수 있다. 통학로로 설계된 길과 상권으로 소비되는 길이 같은 폭을 두고 경합하는 셈이다.
넓힌다고 끝나지 않는 일
구미시가 구미역 앞 광장을 넓혀 열린 공간과 지하주차장을 함께 늘리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광장이 넓어진다고 해서 골목 안쪽까지 밀려드는 차량이 바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역 쪽에서 더 많은 차를 받아낼 수 있다면, 골목 안으로 들어오는 걸음은 그만큼 가벼워질 수 있다.

좁은 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벽돌 건물 사이로 낸 통로마다 새 간판이 붙어 있다. 사람, 술, 음악이 교차하는 공간이라 적어놓은 어느 술집의 문패처럼, 이 골목 자체가 서로 다른 속도로 사는 두 무리가 교차하는 자리가 되어가고 있다. 학교 가는 걸음과 카페 가는 걸음이 같은 보도블록을 밟는다는 사실은, 번거로움인 동시에 이 길이 아직 살아 있는 동네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상인들 사이에서도 체감은 엇갈린다. 신상 카페를 연 쪽은 주말 손님을 반기지만, 오래전부터 가게를 지켜온 쪽은 늘어난 차량과 소음을 매번 감당해야 한다. 같은 골목 안에서 환영과 피로가 동시에 쌓이고 있는 셈이다. 그 둘을 어떻게 함께 끌고 갈지는, 간판을 새로 다는 일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숙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