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하나로 갈리는 저녁
동문 안쪽, 부치는 냄새를 따라가면 나오는 통큰누이네. 누구는 몇 년째 이곳만 오고, 누구는 오늘 처음입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9.08
- 골목
- 광장시장

종로5가역 7번 출구에서 광장시장 동문으로 들어서면, 오십 미터쯤 지나 오른쪽으로 꺾이는 자리에 통큰누이네가 있습니다. 매장 앞에서는 늘 빈대떡이 부쳐지고 있습니다. 맷돌로 갈아낸 녹두 반죽이 기름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 그 옆에서 계속 말리는 꼬마김밥. 지나던 사람의 발걸음이 여기서 한 번씩 멈추는 이유입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사정은 저마다 다릅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처음으로 광장시장을 밟은 사람은 남자친구 가족이 안내해 준 자리라며 들어섰고, 기름에 지글지글 튀겨지는 빈대떡 냄새에 후각이 쉴 새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반대로 몇 년째 광장시장에 오면 늘 이 집으로 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가게도 맛은 비슷할 텐데 갔던 곳을 또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그 이유를 담담하게 남겼습니다.


세트 하나가 만드는 결정
메뉴 앞에서 오래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녹두빈대떡 한 장과 고기완자 한 장, 육회가 함께 나오는 누이네세트가 32,000원. 닭발과 해물, 탕탕이를 각각 묶은 세트도 따로 있어서, 여럿이 가면 세트 하나로 대부분의 메뉴를 훑을 수 있습니다. 세트로 주문하면 단품보다 천 원씩 싸진다는 것을 알아채고 세트를 고르는 사람도 있고, 처음부터 메뉴 이름만 보고도 세트를 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비슷한 접시 앞에 도착합니다.
육회를 먹는 방식은 사람마다 갈립니다. 참기름과 소금 양념을 선호하는 사람은 이 집의 고추장 베이스 양념이 낯설었다고 적으면서도, 가끔은 이런 매운맛이 당기는 날이 있다며 만족스러워했습니다. 평소 육회를 안 먹는다는 어머니가 이날은 자식보다 많이 드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노른자를 접시 위에서 톡 터뜨려 육회와 슥슥 비벼 먹는 순서만은 누구에게나 같습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소고기무국을 두고는 시선이 갈립니다. 어떤 사람은 국물 속 고기에서 육향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손을 대지 못했다고 적었고, 같은 자리에 앉은 가족들은 맛있다며 리필까지 해서 마셨다고 합니다. 다른 손님은 살짝 비린 느낌이 있었지만 서비스로 나온 국물이니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그릇을 받고도 반응이 이렇게 갈리는 것이, 시장 노포가 매일 상대하는 손님의 폭일 것입니다.
1층이 차면 2층으로
1층은 저녁 시간이면 금방 자리가 찹니다. 그럴 때는 2층으로 올라갑니다. 2층은 테이블이 더 넉넉하고 단체석도 있어서, 외국인 단체 손님이 통째로 자리를 잡은 모습도 낯설지 않습니다. 화요일 저녁에 방문했는데도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이었다고 놀란 사람도 있고, 화장실이 남녀로 구분되어 있어 굳이 공용 화장실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꼽은 사람도 있습니다. 시장 안 가게치고는 규모가 크다는 인상이 여러 기록에서 반복됩니다.
생방송투데이와 백반기행을 비롯한 여러 방송에 소개된 이력도 여러 사람이 언급합니다. 한동안 광장시장 전체에 가격과 위생을 둘러싼 말이 돌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논란 속에서도 이 자리를 오래 지켜온 몇 곳 중 하나로 이곳을 꼽은 기록도 있습니다. 소주보다 막걸리를 부르는 안주라는 말도, 1차를 마치고 무조건 들르는 2차 코스라는 말도 있습니다. 저녁의 용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접시가 비워지는 속도만은 어느 테이블이나 비슷합니다.
통큰누이네육회빈대떡
육회·빈대떡광장시장 동문 안쪽, 종로5가역 7번 출구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육회·빈대떡집입니다. 매장 앞에서 맷돌로 녹두를 갈아 그 자리에서 빈대떡을 부쳐 내고, 1층과 2층에 걸쳐 좌석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투박한 공간에서 마주한, 가장 완벽하고 정직한 포만감
- 주소
- 서울 종로구 동호로 403-24 1층
- 영업
- 평일·토요일 09:00 - 22:20(라스트오더 21:30) / 일요일 09:00 - 22:00(라스트오더 21:10)
- 가격
- 누이네세트 32,000원 / 육회 23,000원 / 녹두빈대떡 6,000원 / 육회비빔밥 11,000~13,000원 / 무뼈닭발세트 22,000원 / 육회탕탕이세트 38,000원
- 비고
- 1층·2층 매장, 화장실 남녀 구분, 포장 가능, 주차 불가(인근 공영주차장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