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팔판길) 삼청동수제비, 줄 끝에서 항아리 앞에 앉기까지
비 오는 평일 낮과 토요일 점심, 마감 직전의 저녁. 같은 줄 끝에 선 사람들이 남긴 서로 다른 기다림의 길이와, 항아리가 놓이고 나서 벌어진 서로 다른 입맛.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6.28
- 골목
- 삼청동 팔판길

삼청로를 따라 걷다 보면 삼청동주민센터 맞은편에 가게가 보인다고 적은 블로거가 있고, 주민센터 바로 옆이라고 적은 블로거도 있습니다. 표현은 달라도 가리키는 자리는 같아서, 주민센터를 눈에 넣어 두면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삼청동수제비는 44년째 이 자리를 지켜 온 집이고, 다른 후기는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켰다고 적습니다. 후기마다 줄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곳이라, 이 글은 서로 다른 요일과 시간에 그 줄 끝에 섰던 사람들의 기록을 겹쳐 놓았습니다. 어느 시간에 가면 덜 기다릴지는 아래에서 먼저 확인하시고 나서시길 권합니다.
차로 가는 분은 전용주차장이 있다는 기록을 눈여겨보세요. 발렛 요금이 따로 붙고, 자리가 좁아 댈 곳이 없으면 삼청제1공영주차장을 권한다고 한 블로거가 적었습니다. 다른 블로거는 주차하실 때 영수증을 꼭 챙기라고 덧붙였습니다. 걸어서 가는 사람은 전시를 보고 나오다가, 혹은 북촌을 한참 걷다가 배가 고파져서 들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길가에 길게 이어진 낮은 건물의 파란 차양 아래 삼청동수제비라는 간판이 걸려 있어, 멀리서도 눈에 들어옵니다.


줄의 길이는 다녀간 날마다 달랐습니다. 비가 오던 평일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화요일에 간 블로거는 앞에 세 팀 정도가 있었는데 금방 빠졌다고 적었고, 경복궁이 쉬는 화요일이라 삼청동에 사람이 덜하다는 것이 그의 짐작이었습니다. 토요일 오전 11시 40분쯤 도착한 블로거는 다섯 팀 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10분쯤 만에 들어갔고, 토요일 점심 피크에 간 다른 블로거도 10분쯤 기다렸습니다. 줄 서던 옆 사람들이 이만큼 사람 없는 건 처음 본다고 하더라는 이야기까지 붙어 있습니다. 반대로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결국 줄을 섰다는 사람, 마감 한 시간 전인데도 웨이팅이 있었다는 사람, 2년 전 겨울에 40분쯤 기다렸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평일 오전 11시에 간 블로거는 기다림이 없었다고 하니, 시간을 고를 수 있다면 그때를 먼저 노려 보세요.
줄이 길어 보여도 자리가 빨리 돈다는 말은 여러 후기에 나옵니다. 다들 호로록 먹고 호로록 나간다고 쓴 블로거가 있고, 안에는 직원이 많아서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리면 이쪽으로 오세요 하고 불러 준다는 블로거도 있습니다. 혼자 간 블로거는 자리가 나는 대로 먼저 들어가 15분쯤 기다렸고, 임산부라고 말씀드렸더니 바로 앉으라고 했다는 후기도 있으니 해당하는 분은 참고하세요. 다만 줄 서는 자리에는 노란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앞 사람이 들어간 자리로 한 걸음 당겨 섰다가 노란선을 넘지 말고 뒤로 가라는 말을 들은 블로거는, 그 뒤로 선 안쪽에서 조용히 기다렸다고 하니 줄을 서실 때는 선 안쪽을 지켜 주세요.
항아리째 나오는 수제비
이 집 수제비는 항아리째 나옵니다. 2인분 이상을 시키면 항아리에 담아 주고, 1인분은 뚝배기 같은 그릇에 나온다고 적은 블로거가 있습니다. 김이 오르는 항아리에서 덜어 먹는 모습이 이 가게의 상징이 되었고 그래서 항아리 사진부터 찍게 된다는 후기도 있습니다. 육수는 멸치가 바탕이고 조개나 바지락이 더해졌다는 의견이 겹칩니다. 멸치 육수는 자칫 텁텁하거나 잡내가 날 수 있는데 그런 느낌 없이 개운하게 끝난다는 사람이 있고, 애호박과 양파, 감자가 푸짐하게 들어 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죽은 크고 작고 제각각이라 직접 빚은 듯하다는 후기, 얇게 떠서 부드럽게 넘어간다는 후기, 얇은데 쫄깃하고 밀가루 냄새가 없다는 후기로 나뉩니다. 첫 그릇이 나오면 국물부터 한 숟갈 떠 보시고, 그다음에 김치를 곁들여 드셔 보세요.


