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이 부치는 동안
맷돌이 돌아가는 소리가 반겨주는 광장시장 2차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9.08
- 골목
- 광장시장

신촌에서 닭한마리를 먹고 광화문으로 나온 길에, 버스를 타고 종로 광장시장으로 들어섭니다. 첫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를 목적으로 다시 찾은 자리인데, 이번에는 온누리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익숙한 순희네를 찾아가고 싶었던 것입니다. 시장 입구에서 풍기는 기름냄새, 자글자글한 그 냄새가 좋다고 누가 말했을 때,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지금은 그 냄새가 반갑습니다. 종로 골목을 돌아서 시장 안쪽으로 한 발 들어가면, 더는 바깥이 아닙니다. 여름날씨도 시장 안에서는 다른 온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맨 먼저 나오는 것은 기본 반찬입니다. 동그란 접시에 담긴 김치와 무간장이 나란히 놓입니다. 달달한 맛의 중국산 김치라고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여기 오는 손님들은 대대로 이 맛을 기다립니다. 반찬에는 역사가 있고, 손님들의 돌아옴이 그 역사를 이어갑니다. 주중에도, 주말에도 같은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차는 메뉴판을 다시 열지 않아도 됩니다. 육회와 빈대떡이 이 자리의 전부이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한 번 방문한 사람도, 몇십 번을 온 사람도 다르게 읽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주말에 오면 타이밍이 맞아 5분, 10분 기다려야 하는데, 그 대기의 길이만으로 순희네를 말해줍니다. 기름에 부치는 시간도 재지 않고, 고기를 저미는 손 위로 내려오는 계란 노른자도 맛의 일부입니다.
육회의 신선함과 맷돌의 고소함이 마주치는 자리
육회가 나올 때는 소고기뭇국이 함께 따라옵니다. 짭조름한 국물 한 모금이 지방의 무거움을 곱게 정리해냅니다. 테이블에는 흰 접시 위에 붉은 육회가 깔리고, 중앙에 계란 노른자와 무순, 고소한 깨가 정갈하게 얹혀 있습니다. 같은 것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지만, 누군가는 남편이 따라주는 소주 잔을 마시고, 누군가는 사이다로 입가심을 합니다. 같은 자리, 다른 시간들이 하나의 상 위에 모여 있습니다. 여름날씨에도 육회는 신선하고, 국물은 차갑습니다. 한 숟가락, 또 한 숟가락 떠서 먹다 보면, 처음 왔던 이유와 지금 있는 이유가 겹쳐집니다.
빈대떡은 바깥에서 계속 지어집니다. 맷돌이 녹두를 갈아내는 소리가 들립니다. 기름이 팔팔 끓는 속에서 반죽이 노릇해지는 모습을 보다 보면, 대기 시간이 기다림이 아니라 기대로 바뀝니다. 테두리가 과자처럼 바삭거리고 속은 포슬포슬한 녹두의 고소함이 꽉 차 있습니다. 그 위에 올려진 양파절임 한 조각을 얹어 먹으면, 기름진 맛이 부드럽게 잡혀 넘어갑니다. 무국 국물 한 모금이 기름진 입을 헹궈줍니다. 다시 소주 잔이 들었다 내려집니다. 주말 웨이팅이 길어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는 이유는, 이 모든 것이 한 자리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순희네빈대떡
전·육회1차와 2차를 같은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광장시장의 노포입니다. 맷돌로 직접 간 녹두전과 그날 신선한 육회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으며, 넓고 쾌적한 실내 좌석으로 시장의 북적임 속에서도 편안한 식사가 가능합니다.
자글자글 기름냄새 좋다
-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32길 5
- 영업
- 10:00 ~ 21:00
- 가격
- 세트메뉴 기준
- 비고
- 주말 웨이팅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