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만들던 골목이 남긴 그늘
연무장길은 생각보다 많이 걷게 되는 길입니다. 그런데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화려한 매장 사이 안쪽에, 이 동네가 무엇을 만들던 곳인지 기억하는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9.08
- 골목
- 연무장길
연무장길을 걸어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 길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걷게 된다는 점입니다. 팝업 하나를 보고 나오면 다음 것이 저쪽에 있고, 카페를 찾다 보면 골목을 두어 번 돌게 됩니다. 걷는 거리가 늘어나는데 앉을 자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이 길의 가게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주문해야 앉을 수 있는 곳입니다. 잠깐 다리를 쉬려고 커피를 한 잔 더 시키는 일이 반복되면, 쉬는 게 아니라 소비가 됩니다.
연무장5길 안쪽
성수역 4번 출구에서 연무장길 쪽으로 삼 분쯤 걸으면 공원이 하나 나옵니다. 이백오십 미터 남짓이니 일부러 찾아가는 거리가 아니라, 걷다가 지나치게 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잘 지나치게 됩니다. 주변에 눈에 띄는 매장이 워낙 많아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다녀온 기록에 적혀 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야 그늘과 벤치와 산책로가 보입니다.
성수동 구두테마공원
공원 · 성수근린공원이름에 구두가 붙어 있습니다. 이 동네가 오래 구두를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공원 곳곳에 구두를 본뜬 조형물이 놓여 있고, 성동구도 이곳을 수제화와 관련된 자리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걷다가 쉬려고 들어왔는데, 결과적으로 이 골목의 내력을 한 번 더 마주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나무 그늘과 벤치가 많고 산책로도 잘 만들어져 있었어요. 무엇보다 성수동의 수제화 역사를 담은 구두 조형물이 곳곳에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 주소
- 성동구 연무장5길 9-26
- 비고
- 2호선 성수역 4번 출구 도보 3분 (약 250m)
조형물이 가리키는 쪽
구두 조형물은 사진을 찍기 좋으라고 놓아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쓰이고 있고요. 다만 이 조형물이 서 있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골목에서 신발을 만들던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도 안쪽 어딘가에서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무장길 큰길에서는 그 일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도로변 간판은 대부분 카페와 쇼룸으로 바뀌었으니까요. 공원의 조형물은 보이지 않게 된 것을 대신 서서 가리키고 있는 셈입니다.
쉬려고 들어온 자리에서 그런 걸 읽게 되는 게 이 공원의 이상한 점입니다. 벤치에 앉아 다리를 쉬는 동안, 이 골목이 원래 무엇을 하던 곳인지가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어서 걷는다면
이 공원을 지나 계속 걸으면 서울숲으로 이어집니다.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되고, 걷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버스로 한두 정거장 거리입니다.
연무장길에서 서울숲까지 이어 걷는 코스는 다녀온 이들의 기록에 가장 자주 나오는 동선이기도 합니다. 골목에서 사람에 치이다가 숲으로 넘어가면 소리가 한 번 더 줄어듭니다. 같은 오후 안에서 밀도가 두 번 바뀝니다.
다만 순서를 바꿔 보는 것도 좋습니다. 서울숲을 먼저 걷고 연무장길로 들어오면, 조용한 데 있다가 붐비는 데로 들어가게 되어 골목의 밀도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그날 무엇을 보러 왔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걷다가 앉을 자리가 필요해지면, 연무장5길 안쪽을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커피를 시키지 않아도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이 골목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