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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대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재생은 벽화까지였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해마다 백만 명이 걷는 골목이 됐다. 한 뼘 옆, 방천시장의 걸음은 다른 속도로 흐른다.

글
alleymag.
발행
2026.01.30
골목
대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재생은 벽화까지였다
Artwork by alleymag.

김광석다시그리기길과 방천시장은 서로 다른 골목이 아니다. 지도 위에서는 한 뼘 거리에 붙어 있고, 걸어서 옮겨 가는 데 몇 걸음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이 둘을 부르는 사람들의 말투는 이상하리만치 다르다.

방천시장은 원래 대구에서 손꼽히던 시장이었다. 1945년 해방 직후 이주민들이 신천 제방을 따라 좌판을 벌이며 시작된 이 시장은 1960년 정식 등록시장이 되었고, 가장 번성했던 시절에는 천 개가 넘는 점포가 들어서 있었다.

벽화거리를 이야기할 때는 산책이나 사진, 포토존 같은 말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시장을 이야기할 때는 그렇지 않다. 같은 동네 안에서 한쪽은 걷기 좋은 곳이 되었고, 다른 한쪽은 여전히 예전의 이름으로만 불린다.

이 갈림은 최근에 생긴 것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도심이 비고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한때 천 개 넘는 점포가 늘어섰던 방천시장은 서서히 손님을 잃었다. 벽화거리가 그려진 2010년에도 시장의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Artwork by alleymag.

그 무렵 이 골목에 절실했던 것은 새로운 손님이었다. 2010년의 사업은 그 답을 시장 안이 아니라 담벼락에서 찾았다.

2010년의 사업이 겨냥한 자리는 시장 전체가 아니라 그 옆 담이었다. 신천 둔치를 따라 선 담 350미터에 백여 점의 벽화를 그려 넣는 일, 그것이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이름 아래 추진된 열여덟 개 사업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다시 그려진 것은 시장이 아니라 담이었던 셈이다.

350미터 남짓한 이 벽화거리를 걷는 데는 십 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그 십 분 동안 사람들이 스쳐 지나는 것은 대체로 노래와 그림이지, 시장의 소리가 아니다.

따로 걸린 두 이름

지금도 이 골목 초입에는 두 이름이 나란히 걸린 안내판이 서 있다. 왼쪽에는 방천시장, 오른쪽에는 김광석다시그리기길. 나란히 서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둘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 재생을 두고는 김광석 열풍과, 지자체가 앞장서 다듬어 낸 자리라는 두 가지 설명이 함께 따라붙는다. 노래를 기억하는 마음이 사람을 불러들였다면, 그 사람들을 실제로 붙잡아 둔 것은 행정이 손본 골목이었다. 시장 쪽에는 그런 손길이 따로 닿지 않았다.

Artwork by alleymag.

지금 이 골목은 해마다 백만 명 넘는 사람이 다녀가는 곳으로 꼽힌다. 다만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벽화가 그려진 담장 쪽이지, 시장의 좌판 쪽은 아니다.

벽화거리 쪽 담에는 포스터가 겹겹이 붙는다. 포크 페스티벌 프린지 공연, 플리마켓 존, 웨딩 페스티벌까지, 행사 하나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행사의 포스터가 그 위로 덧대어진다. 좁은 담 하나가 감당하기엔 많은 소식이 이 벽을 스쳐 지나간다.

그 행사들이 겨냥하는 자리는 대개 벽화거리 안쪽의 야외 콘서트홀과 새로 들어선 카페들이다. 시장 쪽 좌판까지 손님을 끌어오는 일은 이 포스터들의 몫이 아니다.

새로 선 것들 사이에서

벽화거리 골목 안쪽으로는 새로 지은 건물이 여럿 들어섰다. 그늘막을 드리운 카페들이 화분과 벤치로 골목을 꾸미고, 그 뒤로는 이 동네에 없던 높은 아파트들이 하늘 한 자락을 가로막고 선다. 한 세대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을 풍경이다.

벽화거리 골목에서 시장 쪽으로 방향을 틀면, 걸음 몇 번 만에 공기가 달라진다. 정돈된 보도블록과 조명이 끝나는 자리에서 예전 그대로의 간판과 좌판이 시작된다.

Artwork by alleymag.

그 경계를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벽화를 보러 온 걸음이 자연스레 시장 쪽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장을 보러 온 걸음이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서기도 한다.

반면 시장 쪽 골목은 그 활기를 다른 방식으로 겪는다. 시장 인근에는 최근 몇 해 사이 새로 문을 연 식당과 술집들이 있지만, 이들은 시장의 좌판을 대신하는 자리라기보다 시장 바깥에서 따로 자란 상권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 갈림을 시장의 실패로만 읽을 일은 아니다. 벽화거리가 사람을 불러 모으는 동안에도 시장은 여전히 그 나름의 방식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다만 그 시간은 카메라에 잘 담기지 않을 뿐이다.

결국 이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에 남는 것은 벽화 쪽의 화려함일 때가 많다. 시장의 조용한 하루는 사진 속에 잘 들어오지 않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두 이름이 한 골목 어귀에 나란히 걸려 있는 동안, 이 길을 찾는 사람들은 어느 쪽 이름을 먼저 읽고 지나칠까.

FIELD PHOTOS : 현장에서 모은 사진
SCENE 01 : 나란히 걸린 두 이름
rhy088이 촬영한 골목 초입의 안내판과 담벼락입니다. 방천시장과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나란히 적힌 표지판 옆으로, 여러 행사 포스터가 겹겹이 덧붙은 담벼락이 보입니다.rhy088이 촬영한 골목 초입의 안내판과 담벼락입니다. 방천시장과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나란히 적힌 표지판 옆으로, 여러 행사 포스터가 겹겹이 덧붙은 담벼락이 보입니다.
▲ 대구 중구 대봉동 · 2026.09 / 사진 rhy088 · https://blog.naver.com/rhy088/224401184708 rhy088이 촬영한 골목 초입의 안내판과 담벼락입니다. 방천시장과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나란히 적힌 표지판 옆으로, 여러 행사 포스터가 겹겹이 덧붙은 담벼락이 보입니다.
SCENE 02 : 새로 선 것들 사이에서
godbs486이 촬영한 벽화거리 안쪽 골목입니다. 새로 지어진 건물과 고층 아파트, 그늘막을 드리운 카페들이 이 골목에 들어선 새로운 풍경을 보여줍니다.godbs486이 촬영한 벽화거리 안쪽 골목입니다. 새로 지어진 건물과 고층 아파트, 그늘막을 드리운 카페들이 이 골목에 들어선 새로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 대구 중구 대봉동 · 2026.08 / 사진 godbs486 · https://blog.naver.com/godbs486/224394413087 godbs486이 촬영한 벽화거리 안쪽 골목입니다. 새로 지어진 건물과 고층 아파트, 그늘막을 드리운 카페들이 이 골목에 들어선 새로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역사적 배경은 verifiedHistory 근거 자료(대구역사문화대전, 위키백과, 매일신문·한국일보 보도)를 따랐다. 행사·상점 관련 서술은 2026년 방문 기록과 공식 채널 게시물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발행 이후 새로 확인되는 사실이 있으면 갱신한다. 발행 이후 새로 확인되는 방문 기록이 있으면 사진과 내용을 갱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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