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OB베어, 을지로에서 처음 문을 연 집
누구는 문 닫은 가게들 사이를 헤매다 우연히 들어왔고, 누구는 월요일 저녁인데도 줄을 서서 기다렸습니다. 마흔여섯 번째 여름을 나는 집에서, 저마다 다른 밤이 겹칩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9.08
- 골목
- 을지로 노가리골목

을지로3가역에서 노가리골목 초입으로 들어서면, 충무로 49-2 동주빌딩 1층에 을지OB베어가 있습니다. 이 골목에서 가장 먼저 생맥주와 노가리를 함께 팔기 시작한 집이 여기라고, 이곳을 다녀간 여러 사람이 입을 모아 적었습니다. 1980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마흔여섯 번째 여름을 이 골목에서 보낸 셈입니다. 간판 위에는 SINCE 1980이라는 글자와 함께, 을지로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집이라는 문구가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주말 저녁 약속이 있어 을지로에 왔다가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아 당황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디로 갈지 헤매던 끝에 우연히 발견한 곳이 을지OB베어였다고, 그날의 기록에는 적혀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오래된 노포의 기운과 야장의 자유로움이 동시에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실내인데도 야외에서 마시는 듯한 활기가 있다는 말은, 이 집을 다녀간 여러 사람의 기록에서 되풀이해 나옵니다.
천장에는 만국기, 화면에는 야구
천장 가득 매달린 조명 줄 사이로 세계 각국의 작은 깃발이 걸려 있습니다. 그 아래 벽에는 을지OB베어라는 간판과 SINCE 1980이라는 문구가 나란히 붙어 있고, 한쪽 벽 화면에서는 야구 중계가 흘러나옵니다. 오래된 집에서 야구 화면을 보고 있으면 여기가 술집인지 응원석인지 잠깐 헷갈릴 때가 있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맥주잔에는 오비라거라는 글자와 함께, 맥주잔을 든 곰이 그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시중에서 사라진 맥주 상표의 얼굴이 이 집 잔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입니다.


노가리와 황태 사이
이 집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은 오리지널 노가리와 황태입니다. 두 마리를 함께 구워 삶은 콩과 마늘종을 곁들여 내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손이 계속 간다고 적은 사람이 여럿입니다. 치즈를 얹어 매콤하게 볶은 불닭도 인기가 많아서, 매운맛과 고소한 맛을 함께 찾는 사람들이 자주 곁들여 시킵니다. 냉장숙성 방식으로 낸다는 생맥주는 45년 전통이라는 설명이 메뉴판 한 켠에 적혀 있고, 첫 잔을 받아 든 사람들은 저마다 시원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남겼습니다.


시간마다 다른 얼굴
월요일 저녁에 왔는데도 자리를 기다렸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더운 계절에는 그냥 집으로 가기엔 아쉬워서, 줄을 서서라도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마셨다고 했습니다. 반대로 주말 낮에 온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밝고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였다고 전합니다. 완전히 늘어져 앉는 자리라기보다 서 있는 것에 가까운 촘촘한 테이블 배치가, 오히려 에너지를 살아 있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주말 밤에는 지하까지 사람이 찬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면 또 다른 테이블이 이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리도 하나둘 채워진다고 했습니다.
OB베어라는 맥주 상표는 이제 시중에서 팔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이름을 쓴 술집이 을지로와 홍대 두 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라진 상표의 이름이 동네 이름을 달고 여전히 간판에 걸려 있는 셈입니다. 이 집은 테이블마다 직접 주문을 받는 방식이어서, 자리에 앉으면 생맥주부터 시키는 사람도 있고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장실은 1층 안쪽에만 있어서, 지하에 앉은 사람도 한 번은 계단을 오르내리게 됩니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저마다 다른 밤을 보내고 갑니다.
을지OB베어
호프을지로 노가리골목에서 가장 먼저 생맥주와 노가리를 함께 팔기 시작한 집입니다. 천장 가득한 조명과 만국기, 야구 중계 화면이 있는 1층과, 계단을 내려가면 이어지는 지하 공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을지로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집
- 주소
- 서울 중구 충무로 49-2 (동주빌딩) 1층
- 영업
- 월~토 15:00 - 23:30, 일요일 15:00 - 22:00 (라스트오더는 마감 30분 전)
- 가격
- 버드와이저 생맥주 5,500원 / 오리지널 노가리&황태 6,000원 / 치즈불닭 23,000원
- 비고
- 화장실 1층 안쪽 / 지하 좌석 있음 / 주차 어려워 지하철 이용 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