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한옥 서까래 아래 걸린 삼색기, 빠리가옥
누구는 창가에 스민 봄볕과 양파스프를 오래 기억했고, 누구는 같은 자리에서 접시가 딱 가격만큼이었다고 적었습니다. 프랑스인이 한옥 골목에 차린 작은 비스트로를 돌아본 열여덟 개의 기록입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8.24
- 골목
- 익선동

익선동 한옥 골목을 걷다 보면 흰 벽과 나무 처마 사이로 파란 문틀이 눈에 띄는 집이 나옵니다. 빠리가옥입니다. 프랑스인 오너가 직접 운영하는 정통 비스트로라는 설명이 여러 후기에 반복해서 나오고, 한옥의 서까래를 그대로 살린 천장 아래 블루톤 몰딩과 샹들리에가 걸린 모습을 두고 마치 파리가 이 골목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적은 사람이 여럿입니다.
카운터 옆에는 레드리본 어워드 패가 해마다 하나씩 늘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콜라와 블루리본 서베이가 함께 뽑는 이 상은, 익선동에서 이 집이 꽤 오래 자리를 지킨 프렌치 맛집이라는 걸 말해 줍니다. 그 옆에는 작은 에펠탑 모형이, 안쪽에는 통유리로 훤히 보이는 와인 냉장고가 놓여 있어서, 한옥 대문을 열고 들어왔는데도 눈으로 먼저 프랑스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봄날 이 집을 찾은 한 사람은 창문 사이로 햇빛이 테이블까지 들어오던 자리를 오래 기억합니다. 별거 아닌 듯한 작은 꽃병 하나가 그 볕 아래 놓여 있어서, 그냥 찍어도 사진이 예쁘게 나왔다고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양파스프가 뭐 얼마나 특별하겠냐고 생각했다는데, 먹다 보니 빵을 몇 번이나 더 청해 먹을 만큼 손이 자꾸 갔다고 합니다.


같은 자리, 다른 계산
이 집의 인테리어에는 모두가 감탄합니다. 한옥 서까래 그대로 살려놓은 천장과 프렌치 인테리어가 섞여 있는 게 신기한 조합이라고, 안으로 들어가면 체크무늬 대리석 바닥에 샹들리에, 화이트 몰딩 기둥까지 진짜 프랑스가 있다고 적은 사람이 있습니다. 다만 그 사람은 그날 먹은 메뉴가 공간에 비해 딱 가격만큼이었다는 말도 함께 남겼습니다. 반면 에스카르고가 궁금해서 찾아갔다는 사람의 기록은 달랐습니다. 허브버터에 구운 달팽이와 바삭한 바게트, 튀긴 연근과 당근 칩이 곁들여진 비프 부르기뇽까지 접시마다 만족했고, 크림 브륄레는 태운 맛이나 달걀 냄새 없이 술술 넘어갔다고 적었습니다.


기다림의 정도도 저마다 달랐습니다. 정시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다는 사람은 대기하는 동안 익선동 골목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고, 평일 정오에 맞춰 갔다는 사람은 1팀 대기 끝에 삼십이 분 만에 자리를 안내받았습니다. 주말에 갔다는 사람은 익선동 골목에 줄지어 걷는 사람들 속에서 결국 이 집까지 찾아왔다고 적었습니다. 예약 없이도 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미리 시간을 잡아 두는 게 낫다는 조언도 함께 남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골목 안쪽 동백양과점까지 걸어 디저트로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사람도 있고, 비가 오는 날 젖은 기와지붕과 담장의 반사광을 보며 이 골목이 꼭 작은 유럽 같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문을 밀고 들어간 열여덟 개의 기록이 저마다 다른 계절, 다른 날씨, 다른 접시를 남겼습니다.
빠리가옥
프렌치 비스트로익선동 한옥 골목 안, 프랑스인 오너가 운영하는 정통 비스트로입니다. 한옥의 서까래를 그대로 살린 천장 아래 블루톤 인테리어와 샹들리에를 걸어 놓았습니다. 양파스프와 에스카르고, 비프 부르기뇽을 냅니다.
한옥인데 또 프랑스 작은 식당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나고, 오랜만에 데이트 나온 날이라 그런지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기분이 좋았다.
- 주소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33-4
- 영업
- 평일 브레이크타임 15:00 - 17:00 / 주말·공휴일은 브레이크타임 없이 운영 (라스트오더 21:30)
- 가격
- 양파스프 7,000원 / 봉골레 알리오올리오 스파게티 17,000원 / 에스카르고·비프 부르기뇽 등 코스 메뉴 별도
- 비고
- 주차 불가 / 블루리본 서베이 선정 / 프랑스인 오너가 직접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