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계단을 반 층 올라 나물에 보리밥을 비비는 점심, 연희보리밥
웨이팅 없이 들어간 평일 정오와 밥을 먹는 사이 줄이 생긴 낮, 손님이 다 빠진 주말 늦은 시간. 같은 나물 한 상을 서로 다른 시간에 마주한 사람들의 점심.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7.28
- 골목
- 연희동

연희동 큰길에서 계단을 반 층쯤 올라가면 연희보리밥의 문이 나옵니다. 처음 가는 사람은 지나치기 쉬우니 위치를 잘 보고 찾아가라는 당부가 있고, 채광이 좋은 신축 건물의 이층이라고 적어 둔 사람도 있습니다. 연희삼거리 정류장에서 걸어서 이삼 분, 연희칼국수 옆이라고 길을 일러 주는 글이 있는가 하면, 삼거리에서 걸어 삼 분이면 닿아 찾아가는 부담이 없다고 쓴 글도 있습니다. 전용 주차장은 없어서 차를 두고 오거나 근처 유료주차장에 세우고 걸어 올라와야 하는데, 이 동네는 골목 주차가 쉽지 않으니 세울 곳을 미리 생각해 두라는 말이 여러 번 나옵니다.
이 집의 점심은 시간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다른 풍경이 됩니다. 평일 낮 열두 시쯤 갔는데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갔다는 사람이 있고, 같은 열두 시에 갔는데 이미 식사 중인 손님이 많았고 밥을 마치고 나올 때는 뒤로 줄이 생겨 있었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열한 시 사십 분쯤 도착해 무사히 입장했는데 식사 중에 보니 정말로 웨이팅이 생겨 있더라는 기록도 있습니다. 예약은 받지 않고, 점심 피크인 열두 시부터 한 시 반 사이에는 최대 삼십 분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합니다. 대기는 매장 밖에서 하고 차례는 카카오톡 알림으로 오니 그동안 주변을 걸어 다녀도 좋겠다는 글이 있고, 입구에는 대기를 등록하는 기계도 놓여 있다고 합니다.


자리에 앉으면 테이블마다 놓인 태블릿으로 주문하고, 카드를 꽂아 먼저 결제합니다. 밥이 나오기 전에 벌써 손이 바빠지는 건 셀프바 때문입니다. 미역국과 보리과자, 식혜가 놓여 있어 얼마든지 떠다 먹을 수 있고, 식혜는 기계에서 직접 받는데 달기만 한 게 아니라 밥알이 씹혀서 자꾸 손이 간다고 쓴 사람이 있습니다. 식사 전에 식혜부터 한 잔 마셨더니 입맛이 살아났다는 사람, 보리밥 한 술에 미역국 한 숟갈을 번갈아 먹으니 잘 어울렸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밥 나오기 전부터 배가 찬다는 반쯤 농담 같은 말도 남아 있습니다. 들어서면 보이는 자리에서 보리강정과 참기름, 식혜를 팔기도 해서 집에 사 갈 수 있고,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면 보리강정을 받을 수 있다는 글도 있었습니다.


나물이 둘러앉은 쟁반
한 상이 나오면 큰 쟁반 위에 나물이 가지런히 둘러앉아 있습니다. 나물만으로 어떻게 이렇게 푸짐할 수 있느냐며 절에 초대받은 것 같다고 적은 사람이 있고, 제철나물까지 여덟 가지를 세어 본 사람이 있습니다. 호박, 고사리, 콩나물, 버섯에 김치까지 하나씩 짚어 준 사람도 있었지요. 테이블마다 참기름과 고추장이 놓여 있어서 친구와 나물을 반씩 나눠 담고 고추장을 둘러 비비면 됩니다. 나물은 다 먹은 뒤에 현장에서 다시 채울 수 있고, 포장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함께 적어 둔 글이 있습니다.


메인은 고르는 사람마다 엇갈렸습니다. 오징어볶음을 시킨 사람은 불향이 가득하고 오징어가 정말 부드럽다며 추천했는데, 같은 상에 올라온 고등어구이는 통통하지도 않고 살짝 말라 있어서 권하지 않겠다고 적었습니다. 청국장을 고른 사람은 구수한 맛이 제대로인데 자극적이지 않고 감칠맛이 있어서, 각자 보리밥에 한 숟갈씩 떠 먹으니 별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그릇이 술술 넘어갔다고 했습니다. 고추장갈비를 고른 사람은 달큰하고 매콤한 양념이 담백한 보리밥과 잘 어울렸고, 고기 메뉴가 하나 있으니 한 상이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고 했지요. 그 사람은 다음에는 청국장이나 고등어구이 한상을 먹어 보고 싶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공간을 두고는 서로 다른 말이 남아 있습니다. 안은 생각보다 훨씬 밝고 넓다고 한 사람이 있고, 꽤 아담해서 테이블이 열 팀에서 열다섯 팀쯤 들어갈 듯하다고 한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 공간으로 나뉘어 있어 혼잡한 느낌이 덜하고 테이블이 크고 간격이 넓어 쾌적하다는 사람도, 독립된 방이 따로 있어 조용히 먹고 싶을 때 좋겠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갔더니 동네 주민들이 이미 꽤 식사를 하고 있었다는 글이 있고, 주말 늦은 시간에 갔더니 손님이 다 빠진 뒤였고 테이블 간격이 넓어 편안했다는 글도 있습니다. 유아용 식기와 의자가 따로 준비되어 있어서 아기를 데려온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는 기록도 여러 건입니다.


식혜는 식사 뒤에 더 잘 어울린다고 한 사람이 있고, 계산대 앞에 놓인 캔디를 센스라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주말을 마무리하며 다녀온 한 사람은 함께 간 오빠가 두 그릇을 먹고 왔다는 말을 괄호 안에 슬쩍 적어 두었습니다. 반 층 계단을 다시 내려가는 길에 배가 얼마나 든든했을지는 그 괄호 한 줄이 이미 말해 주는 듯합니다.
연희보리밥
보리밥·한식연희삼거리 근처, 계단을 반 층 올라가면 나오는 보리밥집입니다. 나물이 쟁반에 둘러앉은 보리밥 한상에 직화고등어구이나 오징어볶음, 고추장갈비, 청국장 같은 메인을 골라 곁들이고, 미역국과 식혜는 셀프바에서 떠다 먹습니다. 점심 피크에는 삼십 분쯤 기다릴 수 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진짜 어디 사찰 초대 받은 것 같이 나물로만 이렇게 푸짐한거 뭐냐고요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33 1층
- 영업
- 매일 11:00 - 21:00 (라스트 오더 20:00) / 브레이크 타임 평일 15:30 - 17:00, 주말 15:00 - 17:00
- 가격
- 직화고등어구이·군산식 오징어볶음·고추장갈비 보리밥 한상 16,000원 / 버섯소불고기 18,000원 / 숙성 LA갈비구이 25,000원 (블로그 기록에 적힌 값이며 메뉴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 비고
- 예약 불가 (대기 등록 후 카카오톡 알림) / 주차 불가 (근처 유료주차장) / 태블릿 선결제 / 셀프바 (미역국·보리과자·식혜) / 나물 리필 (포장 제외) / 유아용 식기·의자 / 룸 있음 / 휴무일은 기록마다 달라 방문 전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