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없이 모두 친환경으로 갖추어진 상품만을 판매하는 제로 웨이스트샵
망원동 골목길을 걷다 보면 "알맹상점"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가게를 만나게 됩니다.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는 철학을 담은 이곳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제로웨이스트 리필스테이션입니다. 세제나 화장품, 먹거리와 생활용품 등을 자신이 가져온 용기에 필요한 만큼 담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한 번 사용한 용기를 계속 채워서 쓰는 방식이므로, 포장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매 방문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이미 있는 것을 계속 채워서 쓰는 일상의 전환을 제안하는 공간입니다.
알맹상점의 시작은 사실 거창한 환경운동이 아니었습니다. 2018년 쓰레기 대란을 계기로 망원동의 몇몇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사용하지 않는 장바구니를 모아 시장에서 빌려주고, 장을 볼 때 일회용 봉투 대신 장바구니와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작은 실험을 시작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알맹이만 찾는 자", 줄여서 "알짜"라고 부르며 동네에서 해보는 조용한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동네 카페에서 무인 세제 리필숍을 운영해 보기도 하고, 리필 팝업숍도 열어보면서 "이런 가게가 우리 동네에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그렇게 2020년 6월, 그 사람들이 직접 가게를 열었습니다. 처음엔 몇몇 주민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게가 된 것입니다. 가게에 들어서면 물건들보다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먼저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갔을 것이고, 누군가는 자기 용기를 들고 세제를 담았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하는 작은 아이디어를 냈겠지요.
현재 알맹상점에는 뉴비와 고인물 "알맹러"들이 모두 방문합니다. 캐리어나 웨건을 챙겨와 여러 차례 방문한 고인물 알맹러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하는 거 맞나"하는 뉘앙스로 조심조심 리필하는 뉴비 알맹러들도 있습니다. 가게는 모든 수준의 방문객들을 환영하며, 어렵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가게 스태프인 "알맹지기"를 부르면 됩니다. 매번 오는 사람들도 있고, 처음으로 리필이라는 경험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자체가 이 가게가 얼마나 열려 있는 공간인지를 보여줍니다.

알맹상점은 물건을 파는 곳이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다시 자원으로 돌려보내는 공간입니다. 플라스틱 병뚜껑처럼 그냥 버려지기 쉬운 것들을 모아 새로운 물건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활동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게에서 판매하는 상품들도 친환경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크림 같은 제품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종이 튜브 패키지로 제공되며, 바다 산호초에 해로운 성분을 뺀 포뮬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각 상품마다 작은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세제가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세제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통까지 필요한 것인지, 알맹상점을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망원동에는 유명한 맛집도 많고 트렌디한 가게도 많습니다만, 이 골목의 작은 가게 하나가 주는 경험은 다릅니다. 그것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를 넘어, 그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방식을 들여다보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망원동 골목을 걷게 된다면 알맹상점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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