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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가마솥은 오늘도 끓는다

도봉산 등산로 입구, 예전엔 손두부집이 여럿이었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지금 이 골목엔 매일 아침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드는 두 집이 남아, 산에서 내려온 사람과 퇴근길에 들른 사람을 같은 상 앞에 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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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8
골목
도봉산 두부골목
가마솥은 오늘도 끓는다

도봉산역에서 도봉산길을 따라 걸으면 등산로 초입 즈음부터 식당 간판이 하나둘 늘어선다. 하산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자리를 잡는 골목이다. 주말 아침이면 도봉산역은 등산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전해진다. 그 발길이 산을 오르고 다시 이 골목으로 내려온다. 몇몇 집은 두부를 전문으로 한다. 도봉산두부, 그리고 조금 떨어진 자리의 엄마손가마솥순두부. 상호 자체가 이미 무엇을 파는 집인지 알려준다.

이 골목을 처음 걷는 사람은 간판보다 냄새로 먼저 두부집을 알아챈다. 콩을 볶는 고소한 냄새가 다른 어떤 간판보다 정확하게 가게의 정체를 알려준다. 발걸음을 재촉하던 등산객도 이 냄새 앞에서는 잠깐 멈춰 서곤 한다.

이 길을 오래 다닌 누군가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예전에는 이 근처, 몬츄라라 불리던 자리에 손두부집이 여럿 있었는데 지금은 도봉산두부 하나만 남았다고. 몇 집이었는지, 언제부터 하나둘 사라졌는지는 그 글에도 적혀 있지 않다.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다만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기억 속 골목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는 것만은 남는다.

그렇다고 이 길이 한산해진 것은 아니다. 하산길 골목에는 지금도 식당이 많고, 그 많은 집들 가운데 도봉산두부가 가장 붐빈다고 적은 사람도 있다. 평일 저녁 여덟 시가 넘어도 자리가 없어 줄을 서고, 웨이팅이 길어지면 가게 앞 갓길까지 차들이 들어찬다. 다녀간 사람들은 아래쪽 공영주차장을 미리 알아보라고 서로에게 일러둔다. 두부집 한 곳으로 좁혀졌다는 기억과, 그 한 곳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다는 사실이 같은 골목 안에서 나란히 있다.

저녁 여덟 시가 넘은 시각에도 골목 안쪽까지 사람 목소리가 이어진다.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은 가게 앞 평상에 걸터앉아 담소를 나누고, 그 사이로 갓 구워진 두부 냄새가 지나간다. 좁은 골목에 차와 사람이 뒤섞여도 누구 하나 조급해 보이지 않는다. 이 붐빔 자체가 이 골목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매일 아침, 가마솥 앞에서

도봉산두부는 매일 아침 두부를 직접 만들어 낸다. 가게 앞에 천막을 쳐 놓고 그 안에서 작업하는 날도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던 사람도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게 된다. 콩을 불리고 갈고 끓여 굳히는 과정을 유리 너머가 아니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 그 정감 있는 풍경이 이 집을 다녀간 사람들이 공통으로 남기는 인상이다.

천막 아래서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 중 몇은 자기도 모르게 사진을 찍는다. 콩을 가는 기계 소리, 뜨거운 김, 손을 놀리는 속도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장면처럼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유리벽 안에 숨겨두지 않고 골목 한가운데 그대로 드러낸 그 방식이, 오히려 이 집을 더 믿음직하게 만든다.

그렇게 만든 두부는 비지찌개로도 나온다. 고소한 콩비지에 얼큰한 양념을 더한 맛이 잘 어울린다고, 김치를 넣은 비지찌개가 특히 그렇다고 다녀간 사람들은 적는다.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진 입에 두부 한 그릇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조금 떨어진 엄마손가마솥순두부도 같은 방식을 고집한다. 국산콩만 써서 손으로 두부를 만들고, 그렇게 15년 넘게 가마솥 앞을 지켜 왔다. 데워서 내놓기만 하면 될 두부를 두 집 모두 매일 아침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 손이 많이 가는 쪽을 스스로 택한 셈이다. 그런데도 두 집 다 문을 닫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

손이 많이 가는 두부를 매일 새로 만드는 이유를 물으면 두 집 다 비슷하게 답한다고 한다. 데워서 내놓는 두부와 그날 아침 갓 앉힌 두부는 식감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콩의 고소함이 가장 진하게 남아 있는 시간은 이른 시간뿐이다. 그 짧은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손길이 매일 아침 되풀이된다.

