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라길) 비 오는 날 라자냐를 나눠 먹고, 청첩장을 건네던 테이블
비 오는 날의 점심과 청첩장이 오가는 저녁 사이, 같은 메뉴판을 두고 원픽이라 적은 사람과 짜다고 적은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3.06
- 골목
- 서순라길

비가 오면 골목이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집을 다녀간 기록에는 유독 비 오는 날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어떤 분은 비가 어찌나 쏟아졌던지 바깥 사진이 한 장도 없다고 적었고, 어떤 분은 우산을 쓰고 걸은 돌담길이 오히려 운치 있었다고 남겼습니다. 토요일 오후 1시 30분에도 자리가 여유로웠다는 기록이 있고, 12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여유롭던 좌석이 잠깐 사이에 다 찼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같은 집이 날씨와 시간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보입니다.
이름에 붙은 슬래시는 with의 기호라고 합니다. 한 블로거는 누군가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뜻이라고 적었고, 줄여서 떱슬이라 부른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낮에는 브런치와 커피가, 해가 지면 와인과 맥주와 칵테일이 오르는 올데이 다이닝이라서, 메뉴판을 읽는 일이 이미 한 코스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는 음식에 다른 재료를 섞은 조합이 특이하고, 낯선 음식을 익숙한 자리로 데려오는 방식이 좋았다는 기록이 그 이야기 옆에 놓여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은 종로3가역 7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쯤이라는 기록이 있고, 6분이라는 기록도 있으며, 안국역 4번 출구에서는 10분쯤이라고 합니다.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한옥 사이로 이어진 길 끝에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는 분이 있고, 큰길이 아니라 살짝 들어간 골목이라 오히려 복잡하지 않았다는 분도 있습니다. 입구는 골목 쪽과 돌담 쪽 두 군데이고, 바깥 좌석 옆에 메뉴와 가격이 나와 있어서 들어가기 전에 미리 훑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 가신다면 지도 앱을 켜 두고, 큰길에서 한 칸 안쪽으로 들어간다는 마음으로 걸어 보세요.


안으로 들어서면 사람마다 다른 장면을 꺼냅니다. 한 분은 깔끔한 우드톤에 화분의 푸른빛이 더해져 평온한데, 곳곳에 걸린 액자와 사진 덕분에 은근히 힙한 기운도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분은 문을 열자마자 힙하면서도 아늑한 공간감이 먼저 왔고, 저녁이라 테이블 간격이 넉넉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편했다고 적었습니다. 통창을 따라 창가 좌석이 많아 거의 어느 자리에서도 바깥이 보이고 답답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오픈 키친이 바쁜 시간에도 깨끗해 보였다는 눈길도 있습니다. 벽 곳곳에 붙은 더블유슬래시 포스터에서 사장님의 취향이 느껴졌다는 분까지, 이 공간을 읽는 자리는 저마다 다릅니다.


라자냐가 식기 전에
이 집의 라자냐 W/ 라따뚜이는 거의 모든 기록에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겉이 그라탕처럼 노릇하게 구워져 포크로 뜨면 치즈가 늘어났다는 분은 층층이 쌓인 면 사이로 토마토소스와 고기 필링이 진하게 차 있어서 맥주나 와인 안주로도 좋았다고 했습니다. 가지와 호박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토마토와 함께 먹으니 맛있더라는 분이 있고, 다이어트 중이라 건강한 음식을 찾아 갔다가 요크셔 푸딩까지 추가해 버렸다는 분도 있습니다. 채소와 같이 먹으니 맛있었다는 분과, 라자냐 위에 바삭하게 튀기듯 올린 고기가 킥이라는 분은 같은 접시의 다른 자리를 짚고 있는 셈입니다. 처음 가신다면 이 접시부터 시켜 보시고, 다른 한 접시는 아래 이야기들을 보고 고르셔도 좋겠습니다.


파스타 쪽에서는 화이트 라구 파스타 윗 트러플이 자주 불려 나옵니다. 한 분은 접시가 나올 때 트러플 향이 은근히 올라와 기대가 생겼고, 고기가 씹히는 꾸덕한 소스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며 손에 꼽을 만한 파스타라고 적었습니다. 다른 분은 트러플을 좋아한다면 이걸 고르라며 그날의 원픽으로 꼽았습니다. 리조또는 부드럽다는 말이 있고, 오징어와 새우 파스타는 아는 맛이라 더 든든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썬데이 로스트 요크셔 푸딩은 빵 같은 식감 위에 으깬 감자와 베이컨, 토마토, 베리와 부라타 치즈를 얹어 먹는 접시였다고 하니, 여럿이 간다면 하나쯤 나눠 보세요.


