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핀볼의 무덤을 떠올린 사람과 원고를 쓰러 온 사람이 나눠 앉은 2층, 프로토콜
연희로 큰길에서 조금 들어간 2층. 노출콘크리트와 우드, 테이블마다 놓인 메모지와 펜을 두고 아홉 사람이 서로 다른 아침과 저녁을 적어 두었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5.15
- 골목
- 연희동

연희로 큰길에서 대로변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프로토콜 연희점이 있습니다. 거대한 간판이 함께 붙어 있어 찾는 건 어렵지 않다고 적은 사람이 있습니다. 홍대입구역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라 버스를 타는 편을 권한 사람이 있고, 스레드에 그냥 '서울 카공'이라고 검색해서 찾아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카페 사진을 제대로 찍어주는 포스팅 하나만 보고 바로 결정했다고,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가 보니 오자마자 잘 왔다 싶었다고 했습니다. 4년 만에 다시 온 사람은 2층에 올라 마주한 공간 앞에서, 이미 봤던 곳인데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그저 새롭게만 느껴지더라고 적었습니다.
문 여는 시간은 아침 아홉 시부터 밤 열 시까지이고 마지막 주문은 아홉 시 반입니다. 자체 주차장은 없어서 연희맛로 노상공영주차장이나 연희동 제2공영주차장을 이용하라는 안내가 여러 글에 나란히 붙어 있고, 웨이팅이 있을 때는 매장 이용 시간이 세 시간으로 제한된다는 점도 같이 적혀 있습니다. 주말에 찾아갔다가 자리가 딱 하나 남아 있었던 사람이 있고, 평일 점심에 가서 여유 있게 앉은 사람도 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일몰 시간대에 방문했더니 고즈넉하고 코지한 분위기에 조용함까지 더해져 이 카페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노출콘크리트와 우드, 스틸이 섞여 카페라기보다 작업실이나 스튜디오 같다고 적은 사람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톤이 낮고 어두운 편인데도 큰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과 테이블마다 놓인 조명이 더해지면서 차갑지만은 않은, 묘하게 따뜻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창가 쪽은 시간대에 따라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 달라서 분위기가 예쁘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테이블은 열 개에서 열다섯 개쯤, 1인석도 꽤 있어서 혼자 와도 넓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사람이 있고, 여러 해째 내리 블루리본에 오른 로스터리 카페답게 손님들 대부분이 조용히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메모지와 펜을 남겨 두는 자리
커피를 주문하면 원두를 두 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다크초콜릿과 구운 아몬드, 흑설탕 쪽에 가까운 '슈퍼노멀'과 과일캔디와 베리, 꿀 쪽에 가까운 '푸룻'입니다.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히르푸사 원두를 골랐다가 산미는 거의 없이 상큼함과 구수함이 함께 느껴져 만족스러웠다고 적었고, 슈퍼노멀을 고른 다른 사람은 고소하지만 자기 입에는 조금 쓰게 느껴져 물을 더 부어 마셨다고 했습니다. 디저트로는 휘낭시에와 바스크치즈케이크, 하우스 샌드위치가 있고, 디저트 디피가 정갈하게 되어 있어 보는 순간부터 하나 더 고르고 싶어졌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테이블마다 놓인 메모지와 필기도구를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냥 인테리어 소품처럼 놓아둔 게 아니라 실제로 뭔가 적어 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고요. 그 메모지 자리에서 나온 문장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어떤 사람은 며칠 밀린 원고를 퇴고해서 만족스럽다고 적었고, 어떤 사람은 노트북에 콘센트가 없어 아쉬웠지만 다음에 자리가 나면 알려 주겠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풀렸다고 했습니다. 카페 이용시간 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넉넉했고, 누군가에게는 한 자리를 두고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적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프로토콜에서 카공을 마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습니다. 한 사람은 여기서 나와 연희보리밥에서 점심을 먹고, 하루한알에서 에그타르트를 사고, 바늘이야기의 규모에 감탄한 뒤 카페 푸어링아웃에서 비글들을 만나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돌아 초콜릿책방까지 걸어가 원고를 더 썼습니다. 다른 사람은 카공을 마친 뒤 포셋 연희점에서 엽서를 고르고 비스켓스튜디오에서 친구 생일 선물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같은 2층 자리에서 출발한 하루가 이렇게 서로 다른 골목으로 이어졌습니다.
프로토콜 연희점
카페·로스터리연희로 큰길에서 조금 들어간 2층 로스터리 카페입니다. 노출콘크리트와 우드, 스틸이 섞인 공간에 테이블마다 조명과 메모지, 펜이 놓여 있어 혼자 와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 작업을 하기 좋습니다.
마주하게 되는 공간이 '와'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09 2층
- 영업
- 매일 09:00 - 22:00 (라스트오더 21:30) / 웨이팅 시 이용시간 3시간 제한
- 가격
- 아메리카노 5,500원 / 카페라떼 6,000원 / 바닐라빈라떼 6,800원 / 휘낭시에 3,800원부터 / 바스크치즈케이크 8,000원 / 하우스 샌드위치(트러플잠봉뵈르) 11,000원 / 디카페인·오트밀크 변경 각 1,000원 추가 / 음료 테이크아웃 1,500원 할인 (블로그 기록에 적힌 값이며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비고
- 홍대입구역에서 도보 20분(버스 권장) / 2층 위치, 별도 주차장 없음(연희맛로 노상공영주차장·연희동 제2공영주차장 이용) / 2023~2026 블루리본 서베이 연속 선정 / 인스타그램 @protokoll.roas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