골목 풍경
▲ 서울 도봉구 도봉동 · 2026.06 / 사진 dmswl9801 · dailyvu · https://blog.naver.com/dmswl9801/224321008904 / https://blog.naver.com/dailyvu/224130745102 산 쪽으로 트인 야외 테라스 자리엔 초록 나무가 그대로 들어오고, 등산로 초입 바위틈에는 누군가 적어둔 글귀가 새겨진 작은 돌판이 놓여 있습니다. 밥을 먹으러 온 사람과 산을 오르는 사람이 같은 골목을 나눠 쓰고 있다고 블로거는 적었습니다.

야외 테라스 자리에 앉으면 초록 나무가 시야를 채운다. 등산로 초입 바위틈에 새겨진 글귀 하나가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붙든다. 밥을 먹으러 온 사람과 산을 오르는 사람이 같은 골목을 나눠 쓰는 풍경이 이곳에선 낯설지 않다. 각자의 목적으로 이 길을 지나지만, 결국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냄새를 맡는다.

내려오는 사람, 퇴근하는 사람

이 길을 찾는 사람의 상당수는 등산화를 신고 있다. 도봉산이 등산객으로 붐비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반백 년 넘게 오르내린 발길이 다져 놓은 길 끝에 지금의 두부집들이 서 있다. 산을 다 내려온 사람에게 두부 한 접시와 막걸리 한 잔은 거의 정해진 순서다. 콩비지찌개의 얼큰함과 콩의 고소함이 함께 올라온다는 후기가 반복해서 남는다.

반백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길을 오르내린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처음 왔을 때의 골목과 지금의 골목이 얼마나 다른지, 혹은 얼마나 같은지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증인이다. 다만 그 기억은 문서로 남지 않고, 그저 다시 이 길을 찾는 발걸음으로만 남는다.

그런데 이 골목을 채우는 발길이 등산객만은 아니다. 북부지방법원이 멀지 않은 자리에 있어, 퇴근길에 들르는 직장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등산복 차림과 정장 차림이 같은 저녁, 같은 골목 안에 함께 있다는 뜻이다. 산에서 내려온 사람과 사무실에서 나온 사람이 결국 같은 두부 한 그릇 앞으로 온다.

등산복 차림과 정장 차림이 나란히 앉은 테이블을 보고 있으면, 이 골목이 누구를 위한 곳인지 굳이 정해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산에서 내려온 다리도, 사무실에서 나온 다리도 결국 같은 두부 한 그릇 앞에서 멈춘다. 그 사이에 오가는 말은 다르지만, 뜨거운 국물을 앞에 두고 짓는 표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을이 오면

해마다 10월이면 도봉산축제가 열려 이 길은 한 해 중 가장 붐비는 시기를 맞는다. 2007년부터 도봉구와 도봉문화원이 함께 열어 온 행사라고 한다. 축제가 지나가고 나면 골목은 다시 평소의 걸음으로 돌아간다. 등산객이 줄어드는 계절에도 가마솥은 매일 아침 똑같이 끓는다.

축제가 열리는 기간, 이 골목은 평소보다 몇 배는 많은 발길을 받아낸다. 그렇다고 가마솥의 크기가 갑자기 커지는 것은 아니다. 평소와 같은 손, 같은 순서로 더 많은 그릇을 채워낼 뿐이다. 축제가 끝나고 인파가 빠져나가도 이 골목의 하루는 다시 같은 리듬으로 돌아간다.

몇 집이었던 손두부집이 하나로 좁혀졌다는 기억은, 어쩌면 이 골목 어딘가에 다른 이름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확인할 길이 없어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다만 지금, 가마솥 앞에서 콩을 젓는 손은 오늘도 그대로다.

이 글은 2026년 여름과 초가을 사이 도봉산두부와 엄마손가마솥순두부를 다녀간 방문 기록, 그리고 도봉구 문화관광 공식 자료를 함께 참고했다. 몬츄라라는 표현과 손두부집이 여럿 있었다는 이야기는 한 방문자의 기억이며, 정확한 시기와 집 수는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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