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아홉 시간을 기다려 새벽 1시에 넘은 문, 모헤지
같은 문 앞에서 누구는 아홉 시간을, 누구는 삼십 분 남짓을 기다렸습니다. 도쿄 몬자야끼 맛집이 종로3가에 낸 한국 1호점, 그 앞에 선 사람들의 시간이 저마다 달랐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6.25
- 골목
- 익선동

종로3가역 4번 출구에서 나와 익선동 포장마차 거리 쪽으로 걷다 보면, 밤이든 낮이든 한 가게 앞에 사람들이 서 있는 걸 보게 됩니다. 모헤지입니다. 도쿄 츠키시마의 몬자야끼 골목에서 줄을 서야 먹는다는 그 집이 지난 8월 7일 금요일, 종로3가에 한국 1호점을 열었습니다. 구글 리뷰가 만 건이 넘고 도쿄 현지 순위에서도 오래 첫자리를 지켜 온 곳이라, 오픈 전부터 소문이 자자했다고 여러 사람이 입을 모읍니다.
이 집이 파는 몬자야끼는 오코노미야끼와 사촌 격이지만 다른 음식입니다. 묽은 반죽을 철판에 자작하게 올려 졸이듯 익히다가, 바닥이 살짝 눌어붙으면 작은 쇠주걱으로 긁어 먹는 방식입니다. 모양이 낯설어 처음 보면 뭔가 싶다는 사람도 있고, 김치전 눌은 자리를 긁어 먹는 맛과 닮았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매장의 모든 테이블에 커다란 철판이 박혀 있어서,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이 집이 무슨 음식을 파는 곳인지 짐작하게 됩니다.


한 방문자는 오후 4시가 되기 전에 캐치테이블로 현장 웨이팅을 걸었습니다. 예상 대기시간은 240분, 넉넉히 익선동을 구경하고 오면 되겠다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4시간이 지나고 6시간이 지나도 차례가 오지 않았습니다. 지나는 길에 익선동 고기집 골목 냄새에 몇 번이나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미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버텼고, 결국 새벽 1시에야 입장했습니다. 그렇게 아홉 시간을 기다린 셈입니다. 더 놀라운 건 그 시각에도 180팀이 뒤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모두가 이렇게 오래 기다린 건 아닙니다. 오픈 다음 주 금요일 평일 점심에 다녀온 사람은 캐치테이블에 태블릿이 막 설치된 덕에 실시간으로 대기 현황을 보며 여유 있게 기다렸다고 적었습니다. 일행 번호를 두 개 등록해 두고 순서를 미루는 기능을 다 써서, 열 번째쯤까지 버티다 밀어내는 요령을 붙였다는 이야기도 남겼습니다. 새벽 시간대를 노리고 간 사람은 웨이팅 24번을 받아 익선동 한옥거리를 한 바퀴 돌고 근처 카페에서 기다렸는데, 문을 연 지 37분 만에 호출을 받았습니다. 같은 가게인데 누구는 아홉 시간을, 누구는 삼십 분 남짓을 기다린 셈입니다.


철판 앞의 사람들
안으로 들어서면 노출 배관과 나무 조명이 어우러진 넓은 홀이 나옵니다. 직원의 상당수가 일본인이라는 이야기가 여러 후기에 반복해서 나오고, 한 달 가까이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테이블 옆에서 양배추를 다지고 반죽을 볶아 주는 모습이 그 자체로 볼거리라는 기록도 있습니다. 다만 한 방문자는 아직 오픈 초반이라 인력이 넉넉지 않은지 건물 한 층만 운영하고 있다는 안내문을 붙여 둔 걸 봤다고 전했습니다. 2층과 지하에도 자리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그 공간이 전부 열리면 대기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남겼습니다.


접시마다 다른 저녁
대표 메뉴는 백명란과 모찌가 올라가는 명란떡 몬자야끼입니다. 즉석에서 갈아 얹는 모짜렐라 치즈까지 더하면 고소함이 짙어진다는 설명이 따라붙고, 짠맛을 줄이고 감칠맛을 살린 오징어 먹물 몬자야끼를 부드러운 크림 리조또 같다고 표현한 사람도 있습니다. 평점을 매겨 가며 꼼꼼히 후기를 남긴 한 사람은 명란떡 몬자에는 후한 점수를 주면서도, 같이 시킨 오코노미야끼에는 낮은 점수를 매겼습니다. 시라스를 듬뿍 올린 냉두부와 시원한 생맥주에도 높은 점수를 남겼고, 화장실과 매장의 청결함, 가격에도 만점을 줬습니다. 둘이서 십만사천 원을 썼다는 계산까지 정직하게 적어 두었습니다.
값이 싸지는 않습니다. 몬자야끼 한 접시가 만원대 후반에서 이만 원대 후반, 야끼소바도 만팔천 원 안팎입니다. 그런데도 새벽 두 시, 금요일과 토요일은 새벽 다섯 시까지 문을 열어 두고, 그 시간에도 자리가 쉽게 나지 않습니다. 아홉 시간을 기다린 사람도, 삼십 분 만에 들어간 사람도 결국 같은 철판 앞에 앉아 반죽이 눌어붙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익선동의 밤은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긴 기다림으로, 누군가에게는 짧은 행운으로 지나갑니다.
모헤지
몬자야끼 전문점도쿄 츠키시마의 몬자야끼 맛집이 낸 한국 1호점입니다. 종로3가역 4번 출구 근처, 익선동 포장마차 거리 초입에 있습니다. 모든 테이블에 철판이 있어 직원이 즉석에서 몬자야끼를 볶아 줍니다.
새벽 1시인데 180팀이라니, 한국에 처음 들어온 모헤지의 인기를 제대로 체감했다.
- 주소
-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길 42 1, 2층
- 영업
- 연중무휴, 일~목 11:00 - 새벽 2:00 / 금·토 11:00 - 새벽 5:00 (라스트오더는 영업 종료 1시간 전)
- 가격
- 명란떡 몬자야끼 22,000원(치즈 토핑 +5,000원) / 오징어 먹물 몬자야끼 28,000원 / 소힘줄 카레 몬자야끼 26,000원 / 야키소바 18,000원 안팎
- 비고
- 예약 불가, 캐치테이블 현장 웨이팅만 가능(오전 9시부터 등록) / 자체 주차장 없음, 근처 유료 주차장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