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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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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을 먹는 자리

광장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이다. 의도는 공동체였고, 결과는 생존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백 년을 이어온 일은 먹는 것뿐이다.

alleymag.
발행
2026.09.08
골목
광장시장
SCENE 01 : 입구에서 만나는 시간

광장시장의 이름은 두 다리에서 나왔다고 전한다. 광교와 장교 사이에 이 시장을 지으려던 계획이 있었고, 두 다리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광장이라 지었다는 것이다. 다만 당시의 토목 기술로는 큰빗소리를 견디지 못해 배오개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1905년 문을 연 광장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이다. 그것이 생기게 된 이유는 간단하지 않다. 을사조약이 맺어진 뒤 일본의 경제 침략에 맞서려는 국권 회복의 염원에서였다고 전한다. 서른세 명의 발기인이 나서 토지를 마련하고 현금을 모아 시장을 세웠다.

시장의 시작은 저항이었다. 침략에 맞서는 방법으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장을 보는 것을 택했다. 그것이 백 년이 넘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계속 모여 계속 장을 본다.

같은 자리에서의 반복

서울의 많은 시장들이 그렇듯이, 광장시장도 여러 번 위기를 겪었다. 대형마트가 생기면 죽는다던 시장들이 사라지거나 축소되었다. 하지만 광장시장은 남았다. 아마도 그것은 습관의 문제일 수도 있다. 백 년 가까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다 보니, 그것이 없어지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광장시장에서는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아침에 시장이 열리고, 녹두를 맷돌로 갈고, 육회를 썬다. 그 과정은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같다. 기계화가 진행되고 포장 방식이 바뀌었지만, 손으로 하는 일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SCENE 02 : 반복되는 일의 현장

지키려고 만든 것이 지켜낸 것

광장시장을 만들 때의 의도는 명확했다. 공동체다. 함께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만드는 경제. 그것이 개인의 장사보다 강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지는 않았지만, 그 의도는 백 년 동안 계속 되살아났다. 서른세 명의 발기인들이 모여 백 년을 지켜낸 것이다.

손이 계속 움직이는 자리

광장시장의 이름을 나누는 것은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들이다. 맷돌로 녹두를 갈아 만드는 빈대떡. 기름에 부쳐지는 연기와 함께 노릇해지는 모습. 그 과정은 백 년 동안 거의 같다. 기계로 갈 수도 있지만, 손으로 맷돌을 돌린다. 그것이 이 시장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시장에서는 육회를 손으로 썬다. 고기를 대하는 방식, 칼을 다루는 방식, 손의 각도. 그 모든 것이 기술이고 경험이다. 시간이 흘렀어도 그 기술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손의 모습 자체가 시장의 가치가 되었다. 사람들은 음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과정을 사는 것이 되었다.

백 년 동안 장을 보는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가난했을 때도, 잘살 때도, 전쟁 때도. 그 모든 시간에 이 시장은 서 있었다. 의도한 저항이 우연히 생존이 되었고, 생존이 의도한 보존이 되었다. 지키려고 만들었던 것이 실제로 지켜낸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계속되는 손의 움직임이다.

시장이 살아남은 이유가 모두 고풍이나 감성 때문은 아니다. 가격 때문이기도 했다. 백 년 동안 시장에서 사는 것이 다른 곳에서 사는 것보다 쌌다. 시간이 흘렀어도 그 기본은 변하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의 자리가 시장이고, 그런 자리가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는 말해야 할 필요가 없다.

광장시장은 지키려고 만든 시장이 실제로 지켜낸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계속되는 생존이다. 같은 자리에서 백 년을 장을 보는 사람들의 습관. 그것이 가장 강한 보존이다.

SCENE 03 : 세월을 담은 얼굴
광장시장의 개설 연도와 역사, 지명의 유래는 위키백과와 한국문화정보원의 공개 자료에 따른 것이다. 시장의 음식과 운영 방식은 2026년 여름과 초가을에 확인한 방문 기록에서 반복해 나타난 서술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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