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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생활 상권에서 관광지로, 그 사이의 긴장

주말이 오면 광희동은 달라진다. 평일에는 생활 인프라였던 골목이, 주말에는 미식 여행의 목적지가 된다. 그 변화 속에서 두 가지 광희동이 겹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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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8
골목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
생활 상권에서 관광지로, 그 사이의 긴장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는 관광지이면서 동시에 생활의 현장이다. 이 두 가지가 같은 골목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주말과 평일이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거리를 스쳐가는 시선은 대개 두 갈래다. 무언가를 사고 부치고 바꾸러 온 이들의 실용적인 눈길과, 이국적인 풍경을 담으러 온 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 같은 골목이 그 두 눈길을 동시에 받아낸다.

평일의 광희동은 여전히 생활 상권이다. 환전소가 실제로 환전을 한다. 식료품점에서는 타타르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입한 밀가루와 유제품을 산다. 의류 도매상과 보따리상들이 오갈 때부터 이어져온 동대문 물류의 중간 거점 역할을 한다.

환전소 유리창 너머로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손과 오가는 지폐가 보인다. 손님 대부분은 단골이다. 인사도 짧고, 거래도 빠르다. 오래 이 거리를 오간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리듬이 있다. 관광객이 섞이기 전, 이 골목은 원래 이런 속도로 움직였다.

SCENE 01 : 거리의 두 시간대
▲ 2026.03 / 사진 hachulsu · https://blog.naver.com/hachulsu/224225325286 hachulsu가 촬영한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의 거리 풍경입니다. 평일의 현실적인 상권 모습과 이곳의 생활 인프라를 담았으며, 관광객이 오기 전 진정한 골목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평일 저녁이 되어도 이 거리의 밝기는 크게 오르지 않는다. 상점들은 각자의 영업시간에 맞춰 조용히 불을 끄고, 몇몇 식당만이 늦게까지 문을 연다. 화려한 조명보다 생활의 필요가 이 시간대를 지배한다.

하지만 주말 오후, 광희동의 얼굴이 바뀐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모여든 한국인 관광객들이 골목을 채운다. 테이블은 웨이팅으로 빈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식당들 앞에는 줄이 선다. 이곳은 더 이상 '누군가의 생활 거리'가 아니라 '여행 상품'이 된다.

줄을 서는 이들의 손에는 대개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미리 찾아본 맛집 목록과 사진을 비교해 가며 자리를 고른다. 이 골목에 익숙한 단골보다, 처음 온 이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 대화 몇 마디만 들어도 느껴진다.

홍보가 불러온 것들

이런 정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상인회와 지자체가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조금씩 손을 봐온 결과다. 처음엔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굳이 손대지 않아도 이미 사람들이 찾아오는 거리였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결국 더 많은 발걸음을 끌어들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골목 바닥에는 중앙아시아 각국의 전통 카펫 문양을 수놓은 '카페트 거리'가 조성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이 골목을 '방문할 만한 장소'로 정의하는 신호다. 2018년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가 광희동을 '작은 중앙아시아'로 소개한 이후, 지자체와 상인들은 이곳을 더 극적으로 패키징했다.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지고, 스마트폰 다국어 투어맵이 준비되고, 도슨트 투어가 운영된다. 주말마다 '실크로드 프리마켓'이라는 행사가 열려 전통 의상과 공예품을 판다. 모두가 관광객의 경험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다.

야간 투어에 참여한 이들은 도슨트의 설명을 따라 골목 구석구석을 옮겨 다닌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상점 앞에서도 걸음을 멈추고 설명을 듣는다. 그 순간만큼은 생활공간이 하나의 전시장처럼 소비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이득을 보았는가.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다. 한국인 입맛에 맞춘 우즈벡 요리와 몽골식 고기 요리를 내놓는 식당들은 주말 성업으로 웃음이 난다. 카페트 거리와 야간 조명은 이런 식당들의 무드를 한껏 살려준다. 하지만 환전소와 택배사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들은 조용히 안쪽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자리를 떠난다. 초기 커뮤니티를 위한 생활 인프라가 관광 시설 앞에서 천천히 밀려난다. 그것이 이 골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택배사무소 한 곳은 결국 뒷골목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큰길가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서였다. 그 자리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이 잘 나오는 디저트 가게가 들어섰다. 같은 공간이 완전히 다른 용도로 채워지는 장면은 이 골목에서 낯설지 않은 일이 되었다.

광희동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관광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동시에 '초기 커뮤니티를 위한 생활 인프라'를 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 화려해질수록, 더 위험해진다는 역설.

상인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갈린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손님이 느는 것을 반기지만, 생활 밀착형 업종을 운영하는 이들은 임대료 상승을 걱정한다. 같은 골목 안에서도 관광화의 득과 실은 업종에 따라 다르게 나뉜다.

중첩된 시간의 균형

그럼에도 광희동이 완전히 관광지로 변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아직 여기에 사람들이 산다는 사실이다. 이 골목에 월세를 내고 숨을 쉬고 밥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보장하는 바가 있다.

그 힘은 대개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나온다. 이른 아침 식료품을 받아 진열하는 손, 오래된 손님의 안부를 챙기는 인사, 문 앞에 내놓은 화분에 물을 주는 습관 같은 것들이다. 관광객의 카메라에는 잘 담기지 않는 장면들이지만, 이 거리를 실제로 지탱하는 것은 바로 그런 사소함이다.

평일의 광희동에는 관광객이 거의 없다. 무릎 높이까지만 내려온 셔터 위로 러시아어가 보인다. 진짜 손님들은 목요일 저녁 이 자리에 온다. 한국 사람들은 금토일 온다. 같은 골목이 그렇게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산다.

두 개의 시간이 같은 골목을 나눠 쓰는 방식은 생각보다 매끄럽다. 서로 부딪히는 일은 드물다. 평일의 단골과 주말의 방문객은 애초에 마주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어긋남이 오히려 이 거리를 지탱하는 균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관광지로서의 성장과 생활 거점으로서의 존속, 이 두 목표는 때로 같은 예산과 같은 공간을 두고 경쟁한다. 조명을 하나 더 설치할 자리에 환전소 간판을 그대로 둘 것인가, 포토존을 넓힐 것인가. 사소해 보이는 선택들이 쌓여 골목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그럼에도 이 골목에서 일하는 이들 대부분은 낙관적이다.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해서 당장 생활 인프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늘어난 발걸음이 새로운 손님을 만들어,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골목의 경제를 넓혀줄 수 있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관광이 만든 활기와 생활이 지켜온 안정, 이 둘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이 골목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기 어렵다.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해야 비로소 광희동은 광희동다워진다. 그 균형을 지켜보는 일이, 이 거리를 오래 지켜본 이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행정의 손길이 닿는 곳과 닿지 않는 곳의 온도차도 여전하다. 화려하게 정비된 골목 초입과 달리, 안쪽 깊숙한 자리는 예전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대비가 오히려 이 거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가 놓친 곳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이 중첩된 시간들의 균형이 깨지지 않아야 한다. 주말 관광객도 필요하지만, 평일의 생활도 필요하다. 그것이 이 골목이 진짜 '거리'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카펫 거리의 조명이 밝아질수록, 평일의 환전소가 꺼질 가능성도 커진다. 그것이 광희동이 맞닥뜨린 역설이다. 미식의 거리가 되려면, 동시에 생활의 거리이기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 질문 앞에서 이 골목은 여전히 균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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