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우사단길) 우사단로 3층 라자트, 마흐무드 씨가 짓는 고향의 상
누구는 유튜브로 방구석 세계여행을 하다 이 계단을 올랐고, 누구는 한국외대 학생 신분으로 사장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계단 끝에서 저마다 다른 우즈베키스탄을 만난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5.04
- 골목
- 이태원 우사단길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우사단로 37번지의 계단을 오르면 라자트가 나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3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처음 찾은 사람은 여기가 정말 영업 중인 곳이 맞나 싶을 만큼 계단참이 어둡다고 적었습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풍경이 완전히 바뀝니다. 누군가는 유튜브로 방구석 세계여행을 하다가 우즈벡 음식이 궁금해져 검색 끝에 이곳을 찾아왔고, 누군가는 한강진에서 내려 원래 가려던 곳 대신 낯선 곳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이 계단을 올랐습니다.
가게 안은 붉은 벨벳 소파와 금빛 장식, 사마르칸트의 건축물이 담긴 대형 벽화로 채워져 있습니다. 천장에는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조명이 줄줄이 매달려 있는데, 한 방문자는 이 조명이 너무 탐난다고 적었을 정도입니다. 조명이나 가구가 화려해서 굉장히 비싼 레스토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사람도 있고, 벽면 가득한 사마르칸트 사진 앞에서 인테리어부터 이미 우즈벡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고 쓴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로 가게 안에는 외국인 사장님과 직원, 식사를 하는 외국인 손님들이 섞여 있어 서울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게 된다고 합니다.


메뉴는 처음 보는 이름투성이입니다. 태블릿이나 키오스크로 주문하는데, 한글 설명 없이 영어로만 표기돼 있어 당황했다는 후기가 여럿입니다. 그래도 사진이 함께 있어 고르기는 수월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우즈벡식 볶음밥인 팔로브는 여러 사람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메뉴입니다. 알알이 살아 있는 쌀에 당근과 병아리콩, 고기가 어우러져 식감이 재미있다고 적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렌틸콩과 호박까지 더해져 건강한 맛이 난다고 쓴 사람도 있습니다. 라그만은 토마토 베이스 국물에 소고기와 셀러리, 굵은 면이 들어간 요리인데, 향신료 향이 은은해서 의외로 낯설지 않다는 감상과 면의 식감이 기대와는 달랐다는 솔직한 감상이 함께 있습니다.
사원 근처로 온 마흐무드 씨
이 가게를 오래 지켜온 사람은 주인장 마흐무드 씨입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 손님이 식사를 마친 뒤 나눈 인터뷰에 따르면, 마흐무드 씨는 오래전 자동차 부품 관련 일을 하려고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무슬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슬람 사원 근처로 자리를 잡았는데, 그 주변에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는 우즈베키스탄 친구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고 라자트를 열었다고 합니다. 한국인 손님을 배려해 향신료를 줄여서 내주기도 하고, 학생 손님에게는 토마토 샐러드 아츠측과 전통 음료 콤팟을 서비스로 얹어주기도 합니다. 비자 문제로 현지 요리사를 데려오기 어렵다는 고민도 그 자리에서 함께 나왔다고 하니, 이 가게 하나가 우즈베키스탄과 이태원 사이를 잇는 다리인 셈입니다.


페스츄리 반죽에 소고기를 채운 솜사는 토마토 소스와 함께 나오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가득하다고 여러 사람이 남겼습니다. 다만 반죽이 미리 만들어 둔 것처럼 조금 떡졌다는 솔직한 평도 있었고, 소스가 조금 더 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양고기 샤슬릭은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메뉴로 꼽힙니다. 향신료가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잘 잡아주고 불향까지 살아 있어서, 다시 오고 싶은 이유를 이 메뉴 하나로 꼽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곳은 술을 팔지 않습니다. 이태원의 여느 술집과는 다른 결의 저녁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지점일 수 있습니다. 재방문 의사를 묻는다면 답은 저마다 다릅니다. 일 년에 두세 번, 일상이 지겨워질 때쯤 다시 오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두 가지 메뉴를 다 먹어보고도 다음에 올 메뉴를 벌써 정해둔 가족도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수고로움은 여전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만나는 풍경이 그 수고를 상쇄한다는 데는 다들 동의하는 듯합니다.
라자트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도보 3분, 계단을 올라야 나오는 3층 우즈베키스탄 가정식당입니다. 붉은 벨벳 소파와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사마르칸트 벽화로 채워진 실내가 인상적입니다.
일을 하다가 무슬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원 근처로 오게 되었는데, 주변에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는 우즈베키스탄 친구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 주소
-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37 (3층, 엘리베이터 없음)
- 영업
- 화-목·토·일 12:00-22:00, 금 14:00-22:00 (월요일 휴무)
- 가격
- 삼사·솜사 5,000원 / 빵(논) 3,000원 / 팔로브 13,000원 / 라그만 11,500~14,000원 / 카잔 케밥 16,000원 / 양고기 샤슬릭 9,500원
- 비고
- 주류 판매 없음 / 태블릿·키오스크 주문(영어 표기) / 계단으로만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