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포카페거리) 공구함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커피잔이 있다
부산진구 전포동의 이 골목은 한때 기계 부품과 나사를 팔았다. 그 거리가 통째로 비었던 적이 있고, 다시 채운 것은 상인이 아니라 커피를 내리는 사람들이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부산 전포카페거리

전포동(田浦洞)이라는 이름은 황령산 서쪽 비탈에 논밭이 많던 갯가 마을을 밭개라 부르던 데서 왔다. 밭 전(田), 물가 포(浦). 농사짓는 땅과 물가, 그 두 글자가 합쳐진 이름이다. 지금 이 골목을 가득 채운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라테 아트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유래다.
그 사실이 오히려 이 골목을 설명한다. 전포동은 처음부터 커피와 어울리던 자리가 아니었다. 자동차와 기계에 쓰는 공구, 나사, 부품을 파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던 거리였다. 간판을 올려다보면 공임과 재고를 적어둔 숫자가 나란했고, 저녁이면 셔터가 거리 끝까지 차례로 내려갔다.

그 상점들이 하나둘 거리를 떠났다. 공구를 사러 오는 사람이 줄면서 장사가 안 됐고, 비슷한 업종끼리 모여 있던 다른 자리로 옮겨가는 가게도 있었다. 남은 것은 셔터 내린 점포와,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였다. 저녁이면 인적이 끊기고 쓰레기가 쌓여, 구청이 이 골목을 두고 망신스러운 지역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는 기록도 있다.
2009년, 그 비어가던 골목에 작은 카페 하나가 문을 열었다. 복사집이 있던 자리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공구상가가 빠져나간 뒤라 임대료가 쌌고, 그 빈 틈이 역설적으로 카페에게는 기회였다.
빈자리를 메운 것은 상인이 아니었다
몇 해가 지나며 비슷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공구상가가 떠난 자리마다 작은 로스터리와 디저트 가게가 들어섰고, 2012년에서 2013년 무렵부터는 이 거리를 카페거리라 부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공구를 팔던 사람들이 떠난 바로 그 공백을, 커피를 내리는 사람들이 메운 셈이다.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 것은 2017년 1월이었다. 뉴욕타임스가 그해 꼭 가봐야 할 세계 명소 52곳 가운데 하나로 이 골목을 꼽았다. 기계 부품을 팔던 뒷골목이 세계지도 위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그해부터 매년 가을이면 커피를 주제로 한 축제가 이 거리에서 열리기 시작했고, 2026년에는 그 축제가 열 번째를 맞았다.
지금 이 골목에 남은 것
지금 이 골목을 걸으면 카페만 있는 게 아니다. 소품점과 편집숍, 베이커리와 사진관이 좁은 1층 자리마다 들어서 있다. 간판 크기도 제각각이고 외벽 색도 다 다르다. 공구상가 시절 그대로 쓰이는 건물 구조 위에, 전혀 다른 업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 들어 있는 모습이다.

골목이 좁아 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구간이 많다. 공구를 실어 나르던 트럭들이 드나들던 때는 그게 불편이었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이 거리의 장점으로 꼽힌다. 걷는 사람들이 차를 피하지 않고 거리 한복판을 차지할 수 있어서다.
공구를 팔던 사람들의 이름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어떤 간판이 걸렸는지는 분명히 보인다. 이 골목이 앞으로도 카페거리라는 이름으로만 불릴지, 그 안에서 또 한 번 업종이 바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 번 비워졌던 자리가 다시 채워질 수 있다는 것만은, 이 골목이 이미 한 번 보여준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