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끝에서 만난 명란바게트
카페 개뿔과 나란히 선 작은 베이커리. 낙산공원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을 넘어야 만날 수 있는 빵집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것을 발견하고 내려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9.08
- 골목
- 이화벽화마을

낙산공원 성곽길 벤치 근처, 골목 안쪽 이화동 언덕 위에 배오개 베이커리가 있습니다. 방송통신대나 이화장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주택가 쪽으로 걷다가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동묘앞역에서 종로03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인 낙산공원 정류장에 내려도 됩니다. 어느 길로 오든 마지막은 계단입니다. 주차가 마땅치 않은 자리라 대부분 걸어서 오릅니다.
카페 개뿔의 바로 곁이라, 성곽길을 따라 걷던 사람들은 개뿔을 먼저 만나고 그다음에야 배오개 베이커리를 알아차립니다. 두 곳이 한 건물 군집을 이루고 있어서,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빵 냄새에 이끌려 옆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외부 공간은 싱그러운 초록 식물로 둘러싸여 있고, 넓은 통창과 야외 테라스를 가진 목조 건물의 느낌이 일본의 오래된 주택을 연상시킨다고 적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빵이 품은 시간
이 집의 소금빵은 3,500원, 트러플 버섯 바게트는 4,800원, 얼그레이 휘낭시에는 2,800원입니다. 그중에서도 명란바게트를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바게트에 신선한 명란으로 만든 부드러운 페이스트를 얹은 빵으로, 저온에서 오래 발효한 반죽이라 씹을수록 고소함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바게트 특유의 담백함이 먼저 퍼지고, 그 뒤로 명란의 진한 맛이 입안을 채우며 여운을 남긴다는 감상이 여럿 겹칩니다.
인기 메뉴는 품절이 빠릅니다. 늦은 오후에 오른 사람 중에는 원하던 빵을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빵순이에게 이만한 곳이 없다고 적은 사람은, 날씨 좋은 날 낮에 올랐는데도 이미 사람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야경이 예쁜 자리로 알려졌지만, 낮의 조용한 힐링도 그에 못지않다는 게 여러 방문자의 공통된 말입니다.




본관과 별관 사이
개뿔과 배오개 베이커리가 있는 자리는 구조가 조금 독특합니다.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2층 건물 두 동이 나란히 붙어 있고, 비탈길을 내려가다 보면 마주치는 빨간 계단에서, 오른쪽은 별관, 왼쪽은 주문할 수 있는 본관입니다. 처음 오르는 사람은 정문과 후문을 헷갈리기 쉽고, 계단이 가파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다녀온 사람들은 입을 모읍니다. 본관 1층 좌석 입구로 나오면 바로 배오개 베이커리가 보입니다.
사람이 많아 보여도 안쪽이나 위층으로 올라가면 의외로 자리가 남아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볕이 한겨울에도 따뜻하게 느껴졌다는 기록도 있고, 운 좋게 창가 자리를 잡아 건너편 언덕과 남산 쪽 풍경을 함께 보며 앉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드라마의 촬영지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궁금해하던 방문자도 있었는데, 정작 그 사람은 나중에 카페 개뿔에서 우연히 같은 얼굴을 다시 만났다고 적었습니다.
빵집 하나를 두고 이렇게 다른 이야기가 쌓이는 것은, 이곳이 그저 지나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계단을 오른 값을 빵 한 조각으로 받아 가는 사람, 풍경으로 받아 가는 사람, 우연한 재회로 받아 가는 사람. 배오개 베이커리는 그 모든 걸음을 같은 자리에서 받아냅니다.
배오개 베이커리
베이커리낙산공원 성곽길 벤치 근처 언덕 위, 카페 개뿔과 나란히 자리한 베이커리입니다. 저온 발효로 구운 바게트와 소금빵을 내며, 초록 식물로 둘러싸인 외부 공간과 목조 건물의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빵 향기와 함께하는 푸르른 풍경은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유로움을 선사합니다
- 주소
- 서울 종로구 낙산성곽서1길 18-26 1층, 2층
- 영업
- 매일 10:00 - 21:00
- 가격
- 소금빵 3,500원 · 트러플 버섯 바게트 4,800원 · 얼그레이 휘낭시에 2,800원
- 비고
- 주차 불가 · 카페 개뿔과 같은 건물 군집 · 인기 메뉴 조기 품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