모두가 같은 맛을 기억하는 건 아닙니다. 오후 2시에 다녀간 한 분은 칠리 시즈닝 프라이즈와 봉골레, 로제 라구 파스타를 나란히 시켜 두고도 음식이 전체적으로 짜다고 느껴져 커피에 자꾸 손이 갔다고 적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처음 들어섰을 때 매장의 향이 조금 강해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좋다는 기록이 많은 자리에도 이런 대목이 함께 남아 있으니, 짠맛에 예민하시다면 주문할 때 곁들일 음료나 에이드를 함께 골라 두세요. 향이 신경 쓰이는 날이라면 바깥 좌석부터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자리를 잡는 법
예약은 네이버로 받습니다. 금요일에 토요일 점심을 잡았는데 됐다는 분이 있었고, 그때는 예약을 하려면 미리 메뉴를 골라 주문해야 했다고 하니, 인원수에 맞춰 무엇을 먹을지 정해 두고 접속하시면 수월합니다. 12시 30분 예약인데 12시에 도착했더니 이미 테이블이 세팅돼 있어서 바로 안내받았다는 분이 있고, 2시 예약에 10분 늦게 도착해 급하게 메뉴판만 찍었다는 분도 있습니다. 오후 2시에 갔더니 기다림 없이 앉았다는 기록이 있는 반면, 12시가 조금 넘어 들어선 분은 좌석이 눈앞에서 차오르는 걸 봤습니다. 어느 쪽이든 예약을 넣고 가면 마음이 편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른 시기의 기록 하나에는 예약을 미리 하면 평일 브런치 할인이 된다는 대목도 있었으니, 예약 화면에서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이 집에서 유독 자주 마주치는 장면은 청첩장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학교 선배 부부를 만난 분은 선배 부부가 준비해 온 꽃과 함께 푸딩과 리조또와 라자냐 사진을 남겼고, 이 집을 추천한 지인은 청첩장 모임만 이곳에서 네 번을 했다고 합니다. 오랜 언니에게 청첩장을 받으러 간 분은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봉투부터 건네받았다고 적었습니다. 공간이 예쁘고 정갈해서 청첩장 모임이나 소개팅 자리로 권하고 싶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해가 지면 장면이 바뀌어서, 돌담길을 걷다 술 한잔하러 들어온 분은 라자냐와 나쵸를 안주 삼았고, 그분은 낮에는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로, 저녁에는 한잔하는 사람들로 시간대마다 결이 다를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메뉴판을 읽다가 하나를 더 시키는 일, 봉투를 건네는 일, 우산을 접고 창가에 앉는 일. 이 집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장면은 대개 그런 작은 동작들이었습니다. 다음에 이 길을 걷게 되면 돌담 쪽 입구부터 살펴보시고, 가고 싶은 날짜가 정해지면 예약 화면을 먼저 열어 두세요. 그날 비가 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비가 올 때의 이 집이 어땠는지는 이미 여러 사람이 적어 두었습니다.
더블유슬래시
올데이 다이닝 (브런치 · 파스타 · 와인)돌담길에서 한 칸 들어간 골목에 자리한 올데이 다이닝입니다. 낮에는 브런치와 커피, 저녁에는 와인과 맥주와 칵테일이 오르고, 통창을 따라 놓인 2인과 4인 테이블이 중심입니다.
메뉴판을 읽는 것도 재밌답니다
- 주소
- 서울 종로구 율곡로10길 63 1층
- 영업
- 일~목 11:30 - 22:00 (라스트오더 21:00) / 금 · 토 11:30 - 23:00 (라스트오더 22:00) / 매주 월요일, 매달 첫째 주 화요일 휴무
- 가격
- 라자냐 W/ 라따뚜이 23,000원 / 썬데이 로스트 요크셔 푸딩 22,000원 / 화이트 라구 파스타 윗 트러플 22,000원 / 아메리칸 시저 샐러드 17,000원
- 비고
- 네이버 예약 가능 (예약 시 메뉴 사전 주문) / 전용주차장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