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테이블마다 작은 불을 켠 어두운 둥지에서 뇨끼 접시를 싹싹 비우는 밤, 기러기둥지
밖은 쨍한 주황색인데 문을 열면 확 어두워지는 와인바입니다. 소개팅에 딱이라는 사람과 너무 어두워 쉽지 않겠다는 사람이 같은 테이블 사이를 지나갑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3.17
- 골목
- 익선동

종로3가역에서 이 집까지 얼마나 걸리느냐는 물음에 후기마다 답이 다릅니다. 걸어서 1분이라고 쓴 사람이 있고, 2분, 3분, 5분이라고 쓴 사람이 있으며, 10분이라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4번 출구에서 바로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6번 출구로 나와 두 블록을 지나 우회전하라고 일러 준 사람도 있습니다. 골목 초입 모퉁이에 살짝 숨어 있어 자칫 지나칠 수 있다는 말과, 역 바로 뒤라 길치에게도 찾기 쉬웠다는 말이 나란히 놓이는데, 그 사이에서 길잡이가 되어 주는 것은 주황색입니다.
흰색과 주황색 줄무늬 어닝 아래의 쨍한 외관은 멀리서도 눈에 띄고, 지나가는 사람이 한 번씩 다 쳐다볼 정도라고 했으며, 통나무집이나 오두막처럼 생겼다고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색이 바뀝니다. 밖이 쨍한 주황색이었다면 안은 대비가 확실할 만큼 어둡고, 테이블마다 작은 조명이 하나씩 켜져 있습니다. 이 어둠을 두고 사람들이 꺼낸 말은 제각각입니다. 어떤 사람은 약간 할로윈 같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비밀 아지트에 와 있는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유럽의 조용한 산장이나 오두막에 들어온 것 같다는 사람이 있고, 조명이 살짝 어두운데 붉은빛이 돌아 분위기 있었다는 사람이 있고, 살짝 웨스턴 느낌이 나서 좋았다는 사람이 있으며, 한옥 느낌을 살린 가게가 많은 이 골목에서 여기는 조금 다른 결이라고 짚은 사람도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작은데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넓다고 적은 사람이 있습니다. 입구 쪽에는 우드 테이블과 벤치가 놓인 테라스형 홀이 있고, 안쪽 메인 홀에는 짚풀과 나뭇가지, 덩굴 식물이 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올려다보면 별이 떨어지는 것 같아 몽환적이라는 사람과, 천장의 둥지 디테일을 신기해하며 사진으로 남긴 사람이 같은 자리를 다르게 본 셈입니다. 앞쪽 주방이 보이는 곳에는 혼자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이 있고, LP바에서 음악이 흘러나와 아날로그 감성의 소품들이 낭만적이라는 기록도 있습니다. 곳곳에 켜 둔 인센스에서 아시아 전통 가게가 연상됐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향초로 공간을 관리한 덕에 음식 냄새가 거의 남지 않아 쾌적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두워서 좋은 사람, 어두워서 어려운 사람
소개팅 이야기는 후기 곳곳에 나옵니다. 방문한 날 소개팅으로 보이는 테이블이 꽤 많았다는 기록이 여럿이고, 테이블마다 켜 둔 조명 덕분에 서로가 더 예뻐 보이고 잘생겨 보인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 꽤 어두운 편이라 소개팅 장소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적은 사람이 있고, 보는 사람에 따라 분위기 있다고도 음침하다고도 느낄 수 있겠다고 한 사람도 있습니다. 어둡지만 신기하게 답답함은 없었고, 테이블 위 스탠드가 눈이 아프지 않게 은은하게 밝혀 준다는 말이 그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예약 이야기는 두 갈래입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예약이 필수라서 워크인으로 가면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릴 수 있다고 적은 사람이 있고, 보통은 예약하고 오는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무계획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평일 오후 4시에 맞춰 갔더니 이미 두세 팀이 와 있었다는 기록이 있고, 평일 저녁 7시 30분에는 안쪽 테이블이 거의 다 차 있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예약해 둔 덕에 기다리지 않고 들어갔다가 저녁 7시쯤 나오니 대기하는 사람이 많더라는 말도 있습니다. 예약창에서는 테이블과 바 좌석을 고를 수 있고, 기본 이용 시간은 120분이며 다음 예약이 없으면 연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밤 10시쯤 나오니 손님이 다 빠져 있어서 텅 빈 내부를 사진으로 남겼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접시와 병
접시 이야기는 트러플 크림 뇨끼에서 시작합니다. 쫀득한 뇨끼에 꾸덕한 크림소스가 배어 있다는 말은 여러 후기에 겹치고, 청양고추가 들어 있어 느끼함을 잡아 준다고 적은 사람은 접시를 설거지하듯 소스까지 싹싹 긁어 먹고 나왔다고 했습니다. 이것만 먹으러 다시 올까 고민된다는 사람, 노른자를 터트려 먹으면 끝이라는 사람이 뒤를 잇습니다. 훈연 바베큐 플레이트는 조금 갈립니다. 사장님이 직접 훈연한 고기가 테이블에 놓이자마자 깊은 향이 코를 찔렀고 칼을 꽂아 내주는 모습이 신기했다는 사람이 있고, 사과나무로 여섯 시간 훈연했다는 고기가 촉촉하고 부드러운 부분과 너무 딱딱한 부분이 섞여 아쉬웠지만 맥주 안주로는 딱이었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와인 병 앞에서도 시선이 나뉩니다. 라벨에 가게 이름이 적힌 시그니처 와인을 직원이 우아하게 따라 주었고 호불호 없이 고기 요리와 잘 어울렸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레드를 고른 두 사람은 정반대로 적었습니다. 한 사람은 딱 가격만큼의 맛이었고 깊은 맛은 없어 다시 시키지는 않겠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별로 달지 않고 가격에 비해 맛이 훌륭하다고 했습니다. 글라스와 바틀을 모두 고를 수 있어 부담 없이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말이 있고, 병당 값을 내면 콜키지도 가능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일행은 색이 예쁘고 달달한 무알콜 칵테일로 잔을 채웠다고 합니다.


여름에 다녀온 사람은 겨울 와인바 같은 곳인데 여름에 오니 또 색다르다고 썼고,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자리라고 쓴 사람도 있습니다. 둥지의 문은 어느 계절에 열어도 저녁으로 이어지는 모양입니다.
기러기둥지 익선동 본점
와인바 · 양식종로3가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골목 초입의 주황색 와인바입니다. 안은 어둡고, 천장 가득 짚풀과 덩굴 오브제가 얹혀 있으며, 테이블마다 작은 조명이 켜집니다. 트러플 크림 뇨끼와 훈연 바베큐 플레이트를 가장 많이 찾습니다.
밝고 깔끔한 레스토랑보다는 살짝 빈티지한 바에 가까운 느낌!
- 주소
-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길 28-4 1층
- 영업
- 평일 16:00 - 23:00 / 주말 14:30 - 23:00 (라스트오더 22:00)
- 가격
- 트러플 크림 뇨끼 21,000원 / 기러기둥지 훈연 바베큐 플레이트 27,000원 / 브리치즈 파스타 20,000원 / 와인 바틀 3만원대 - 9만원대
- 비고
- 주차 불가 (근처 유료주차장 이용) / 네이버·캐치테이블 예약 가능 (테이블·바 좌석 선택) / 자리에서 QR 주문 / 기본 이용 120분 / 콜키지 유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