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오서점, 팔리지 않은 책이 남긴 것
누군가에게는 사진이 예쁜 레트로 카페고, 누군가에게는 헌 교과서를 구하러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의 자리다. 같은 문 앞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떠올린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9.08
- 골목
- 서촌

빛바랜 푸른색 문과 오래된 기와,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간판과 외벽. 서촌 골목에서 대오서점을 처음 마주치면 입구부터 분위기가 남다르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요즘 일부러 꾸며놓은 빈티지 카페와는 결이 다르다는 말이 반복해서 나옵니다. 오래된 책이 정말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꽂혀 있어서, 공간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간다고 적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나무 미닫이문과 오래된 라디오, 카메라, 저울, 피아노 같은 물건들이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하나씩 구경하다 보면 어릴 때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쓴 사람이 있었습니다. 공간 한쪽에는 유명 가수의 화보 촬영지였다는 사실과, 어느 아이돌 멤버가 앉았다는 자리도 함께 알려져 있어 그 사연을 찾아 걸음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헌책방이었다
이 서점을 사진 명소로만 기억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쓰던 교과서와 전과를 노끈으로 묶어 내다 팔았고, 도시락 김칫국물에 책이 물들어 못 쓰게 되면 바로 이곳에 찾아가 남들이 팔았던 묵은 교과서를 구해 쓰기도 했다고 적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손때 묻고 낙서투성이였던 전과와 문제집도 값싸게 사서 쓸 수 있었던, 고맙고도 진한 추억이 서린 책방이었다는 기억입니다.
그 글을 쓴 사람은 오래전 미디어를 통해 접한 소식으로, 서점을 지키던 어르신이 이미 작고하셨고 그 자리를 안주인이 지키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의 발걸음과, 어린 시절의 안부를 다시 묻고 싶어 찾아온 발걸음이 같은 문턱을 넘는다는 것. 이 서점이 가진 진짜 무게는 아마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경복궁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위치라 궁이나 서촌 골목을 걷는 코스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사람이 많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사진을 남기고 싶어지는 외관이라,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만 구경하고 지나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도 안쪽까지 들어가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깥에서 짐작한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사진을, 누군가는 기억을 찾으러 옵니다. 지난겨울부터 2026년 초가을까지 이 문을 지나간 기록이 여섯 건 남았고, 그 여섯 개의 방문 뒤에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이 골목을 서성인 사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간판을 새로 달지 않고, 진열을 새로 꾸미지 않고도 사람을 불러 모으는 가게는 흔치 않습니다. 오히려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둔 세월이 이 서점의 가장 큰 매력이 되었습니다. 팔리지 않고 남은 책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그 모습이, 지금은 사진 한 장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발길로 다시 채워지고 있습니다.
대오서점
레트로 서점 카페서촌 골목에 있는 오래된 서점을 개조한 카페입니다. 빛바랜 푸른 문과 낡은 기와, 나무 미닫이문 안쪽으로 오래된 책과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 일부러 만들어놓은 빈티지 카페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
-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55
- 영업
- 매일 12:00 - 21:00
- 가격
- 음료 및 다과 판매(가격은 매장에서 확인)
- 비고
- 경복궁역에서 도보 이동 가능 / 오래된 책·라디오·카메라·저울 등 옛 물건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