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어머니가 구워주신 생선이라는 이름의 밥집, 어구생의 솥뚜껑을 열다
브레이크 타임에 문이 닫힌 일요일 저녁부터 사십 명 단체 손님이 든 날까지. 열세 사람이 같은 화덕 앞에서 서로 다르게 본 한 끼.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3.20
- 골목
- 연희동

어구생이라는 세 글자 앞에서 잠깐 멈춰 서는 사람이 많은 듯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가 간판을 읽고서야 알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구워주신 생선, 그 줄임말입니다. 뜻을 알고 나니 갑자기 정겨워졌다고 쓴 사람이 있고, 어 머니가 구 워주신 생 선구이라고 글자마다 끊어 적어 놓고는 귀엽지 않냐고 되물은 사람도 있습니다. 서대문구 연희로 큰길가에 자리한 이 집은 간판의 이름 하나로 문을 열기도 전에 손님의 마음을 조금 풀어 놓는 셈입니다.
찾아가는 길이 어렵지 않았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옵니다. 서대문 우체국에서 내려 걸어갔더니 옆쪽에도 큰 간판이 있어 헤맬 일이 없었다는 사람,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에서 일이 분쯤 걸었는데 길치인 자신도 쉽게 찾았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연희동 주민센터 건너편, 서대문소방서 위쪽이라고 길을 일러 주는 글도 있었지요. 차를 가져온 사람들은 가게 앞 몇 자리와 건물 오른쪽의 지하주차장을 이야기하는데, 옆쪽 주차장은 좁으니 참고하라는 당부가 붙어 있습니다. 정호영 셰프가 추천한 집이라는 소문에 유튜브를 보다 발견하고 찾아왔다는 사람도 여럿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주문은 태블릿이나 키오스크로 합니다. 낯을 가리는 사람에게는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점심시간처럼 시간이 빠듯할 때 특히 크다고 쓴 글이 있습니다. 메뉴는 대부분 구이와 솥밥이 한 상으로 나오는 구성이라, 솥밥까지 나오는데 값이 이렇다니 하고 놀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솥밥은 뚜껑을 여는 재미라며 김이 솔솔 오르는 순간을 적은 사람도 있고, 밑반찬 여섯 가지에 미역국이 함께 나온다고 하나하나 세어 본 사람도 있습니다. 반찬이 모자라면 셀프바에서 가져다 먹고 앞치마와 물도 직접 챙기는 식입니다. 고등어에서 비린 맛이 거의 나지 않았다고 한 사람이 둘이고,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럽고 촉촉했다고 한 사람도 둘입니다.


화덕 이야기를 빼놓은 글은 드뭅니다.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눈앞에 커다란 화덕이 보이고 솥밥 냄새까지 솔솔 났다는 사람, 주방 안쪽 큰 화덕에서 생선을 직접 구워낸다는 걸 눈으로 보니 기대감이 확 올라갔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화덕에 구우면 껍질이 바삭하게 서고 속은 촉촉해서 프라이팬으로는 이 질감이 나지 않는다고 적은 글도 있었지요. 화덕에 생선을 굽고 직화 메뉴까지 있으니 냄새와 연기가 심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환풍이 잘 돼서 쾌적했고, 구이집인데도 옷에 냄새가 많이 배지 않았다는 말도 남아 있습니다. 화덕에 도움을 주신 분들의 회사 이름과 성함이 적혀 있는 것이 조금 귀여웠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브레이크 타임의 일요일
손님이 드는 시간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평일 다섯 시쯤 갔더니 아직 손님이 많지 않았다는 사람이 있고,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다섯 시에 갔는데 먼저 앉은 두 테이블에 이어 계속 사람이 들어왔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갔는데도 북적여서 사진을 소심하게 찍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에는 일곱 살 아이와 둘이 나섰다가 문이 닫혀 있어 당황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브레이크 타임이라 남은 십오 분 동안 앞 편의점에 들렀다가 다시 찾았고, 고등어구이 솥밥에 공기밥을 하나 더 얹어 아이와 나눠 먹었다고 합니다. 저녁에는 삼겹살이나 전골 같은 메뉴가 더 붙는다는 것도, 토요일은 쉰다는 것도 이런 방문기 사이에서 알게 됩니다.
홀은 생각보다 넓고 밝다는 데 여러 사람이 입을 모읍니다. 테이블 간격이 답답하지 않아서 혼자 앉아도 둘이 앉아도 편하고, 혼자 온 손님도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의자에는 등받이가 있고 그 아래에 짐을 둘 자리가 있어서 바닥이나 옆 의자에 가방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 있습니다. 옷을 거는 곳이 있고 아기의자가 있으며, 조용히 식사하기 좋은 룸이 둘이나 있다는 기록도 있었지요. 어느 날은 사십 명 단체 손님이 함께 들었는데, 그 많은 사람을 맞으면서도 사장님이 자기 테이블까지 세심하게 살펴 주더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입맛은 저마다 달라서 아쉬움도 적혀 있습니다. 직화 제육볶음은 은은한 불향이 밥과 잘 어울렸지만 고기가 조금만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사람이 있고, 이면수 구이는 놀랄 만큼 부드러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자미구이와 직화제육볶음을 나란히 시켜 놓고 집밥 같은 따뜻한 백반 한 상이 제일 그리운 날이었다고 쓴 사람도 있었습니다. 올해만 벌써 몇 번째 방문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밑반찬이 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고 적었는데, 사진을 안 찍어 놓아 아쉽다는 말이 뒤에 붙어 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솥 바닥에 눌은 누룽지가 남습니다. 마지막에 따뜻한 누룽지까지 즐길 수 있어 든든하게 한 끼를 마무리했다는 사람이 있고, 배가 어느 정도 차오르자 누룽지를 먼저 청하는 일곱 살 아이는 그릇을 들고 싹싹 긁어 먹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제육볶음을 시켰지만 지금 생각하니 임연수 구이를 먹을 걸 그랬다고 후회한 사람은,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문을 다시 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구생
생선구이·솥밥연희로 큰길가에 있는 생선구이 밥집입니다. 화덕에 구운 생선과 솥밥이 한 상으로 나오고, 저녁에는 삼겹살과 전골 같은 메뉴가 더해진다고 합니다. 홀이 넓고 테이블 간격이 여유로워 혼자 온 손님도 가족 모임도 자리를 잡기 좋다는 기록이 많습니다.
이름 하나에 이 식당의 모든 콘셉트가 다 담겨 있는 셈이에요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88-1 1층 101호
- 영업
- 월~금·일 11:00 - 21:00 (브레이크 타임 15:00 - 17:00) / 토요일 정기휴무
- 가격
- 고등어구이 솥밥 16,000원 / 직화제육볶음 솥밥 15,000원 (블로그 기록에 적힌 값)
- 비고
- 주차 가능 (매장 앞 몇 대, 건물 오른쪽 지하주차장) / 태블릿 주문 / 셀프바 / 예약·포장 가능 / 아기의자 / 단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