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의 계절
해방촌은 어느 순간부터 관광지가 되었다. 신흥시장은 여전히 장터이지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목적이 바뀌었다. 임시거주지에서 여행지로.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9.08
- 골목
- 해방촌
신흥시장은 여전히 장터다. 장을 보는 사람들이 모인다. 신선한 것들이 들어온다. 주민들의 생활이 그곳에서 영위된다.
하지만 그 장터에 모이는 것이 조금씩 바뀌었다. 추가로 모이기 시작한 것은 관광객이었다. 처음에는 몇 명씩이었다. 그 다음엔 무리를 지었다. 지금은 신흥시장 사진을 찍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이 말 그대로 흐르는 지경이다.
신흥시장은 1953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인 장터였다. 생필품을 사고파는 자리였다. 누군가 집을 짓기 위해 도구를 사갔고, 누군가 밥을 지으려고 쌀과 반찬을 샀다. 그것이 시장의 본래 기능이었다.
요즘 신흥시장은 음식점이 된 지 오래다. 의류점과 소품샵이 정착했다. 식료품을 파는 노포들도 남아 있지만, 그 사이로 카페와 와인바가 들어섰다. 시장의 기능이 유지되고 있지만, 용도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보물 찾기에서 관광지로
해방촌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을 추적해보면, 뚜렷한 변화가 보인다.
초기의 방문객들은 개별적이었다. 해방촌에서 골목 안에 숨어 있는 맛집을 찾는 재미를 느꼈다. 누군가는 신흥시장 뒤쪽 골목의 흥미로운 공간을 우연히 발견했다. 카페와 식당, 소품샵이 하나씩 알려지면서, 그것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었다.
지금 해방촌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알려진 곳을 간다. SNS에 뜬 가게를 찾아가고, 사진을 찍고, 다시 나온다. 보물을 찾는 경험이 아니라, 예정된 것을 확인하는 경험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 변화가 일어난 것은 신흥시장이 관광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는 관광지화했기 때문이다. 언덕의 경사를 개선하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아케이드 천장이 설치되었다. 편의를 위한 개선이 동시에 관광지화를 불렀다.
편의가 증가하면 방문객도 증가한다. 그리고 방문객이 증가하면 가게도 변한다. 주민을 위한 가게에서 관광객을 위한 가게로. 그 전환이 가장 먼저 일어나는 것이 음식점이다. 신흥로 초입의 카페들이 처음 들어온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국가별 상점의 발생
해방촌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여러 나라의 음식과 물건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터키 음식점이 있고, 타코 바가 있다. 태국 음식을 파는 곳이 있고, 호주식 브런치 카페도 있다. 그리고 각 가게마다 그 국가의 분위기를 담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패브릭, 소품, 인테리어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그것이 자연발생적인 것인지, 의도적인 전략인지는 구별하기 어렵다. 다만 결과적으로 해방촌은 각 국가의 문화를 경험하는 거리가 되었다. 들어서자마자 외국인 손님들이 꽤 있어서 순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어딘가에 와 있는 기분이 드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그것이 원래 이곳의 특성과 맞아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해방촌은 처음부터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자리였다. 그 다양성이 이제는 관광 상품이 되었다. 역사적 다양성이 상업적 다양성으로 전환된 것이다.
평일과 주말의 균형
해방촌을 알려고 한다면 평일 낮을 찾아가는 게 낫다.
평일 낮, 이 골목은 한가롭다. 가게 대부분이 열두 시부터 문을 연다. 오전에 가면 상점들이 문을 열지 않은 상태를 본다. 그때는 이 거리가 관광객의 것이 아니라 주민의 것임을 느낀다. 골목에는 골목 안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는 재미가 있다.
주말은 다르다. 북적이는 주말, 특히 오후가 되면 이 골목은 사진 찍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웨이팅 줄이 생긴다. 모두가 같은 가게로, 같은 자리로 향한다. 보물을 찾는 재미는 사라지고, 예정된 것을 확인하는 일만 남는다.
그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하려면, 해방촌을 여러 번 가야 한다. 평일 낮 한 번, 주말 오후 한 번. 그 두 번의 경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골목인데 다른 동네, 다른 기간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관광지화의 양면성이다. 접근성은 높아지고 방문객은 증가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래의 특성이 희석되는 것이 동시에 일어난다. 편의가 증가하면 다양성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남겨지는 것, 사라지는 것
해방촌의 특수성은 지형에서 비롯한다. 가파른 경사도 있고, 108계단도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다. 그런 지형적 특수성이 이곳을 유일하게 만든다.
다른 동네는 개발이 쉽지만, 이곳은 어렵다. 가파른 언덕을 평탄하게 만드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이 동네는 건설 호황을 피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임시거주지의 흔적이 남아 있다. 판자집을 개조한 건물들, 계단식으로 이어진 주택들.
하지만 그것도 변하고 있다. 임대료가 오르면서 오래된 건물들이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다. 지형이 장애물이 아니라 매력이 되면서, 개발 욕구도 함께 들어온 것이다. 그 개발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 골목은 여전히 팔십 년 전의 흔적을 안고 있다.
얼마나 오래 그 흔적이 남을까. 그것은 이 동네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관광지로서의 가치만 남을 수도 있고, 주민의 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다. 또는 둘 다의 상태로 계속 존재할 수도 있다. 그것은 앞으로 모인 사람들이 정할 것이다.
임시거주의 계속
해방촌은 처음부터 임시거주지였다. 그것이 팔십 년 동안 변하지 않은 본질이다. 주거 목적이 관광 목적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누군가가 머물러 가는 자리일 뿐이다.
지금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있고,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두 그룹이 같은 골목을 나누고 있다. 평일 낮에 가면 주민을 많이 보고, 주말 오후에 가면 방문객을 많이 본다. 그 순환이 이 동네를 지탱한다.
신흥시장은 여전히 시장의 기능을 한다. 주민들이 물건을 사고팔고, 이웃을 만난다. 그 일상이 사라지면, 이곳도 다른 관광지처럼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일상이 남아 있는 한, 해방촌은 여전히 살아 있는 마을이다.
지금 방문객들이 느끼는 그 여유로운 분위기, 그 골목 안의 보물 찾기 같은 재미는, 그 일상 위에 얹혀 있다. 주민의 삶이 없으면 그런 재미도 없다. 그것을 아는 관광객들이 평일 낮 해방촌을 찾는 것이고, 그들이 느끼는 것이 가장 진정한 해방촌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