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모퉁이에 고인 소리와 냄새, 계절에 따라 변하는 찰나의 빛을 담아낸 수필
시계가 멎어 들어온다. 좁은 골목 안, 돋보기 안경을 쓴 손가락이 미세한 부품을 집는다. 시곗줄 하나 교체되었을 뿐인데, 시간이 다시
오전 10시 개방부터 오후 5시 폐쇄까지, 북촌을 따라 걷는 일은 이제 정해진 시간 안의 일이 되었다
광장시장의 오후는 구체적이다. 맷돌을 도는 손의 움직임,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 고기를 싸는 종이의 스르륵한 느낌. 백 년이 남긴 감
팔판길을 오르는 것은 신체 경험이다.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서 만나는 냄새, 빛, 질감이 모두 다르고, 모든 것이 천천히 변한다.
종묘 담장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이 길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밤에는 지켜야 했던 것들이 낮에는 감상의 대상이 된다.
연희동을 걷는다는 것은 급할 일이 아니다. 능소화가 담벼락을 타고 올라간 계절에 들어가면, 발걸음 자체가 느려진다.
창신동의 언덕을 올라가며 무엇을 느끼는가. 그것은 돌이 남긴 지형이고, 손이 남긴 건물이고, 계속되는 일의 소리다.
사로수길을 걷는다는 것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모두에서 자극을 받는 경험이다.
신당동 골목을 걷는다는 것은 여러 시간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다. 냄새, 소리, 빛이 시간마다 다르게 층을 이룬다.
망원동의 골목에 들어서면, 코가 먼저 반응한다. 시장의 냄새와 카페의 향, 음식을 굽는 연기가 한데 뒤섞여 있다. 그 모든 것이 한
성수동 카페거리를 걷는 가장 쉬운 방법은 코를 따라가는 것이다. 간판을 읽기 전에,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냄새가 먼저 그 가게를 말해
경의선숲길을 걷는 사람들이 만나는 것은 무엇인가. 가로수가 만든 그림자, 동료의 손, 커피의 따뜻함, 그리고 계속되는 길.
용리단길을 걷는다는 것은 여러 나라의 감각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다. 일본, 프랑스, 그리고 한국이 겹쳐진다.
을지로는 해가 지는 순간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된다. 네온사인이 켜지고, 야외 테이블이 펼쳐지고, 찬 맥주와 바삭한 안주의 향이 골목을
같은 언덕인데 오르는 사람들의 이유가 다르다. 예전에는 살기 위해 올랐고, 지금은 보기 위해 온다. 그 사이에 뭔가 바뀌었다.
익선동 한옥 골목을 걸으면서 만나는 것은 단 하나의 장소가 아니다. 같은 폭의 골목 안에서 시간과 계절이 층을 이룬다.
낮 시간과 밤 시간이 완전히 다른 골목이 있다. 낮에는 소음이 고스란하고 밤에는 사람들이 오고간다. 문래동의 같은 자리는 하루 두 번
서울숲길은 목적지이면서 동시에 과정이다. 어떤 사람은 서울숲 가는 중에 이 길에 들어서고, 어떤 사람은 이 길을 위해서만 온다.
서촌을 걷는 것은 감각의 경험이다. 한옥 사이를 지나며 만나는 냄새와 빛, 질감이 무엇인지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된다. 몸이 기억한다.
같은 길인데 방향만 조금 틀면 소리가 달라진다. 줄이 늘어선 문과 아무도 없는 문 사이는 대개 몇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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