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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바느질의 손이 줄어드는 언덕

창신동의 봉제공장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것은 옷을 안 만들어서가 아니라, 만드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alleymag.
발행
2026.09.08
골목
창신동 문구완구거리
SCENE 01 : 문을 닫은 공장 옆 새 가게

창신동의 봉제공장들이 빠른 속도로 문을 닫고 있다. 1970년대 삼천 개에서 지금 천 개로 줄었으니, 감소의 속도를 제대로 감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동네를 걸을 때마다 낯선 빈자리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는 있다.

이것이 '산업이 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옷은 여전히 만들어진다. 하지만 서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 다른 나라에서 더 싼 임금으로, 더 빠르게 만들어진다. 창신동에서 손으로 만들 이유가 사라졌다.

남은 것의 무게

천 개의 공장이 이 좁은 언덕에 남아 있다. 그들은 종종 '기술력 때문에 남았다'고 말해진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이미 여기 있고, 사람이 있고, 기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옮길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다.

창신동의 공장들은 대부분 가족이 운영한다. 아버지가 하던 일을 아들이 잇고, 그 아들의 세대가 이제 일을 넘겨받을 나이다. 가업으로서의 봉제는 육체적으로 부담스럽다. 그래서 일부는 계속하고, 일부는 다른 일로 바꾼다.

오래 운영해온 공장의 내부를 보면, 건물은 낡았지만 기계들은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있다. 작업대 위의 물건들이 정렬되어 있고, 도구 하나하나가 제 자리에 있다. 그것이 얼마나 오랜 시간 같은 일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수십 년을 일했으니 만들어낸 옷은 수백만 장이 될 것이다.

그 옷들이 지금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의 옷장 속에 있을 것이고,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몸을 덥고 있을 것이다. 만든 것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만든 사람의 손이 이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 둘 사이의 거리가 창신동의 현실이다.

SCENE 02 : 여전히 불이 켜진 공간

산업이 떠나갈 때 남은 것들

동대문 의류 산업이 약해질수록, 창신동의 역할도 달라졌다. 전체 의류를 만드는 것에서, 특정 부분만 맡는 것으로. 혹은 수선과 맞춤복 같은 틈새 일로. 산업이 축소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런 일들이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오는 것은 문구와 완구다. 동대문 근처라는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완구거리로 새로운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 동네의 옛 정체성을 지우는 것은 아니다. 봉제의 손과 완구의 소음이 같은 거리에서 울리고 있다.

산업은 떠났지만 사람은 남았다. 그들이 하던 일을 계속할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이곳을 떠날 이유도 없다. 그 중간에서, 창신동은 천천히 변해가고 있다.

SCENE 03 :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계단

빈자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빈 공장 건물들은 때때로 새로운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창작 스튜디오가 되거나, 전시 공간이 되거나, 게스트하우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건물들은 그냥 비어 있다. 임차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서거나, 리모델링할 형편이 안 되어서다.

이 동네를 보면서 '재생'이나 '부활'이라는 말을 쓰기는 조심스럽다. 재생되는 것과 사라지는 것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옷을 만들던 손의 기억이 새로운 것으로 덮이고 있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만 알 것이다.

창신동 봉제공장의 현재 수와 변화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정보를 2026년 9월에 조회한 값이다. 동네의 산업 변화와 현황은 방문 기록에서 반복해 나타난 서술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창신동종로구봉제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