김치는 테이블 위 통에서 원하는 만큼 덜어 먹는 방식입니다. 배추김치와 열무김치가 놓여 있고 겉절이라고 적은 블로거도 있으며, 고추장아찌가 있었다는 후기도 있습니다. 취향은 열무김치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배추김치보다 열무김치가 훨씬 맛있었다는 블로거, 개인적으로 열무김치가 너무 맛있었다는 블로거가 있고, 신김치를 좋아하는 블로거는 적당히 새콤하게 익어서 반가웠다고 했습니다. 자리는 의자 자리와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방으로 나뉘는데, 방이 덜 인기라 그쪽으로 간 사람들이 조금 더 빨리 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신발 벗는 게 괜찮다면 방 쪽으로 안내받아도 좋겠습니다.
수제비 하나로 끝낸 사람은 혼자 간 블로거뿐이었고, 나머지는 전이나 쭈꾸미, 동동주를 곁들였습니다. 메뉴는 수제비, 찹쌀새알옹심이, 감자전, 파전, 녹두전, 쭈꾸미에 동동주까지 단출하고, 옹심이는 메뉴판에 2인 이상 주문이라고 적혀 있다고 합니다. 가게 안에는 1인 1메뉴 안내가 붙어 있어 사람 수만큼은 시켜야 합니다. 음식 가운데 수제비 한 그릇이 가장 단출한 값이고 전류와 쭈꾸미는 그 위에 놓입니다. 감자전은 밀가루나 부침가루 없이 생감자만으로 부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하다는 후기가 있고, 테두리는 아주 바삭하고 가운데는 감자 특유의 쫄깃함이 있다는 후기가 그 곁에 놓입니다. 파전은 의견이 갈렸습니다. 부들부들하고 감자전 같은 식감이 수제비 국물과 잘 맞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삭한 파전을 좋아해서 취향이 아니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삭함이 중요한 분이라면 감자전을 먼저 고르셔도 좋겠습니다.


맛의 평가는 한자리에 모이지 않았습니다. 혀를 뒤집어 놓는 충격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곱씹을수록 제일 맛있는 수제비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블로거가 있습니다. 그는 궁극의 수제비를 기대한 분에게는 상상과 다를 수 있어도 아는 맛 중에 가장 맛있는 것을 찾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선택이라고 적었습니다. 집에서 어머니가 끓여 주실 법한 익숙하고 편안한 맛이라는 후기가 그 곁에 놓이고, 특별한 비법보다 담백하고 정직한 맛이 매력이라는 말이 뒤따릅니다. 한편 6월 평일 오전에 다녀온 블로거는 간이 짭짤해서 국물까지 다 먹기에는 짰다고 했고, 총평은 별 다섯 개 중 두 개, 재방문 의사는 40%라고 솔직하게 남겼습니다. 웨이팅해서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썼지만 기다림 없이 갈 수 있다면 추천이고, 수제비 양이 여자 둘이 먹어도 충분하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국물 간이 걱정된다면 김치와 함께 드시거나, 취향에 따라 고추 다대기를 얹어 칼칼하게 드셔 보세요.
벽에는 붉은 미쉐린 패널이 빼곡히 붙어 있다고 여러 블로거가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올해까지 꾸준히 빕 구르망에 올랐다고 적은 블로거는 미슐랭이라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건 아니지만서도 하고 말끝을 흐렸고,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수제비가 도대체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찾아온 블로거도 있습니다. 술을 곁들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동동주는 반되 단위로 나오는데 양이 꽤 많다고 하고, 비 오는 화요일 낮에 시원하게 들이켰다는 사람, 아빠가 엄청 기대하며 마셨다는 사람, 다음 일정 때문에 못 마셔서 두고두고 아쉬워한 사람이 있습니다. 점심에 가볍게 한잔 곁들이고 싶다면 반되로 시작해 보세요.


몇 년 전에 아무 생각 없이 들렀다가 이번에 다시 찾았는데 똑같은 맛이었다는 블로거가 있고, 예전부터 꽤 여러 번 방문했다는 블로거도 있습니다. 그 블로거가 친구와 저녁 약속으로 다시 찾은 날은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갔다고 하니, 낮의 줄이 부담스럽다면 저녁 시간을 노려 보셔도 좋습니다. 다만 마감 한 시간 전에도 줄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너무 늦지 않게 나서세요. 항아리 앞에 앉기까지 10분 남짓이면 되는 날도, 40분을 서야 하는 날도 있었다는 게 이 집의 줄입니다. 그날의 줄이 어느 쪽일지는 가 봐야 알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한번 서 보세요.
삼청동수제비
수제비 · 전삼청동주민센터 가까이, 삼청로에 자리한 수제비 집입니다. 수제비는 항아리나 뚝배기 같은 그릇에 담겨 나오고, 배추김치와 열무김치는 테이블 위 통에서 덜어 먹습니다. 자리는 의자 자리와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방으로 나뉩니다.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계속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먹게된다
- 주소
- 서울 종로구 삼청로 101-1
- 영업
- 매일 11:00 ~ 20:00 (브레이크타임 없음)
- 가격
- 수제비 10,000원 / 감자전 12,000원 / 찹쌀새알옹심이 14,000원(2인 이상) / 파전 17,000원 / 녹두전 17,000원 / 쭈꾸미 23,000원
- 비고
- 전화 02-735-2965 / 1인 1메뉴 / 전용주차장 있음(발렛비 2,000원, 영수증 지참), 자리가 없으면 삼청제1공영주차장 / 임산부 프리패스 후기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